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추모 3차 집회:
수만 명의 교사들이 열악한 교육 환경 방관하는 교육 당국을 성토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8월 5일, 지난주 토요일에 이어 다시 수만 명의 교사들이 참가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에도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교사들이 많았다.
교사들은 특히 열악한 교육 환경을 방관하고 책임을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교육 당국을 규탄했고,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이초 교사의 유족 대표가 가장 먼저 발언했다.
그는 죽은 동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니, 동생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느꼈고,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들의 교사 탓과 민원 등을 홀로 떠안으며 시들어갔다고 했다. 이는 다른 교사들도 겪는 어려움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호소했다.
이 발언은 그 전날 나온 교육부·서울교육청의 미흡한 사건 합동조사 발표에 대한 항의이기도 했다.
다른 발언자들도 주로 교육 당국의 무대책에 대해 성토했다.
거제에서 온 한 초등 교사는 가르치는 일 말고도 교사의 업무가 너무 과중한데, 막상 교사에게 교육과정 편성권, 평가권, 생활지도권 등을 보장하지는 않고 있는 현실을 규탄했다. 정부와 국회가 법과 제도를 개선해 교사의 권한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었다.
한 유치원 교사도 현실이 얼마나 교사를 힘들게 하는지 토로했다. 유치원생 26명을 돌보는 것도 힘든데, 시도 때도 없는 공문 처리, 행정 업무까지 하고, 학부모들의 민원을 일일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 폭력에 대한 과도한 학부모 민원을 학교장이 교육적인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자신의 사례를 들며, 아동학대법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만큼 문제가 많다고 폭로했다.
학교폭력과 교권보호 업무를 해 온 한 재직 26년차 초등 교사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24건의 학교폭력을 처리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의 무기력함과 학부모의 악성민원이 얼마나 고약한지 토로했다.
그런데 교장과 교육청 등은 이런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무조건 교사들더러 사과하라고 종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교육 당국이 학교 현장의 갈등을 방관하며 일선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규탄했다.
“우리는 (충북교육감 발언처럼) 예비 살인자가 아니라, 예비 자살자이다. 우리는 망가지면 교체해 버려도 그만인 부품이 아니다”는 이 교사의 외침이 많은 교사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여러 교사들이 증언했듯이, 과도한 행정업무, 교사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댈 곳 없는 현실, 구성원 간 갈등을 방관하고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때로는 비난을 감수할 책임마저)을 지우는 교육 당국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사실 학교는 다양한 갈등의 집합소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 교육 당국은 개인 간 가·피해 시비를 가려 응보적으로만 해결하려 하니, 학교는 법적 분쟁의 장소가 돼 버리고, 결과적으로 그 책임이 일선에서 학생 학부모와 접촉하는 교사들에게로 전가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교권 침해 생기부 기재 방침이나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 등은 이런 갈등을 더 심화시킬 뿐, 교사들의 고통을 줄여 줄 수 없을 것이다.
학교 내 갈등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교사 개인이나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학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체계를 제대로 만들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수를 줄이고, 교육 예산을 삭감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이날 모인 교사들은 앞으로도 매주 모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