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된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8월 19일에는 국회 앞에서 열렸다.
교사 수만 명(주최 측 추산 5만 명)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로를 가득 메우고, 서이초 교사 죽음 진상 규명, 아동학대 관련 법 즉각 개정, 안전한 교육 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9월 4일까지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라는 점을 강조했다.
처음으로 학부모가 연단에 올라 발언했고 많은 교사의 호응을 얻었다.
사당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은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은 서로 맞서는 게 아니다. 학생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학교 공동체 회복을 위해 교육 주체가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전국 초중고 교장 803명은 집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전문 상담인력 배치와 관련 예산 확보, 학급당 학생 수 감소와 교사 정원 확보, 교사의 시민 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전보다 이런 요구들의 비중이 커진 것은 집회가 옳은 방향으로 진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대전에서 온 한 특수교사의 절절한 발언에 특히 많은 교사가 공감했다. 이 교사는 가출한 학생을 생활지도 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로 수사를 받게 됐고, 결국 합의금 2500만 원을 주고 사건을 마무리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온전히 개별 교사가 책임을 떠안는 현실에 많은 교사는 탄식하며 분노했다.
집회 마지막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연단에 올랐다. 그가 발언하는 동안 교사들이 계속 야유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이 가까운 재임 기간 동안 진보 교육감으로서 그가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 학교 구성원 사이의 다양한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겨 왔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도 그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한 합동조사도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채 끝났다.
게다가 이날 조희연 교육감은 8월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에 여러 대책이 담겨 있다며 긍정적으로 언급했고, 이에 수많은 교사가 큰 야유를 보냈다. 고시안은 여전히 교육부와 교육청의 책임은 없고, 교사 개인이 알아서 학생을 통제하라는 방안이다. 이런 방안을 높이 사며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는 말로 책임을 미루니 교사들이 조희연 교육감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거듭해서 9월 4일까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실제 교사 수만 명(8월 19일 현재 3만 여 명)은 정부와 교육 당국,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주말 집회를 넘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서명에 참여했다.
기성 노조 밖에서 벌어지는 초유의 행동 계획에 이렇게나 많은 인원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9월 4일 행동이 성공하면 교사들의 연대감과 자신감이 커질 것이고 교사 운동이 더한층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공교육 멈춤 행동” 계획이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