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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교권 보호 시안, 생활지도 고시안 발표:
여전히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 떠넘기는 정부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시작된 교사들의 시위가 기세 좋게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의 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정부·여당과 야당들도 연이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8월 17일부터 법안소위를 열어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관련 법안 19건을 심사해 9월 정기국회 전에 통과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교육부도 8월 14일 이른바 ‘교권 보호 방안’ 시안을 공개한 데 이어, 17일 오전에는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말로는 교사를 지키겠다고 하더니, 여전히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출처 교육부

그러나 집회 주최 측(‘전국교사일동’)은 17일에 낸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국회·교육부·시도교육청에서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권 보호 시안에는 생활지도 방식 등을 명시한 고시안 마련, 아동학대법 개정으로 교사에게 면책권 부여, 생활지도 관련 수사 시 시도교육청 의견 청취 의무화, 직위해제 요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많은 교사들이 고충을 토로하듯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그에 따른 즉각적인 직위해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대책들은 무고한 신고를 줄이는 데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지도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민원이나 법적 다툼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민원 창구 단일화 방안도 (민원 해결의 최종 책임을 교육청이나 교장에게 둔다고 규정해도) 전담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으면 결국 그 민원은 교사 개인에게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 그리고 업무 처리 과정에서 교사와 다른 공무원, 공무직 사이에 업무 분담을 둘러싼 갈등만 커질 수 있다. 이미 공무원과 공무직 노조들은 자신들도 과중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데 교사의 민원까지 해결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생활지도 고시안(이하 고시안)을 통해 교사가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 대책도 문제투성이다.

예를 들어, 고시안은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 교사가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0조의 3은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교육부도 고시안을 발표하면서 체벌은 계속 금지된다고 밝혔다. 결국 물리적 제지가 체벌인지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할 수 있다는 방안도 미흡한 데다 학교 내 갈등만 심화시킬 것이다. 분리 공간을 마련하고 상담을 하려면 결국 인력과 공간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상담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 더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담 인력 충원 방안이나 예산 지원 방안은 내놓지 않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나 몰라라 한 것이다.

학칙에 따라 핸드폰 등을 압수해 분리 보관할 수 있다는 규정도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많은 사립학교들의 학칙이 여전히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갈등만 키울 공산이 큰 것이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은 교육 환경 개선이라는 자신들의 책임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교사 개인이 알아서 학생들을 더 통제하라는 방안만 내놓고 있다. 말로는 교사를 지키겠다더니, 올해 신규 교사 선발 인원을 대규모로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응해 ‘전국교사일동’ 측이 “새로 부과되는 업무 전반에 대한 인력과 예산 지원 대책을 8월 말까지 발표하라”고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

한편, 민주당이나 진보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문제 삼는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생활기록부 기재에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내놓는 대안도 몇몇 법 개정에 그칠 뿐, 제대로 된 지원을 위한 인력과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은 전혀 내놓고 있지 않다. 사실 그들도 그동안 학교 내 갈등을 수수방관해 왔고,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 왔다. 게다가 교사 수 감축에도 동의한다. 교사들의 고충이 더욱 늘어나는 데 큰 구실을 할 텐데도 말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많은 교사들은 주말 집회 수준을 넘어서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을 지지한다

교사들은 이참에 학교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대책을 얻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주말 집회 수준을 넘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미 집회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제기됐다.

그리고 ‘전국교사일동’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 “연가, 병가, 재량휴업 등을 포함한 공교육 멈춤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의 파업이 불법인 한국에서 탄압을 무릅쓰고 “공교육 멈춤 행동”을 이끌겠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파업을 비난하는 정부와 우파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나올 테지만, 교사들의 악화되는 처지 개선에 공감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는 초점이 형성될 수 있다.

교사들의 투쟁과 이를 지지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연대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교육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 파업은 다른 사회 세력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하루 만에 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은 교사들의 의식과 조직을 성장시킬 것이다. 교사들은 파업을 통해 연대감과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이는 앞으로 교사 운동이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9월 4일 파업에 더 많은 교사들이 동참해야 한다. 더 큰 행동이 벌어질수록 정부가 조직자들과 참가자들을 탄압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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