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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 내 보수파 껴안기는 개혁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에서 회복해 당무에 복귀한 첫날(10월 23일), 그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자고 했다.

구속영장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으로 힘이 실린 상태에서 주목 받았던 메시지가 이것이었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그가 국가권력에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개혁 염원과는 멀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체포동의안 가결 행위는 단지 민주당 내부의 분열·배신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직접적 증거가 없이 대표적 개혁주의 정치인을 1년 넘게 이 잡듯이 뒤지고 중범죄자 취급해 왔다.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직접적 증거 없이 특정인에게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별건 수사 등으로 괴롭히는 것은 권력 남용 행위이자 사법 절차에서의 민주적 권리 침해다.

재판부는 이재명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직접적 증거가 없어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본지가 이재명 수사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던 바다.

그런데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이 수십 명 있었던 것이다.

10월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출처 더불어민주당

이런 민주적 권리 침해가 제1야당 대표에게 손쉽게 통할 수 있다면, 정부 비판 언론과 좌파에 대한 정부의 탄압도 더 용이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가결 행위는 윤석열 정부가 정적을 범죄자로 몰아가기, 민주적 권리 침해에 협조한 것이다.(이 점 때문에 본지가 가결표를 던진 정의당을 비판한 것이다.)

우파 언론들이 뭐라고 떠들든, 이재명 대표에 기대를 거는 개혁 염원층 일부가 가결파와의 결별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민주당 내 체포동의안 부결파가 모두 개혁파는 아니다. 그러나 가결파에는 당내 보수파의 핵심들이 포진해 있다.

홍영표 의원(가결 투표 사실을 부인하지 않음)은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으며 노동개악을 추진했다. 전해철 의원(가결 투표 사실을 부인하지 않음)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통과를 반년이나 미적거리면서 법안을 기업주들에게 덜 불리하게 고쳐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친문 핵심인 이 둘은 공개적으로 가결 투표자들을 옹호하고 징계에 반대한다.

친문 핵심은 아니지만, 조응천 의원(가결 투표 인정)은 ‘철도 민영화 촉진법’으로 불리는 철도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과 여당은 이 법안을 환영했다.

개혁 염원 배신 말아야

가결파를 품고 가자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이 단합을 유지하면, 지금의 정권 심판 정서를 민주당으로 수렴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대중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석열 심판 투표를 한 이유는 서민을 위한 진정으로 개혁적인 정치를 바라서였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서민층 유권자들 다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너무 싫어서 당선 유력한 민주당 후보를 수단 삼아 정권 심판 투표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이 가신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1997년말 이래 세 차례 집권을 거치면서 더욱 분명한 친자본주의 정당으로 변모해 왔다. 그럼에도 지배계급의 전통적 선호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항하려고 개혁 염원 서민층의 지지도 받으려 한다. 그래서 반독재 민주화 운동 경력과 포퓰리즘 전략을 활용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듬해부터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줬던 개혁을 도로 회수하고, 약속한 개혁을 폐기하는 등 개혁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제고에 충실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 위기가 찾아오면 적폐 청산, 한일 갈등, 검찰과의 투쟁 등에서 포퓰리즘 전략을 활용해 노동운동과 중도좌파들을 포섭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권 위기 탈출용 제스처였지 진지한 개혁 추진이 아니었다.

이재명은 민주당의 비주류 개혁파 출신으로 진보 포퓰리즘을 표방해 개혁 염원 대중의 지지를 받아 대선 후보와 당대표가 됐다. 특히, 노동운동과 좌파의 정치적 존재감 부진으로 개혁 염원 대중이 수동적으로 이재명에게 기대를 건 덕분이기도 했다.

지금 “개딸”로 상징되는 개혁 염원층은 이재명이 대표직을 이용해 민주당을 탈바꿈시키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이는 개혁 입법 추진과 (이른바 ‘수박’ 의원들을 배제하는) 공천 물갈이 요구로 표현되고 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가 행정 권력과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도 개혁을 추진하지 않은 것에 불만이 많다.

물론 민주당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이재명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개혁 염원층과 당내 주류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를 해 왔다.

대선 후보로서는 개혁 공약을 냈지만,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은 비판하지 않는 식이었다. 당대표 당선 후에는 개혁 입법을 추진하기는 하는데, 대중의 기대만큼 과감하지 않았다. 올여름에도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저지를 위해 장외 대정부 투쟁에 나섰지만, 곧 본인의 단식으로 투쟁을 연착륙시켰다.

사실 체포동의안 가결 당일 오전, 이재명은 당시 원내대표 박광온과 만나 공천권을 당내 보수파에게 일부 양보하는 타협을 했었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없던 일이 됐지만 말이다.

당내 보수파와 결별하지 않는 것은 경제·안보 위기가 나날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초당적 협력’, 즉 여야 협치에 대한 압력에 더 노출된다는 뜻이다. 여권과의 차별성이 줄어든다.

이는 피장파장 선거를 치르고 싶은 윤석열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누더기 전세사기특별법은 여야 협치가 개혁에 역행하는 것임을 보여 주는 분명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