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이스라엘의 가자 병원 폭격에 분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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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을 이스라엘이 폭격한 뒤로 전 세계적으로 분노가 더욱 커졌다.
오늘(20일) 이태원에서 열린 “이스라엘 지상군 가자 침공 반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 중단하라! 팔레스타인 저항 정당하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은 지금까지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중 가장 컸다. 한국인들을 비롯해 팔레스타인인, 이집트인, 예멘인, 시리아인, 요르단인 등 아랍계 한국 거주민과 유학생 등 700여 명이 모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나눔문화, 노동자연대 등 단체들도 있었지만 온라인 광고를 보고 삼삼오오 참가한 한국인들도 많았다. 조선소, 자동차, 철도, 화물, 공무원, 교사, 공기업, 대리운전 등 조직 노동자들도 연차를 내고 참가했다. 흑인과 백인, 동남아시아계 유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국적과 인종을 넘어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과 저항에 연대하려고 모인 것이다. 특히 오늘은 이전 집회들보다 미국 제국주의 규탄이 컸다. 병원 폭격 직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와 만나 포옹하고 병원 폭격이 팔레스타인 측의 오폭일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집회는 이태원 서울이슬람중앙성원 앞에서 오후 1시 반에 시작됐다. 미리 모인 한국인들은 정오 예배가 끝나는 시각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팔레스타인 국기와 각종 구호가 적힌 팻말을 나눠 주자 모스크에서 나오던 사람들이 합류했다. 아랍계 참가 조직자들은 모스크 안에서부터 (Free Palestine이 적힌) 팔레스타인 국기와 배너 등을 걸고 집회 참가를 호소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대열은 집회 장소인 이태원역 2번 출구 앞으로 구호를 외치며 행진해 갔다. 길을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행진을 촬영하며 관심을 보였다. 집회가 열리는지 몰랐던 동남아시아계 유학생들도 행진에 합류했다.
집회는 오후 2시에 시작했다. 다양한 국적의 발언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책임을 추궁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호소하는 정치 발언들이 나왔다.(참가 구성을 배려해 오늘 무대 발언들 모두 각각 한국어와 아랍어로 통역됐다. 통역은 본지 박이랑 기자가 맡아 기여했다.)
사회자 김지윤 씨는 오늘 집회의 의의를 이렇게 말했다.
“지금 아랍 전역에서 이스라엘 항의의 움직임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정부들의 공격과 탄압을 뚫고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도 바로 그런 세계적 연대 행동의 일부입니다.”
첫 발언자인 팔레스타인 청년 살레흐 씨는 가자지구에 있는 친구와 전화 연결을 했다. 현지에서 직접 전하는 참상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더욱 분노했다.
“지금 가자지구에서 폭격을 받고 있는 어린아이들, 여성들,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폭격하고 있습니다. 지금 100가구 넘는 가족들이 몰살당했습니다. 공습 시작 이후 2500명 넘는 여성과 아이들이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국제법으로도 공격이 금지돼 있는 병원들을 폭격하고 있습니다. 물, 식량 등이 봉쇄 때문에 끊겨서 제대로 마시지도 먹지도 못하는 참혹한 상황입니다.
“전 세계가 알아야 합니다.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분들이라면 팔레스타인에 연대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해방된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다 같이 만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노동자연대 활동가 김승주 씨는 이스라엘의 점령과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세계적인 저항 건설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75년 전 인종 청소 대재앙(나크바)이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병원 폭격은 이스라엘의 58번째 의료 시설 폭격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테러 아닙니까?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가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돌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과거가 없습니다. 평화를 쟁취하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스라엘에 저항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알기에 팔레스타인인들은 폭탄이 떨어지는 자신들의 땅을 지키며 우리에게 연대를 호소하며 저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 제국주의는 야만적인 살인 기계이지만, 상황을 전부 통제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중동은 물론 미국,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제2의 나크바에 맞서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인티파다(항쟁)를 벌일 때입니다.
“이곳에 모인 우리 한국인들은 끝까지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에 설 것입니다.”
예멘인 무트입 씨는 이스라엘 국가의 본질을 폭로했다.
“이스라엘은 일반적인 국가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테러 국가이고, 갱단의 국가이고, 범죄자들의 국가입니다. [영국 제국주의의 지원으로] 아랍 땅 중심부에 심어진 강탈 국가입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빼앗고 살인을 저지르고 그들을 집에서 쫓아내 팔레스타인 땅에 세워진 식민지 정착 점령 국가입니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 어디냐 묻는다면 저는 바로 가자지구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16년이 넘도록 봉쇄하고 그 안에 250만 명 넘게 가뒀습니다.
“서방 언론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아이들을 참수했다고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증거가 있냐? 사진 하나, 동영상 하나라도 있냐?’라고 요구해도 그들은 대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이집트인 무함마드 씨는 이스라엘의 오랜 점령과 학살에 맞서 저항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 이전부터 시온주의 민병대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습니다. 노인, 여성, 아이들 할 것 없이 학살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87년에 돌멩이를 들고 맞섰지만 이스라엘은 더 큰 살해와 억압으로 나왔습니다.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라고 얘기합니다. 이런 억압에 맞선 저항을 테러라고 비난할 수 없습니다.
“점령이 있다면 거기에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이스라엘은 알아야 할 것 입니다. 백린탄과 네이팜탄을 아무리 떨궈도 우리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자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이자 의사인 최규진 씨는 가자지구 병원 폭격으로 치료받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각난 시체가 돼 버렸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이슬람 테러 단체가 병원을 폭격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거짓말이 얼마나 뻔뻔했는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조차 이번 병원 폭격 이전에도 이미 57건의 의료 시설 폭격과 20건 이상의 학교 공습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경없는의사회도 이스라엘의 의료 시설 무차별 공습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에 따르면 전기가 없어 가자지구의 병원이 ‘시체 안치소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규진 씨는 며칠 전 팔레스타인 의사들에게 직접 피해 상황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며, 그들이 전해 달라는 호소의 메시지도 전했다.
“팔레스타인 의사들은 갓 태어난 아이가 폭격을 맞아 뇌를 다친 사진을 보여 주며 누가 진정한 학살자냐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 의사들과 시민들에게 다음을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의사들의 메시지] “지금 팔레스타인에 제노사이드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의사 동료 여럿을 잃었습니다. 전기도, 의약품도, 물도 없습니다. 우리는 다친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인종 학살보다 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만들어 주십시오.”
집회 참가자들은 발언을 경청했고 발언자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다짐하고 호소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하려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순식간에 경찰 수백 명이 집회 대열을 에워싸고, 방송차와 집회 대열 사이를 가로막았다. 경찰 십여 명은 방송차에 올라가 방송 장비를 뜯어냈다. 주최측이 막을 틈도, 왜 행진이 지체되는지 참가자들에게 알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군사 작전 식으로 일을 벌인 것이다.
집회 소리가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게 이유였다. 주거지도 아닌 곳의 차도에서, 그것도 대낮에 열린 집회에서 음향이 컸다고 음향 장비 자체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명백한 집회 탄압이다. 경찰 수백 명의 일사불란한 작전은 이것이 미리 준비된 것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행진이 용산 대통령실로 향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윤석열의 경찰은 1년 전 바로 이곳 이태원에서 인파 밀집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구조 신고를 십수 통 받고도 출동하지 않았다. 그런 경찰이 정부를 보호하려는 행동은 계획적이고 신속·정확하게 행동한 것이다! 경찰은 집회 후 해산하는 사람들 일부를 가로막고 팻말을 가방에 넣으라는 둥 행패까지 부렸다.
행진은 전체 대열을 이끄는 방송차의 방송 없이 대열 곳곳에서 여러 개의 확성기와 육성으로 구호를 외치며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주최측은 행진 초반 해밀턴 호텔을 지날 때 곧 1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잠깐의 애도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이것이 무산돼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후 행진은 힘차고 뜨거웠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한마음으로 한국어, 영어, 아랍어로 된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대통령실을 지나 삼각지역 인근에서 행진은 마무리됐다. 음향이 없어서 정해진 정리 집회 발언들을 다 들을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노동자연대 활동가 박혜신 씨는 윤석열 정부와 경찰의 집회 방해를 규탄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스라엘을 편듭니다. 우리는 학살자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무기를 수출해 온 한국 정부를 규탄합니다. 경찰은 우리가 모든 신고를 마친 합법 집회를 했음에도 음향 설비를 빼앗아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자의 외침에 계속 응답할 것입니다. 지상군 침공 등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즉각 규탄 행동을 벌일 것입니다.”
10월 28일 토요일에는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집회가 열린다. 더 많은 참여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연대하자. 팔레스타인인들이 외롭지 않음을 보여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