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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수당 야당 민주당:
개혁입법 약속 배신하거나, 누더기로 만들거나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22년 5월부터 시작된 윤석열 정부 대부분의 기간에 민주당의 수장은 윤석열과 접전을 벌였던 대선 경쟁자 이재명 대표였다.

그러나 지난 1년 반 동안 이재명의 민주당은 진보 염원 지지자들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 등 서민층 공격을 막아 내기는커녕 정부·여당의 개악안이나 누더기 타협안에 손을 들어 줬기 때문이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기업 감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특혜 감세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해 말 민주당은 정부의 2023년 기업 감세 예산안을 “대승적 양보”(이재명 대표)라며 합의해 줬다.

“부자 감세를 저지하겠다”던 민주당의 애초 약속과 달리, 여야 협상의 쟁점은 감세의 폭 문제로 슬쩍 옮겨갔다.

가령 최대 쟁점이었던 법인세 문제에서 정부·여당의 안은 최고세율을 25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낮추는 것(17조 원가량 인하)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내놓은 절충안은 감세의 폭만 조금 줄이는 것(과세표준 전 구간에서 각 1퍼센트씩 인하)이었다.

이로 인해 기업주들은 향후 5년간 14조 원에 가까운 법인세 인하 혜택을 보게 됐다.

2023년 3월 정부·여당과 민주당은 반도체 기업들에 최대 35퍼센트에 달하는 투자세액공제를 해 주는 K칩스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반면 복지 예산은 물가상승률과 노인 인구 증가율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삭감됐다.

며칠 전인 12월 21일 통과된 2024년 예산안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역대급 긴축안에 합의했다.

전세 사기 특별법

2023년 1월에는 집값 하락과 함께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들의 사례도 거듭 나왔다.

그러나 5월 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전세 사기 특별법을 누더기로 합의해 통과시켰다.

피해자들의 바람과 달리, 이 누더기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즉각 구제가 아니라 대출을 더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알량한 혜택조차 피해자 인정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수많은 피해자가 사각지대에 놓였다.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부·여당이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단독 처리하겠다”며 법 통과 전에는 엄포를 놨었다.

그러나 말과 달리 실천에서는 결국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의 입장에 타협했다.(당시 정의당도 민주당과의 공조를 중시해 이 법안에 동의했다.)

안전운임제

민주당은 2022년 7월 화물연대 지도부와 협의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법을 발의하고, 이재명 대표는 이를 민생 개혁 22대 입법 과제 중 하나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해 12월 화물연대의 파업 투쟁이 범정부 차원의 탄압에 직면하자, 민주당은 중재자를 자처하는 듯하더니 덜컥 일몰제 폐지 약속을 뒤집고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국회 소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어렵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던 화물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의 3년 연장안도 무시하고 안전운임제를 올해 3월부로 일몰해 버렸다.

이후 화물 노동자들은 임금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3년 연장안조차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를 기피한다.

노란봉투법

화물 노동자들의 요구 중에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도 있었다.

노란봉투법은 애초 노동자 쟁의를 옥죄는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려는 취지에서 제기된 것으로, 이후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9월 노란봉투법을 “7대 중점추진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조속한 통과를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통과시킨 법안에서는 노란봉투법의 알맹이인 손해배상의 청구 제한과 노동조합원 개인 부과 금지 내용이 빠졌다.

개선된 조항은 개인별 손해 책임 범위를 정하고,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수준에 그쳤다.(그러나 이마저도 정부와 기업주들은 반대하고 있다.)

법안 후퇴 당시 이재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이 거부할 만한 ‘무리한’ 개혁을 시도하기보다는 누더기 타협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에 아랑곳않고 지난 12월 1일 거부권을 행사했고, 노란봉투법은 최종 폐기됐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를 댔다.

유가족의 요구로 추진되고 있는, 특검을 요구하고 독립적인 진상규명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이 특별법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야당들의 공조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참사 피해자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조사 위원 수를 줄이고, 조사 대상이 조사를 거부할 시의 처벌 내용을 형사 처벌에서 과태료로 낮추는 등 타협을 했다.

담당 소위인 행안위의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여야 합의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염두에 두고 유족 의견을 다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감수”했다며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누더기 법안에조차 반발하면서 최종 행안위 표결에 불참했는데 말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려 하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12월 28일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 김진표는 특검 요구 권한을 없애고 법 시행을 내년 4월 총선 뒤로 미루자는 더 후퇴한 중재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고 국민의힘에 합의를 압박하려 한다. 이 때문에 법안은 한층 더 누더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마저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른쪽으로 양보하고 타협하면 할수록 우파의 기만 살릴 뿐이다.

대통령 거부권?

과연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허용해 주는 선에서 개혁을 추진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개혁이 될 수 있을까?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위협) 때문에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실상은 민주당이 대통령 거부도 전에 먼저 꼬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사회운동과 노동운동 지도자 중 온건파들을 포섭해 기층 운동을 통제하려는 포퓰리즘 전략을 취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노골적인 지배계급 정당인 국민의힘과 약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자본가 계급의 낙점을 받아 집권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두 당은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크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또한 경제 침체에 처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처지를 걱정하고, 그들의 지지와 인정을 구하려 애쓴다. 그래서 정부·여당과 번번이 갈등하면서도 기업주들의 필요에 대해서는 [앞서 봤듯이] 번번이 ‘협치’로 임한다.

이것이 민주당이 개혁 약속을 쉽사리 내팽개치고 보잘것없는 행보를 걷는 본질적인 이유이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노동자 운동과 차별 반대 사회운동은 개혁의 동력을 민주당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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