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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불안정은 우파 견제를 이유로 개혁입법 제대로 추진하지 않기 때문

최근 〈한겨레〉가 “위기의 민주당”이라는 시리즈 기획 보도를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상으로는 사실 민주당이 위기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취임 초반부터 지지율 위기를 겪고 있고, 내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데도 민주당 위기론이 나오는 것은 윤석열에 대한 광범한 반감으로부터 민주당이 충분히 득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정의당이 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한겨레〉는 민주당이 도덕성과 신뢰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마침 6월 13일 전당대회 돈봉투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개혁 염원은 여야 협치가 아니라 반정부 투쟁을 확대시켜야 실현될 수 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을 궁지에 몰려는 검찰의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녹취록에 있는 두 사람의 발언 내용을 변호하긴 어렵다. 돈봉투 의혹은 민주당도 부패한 기성 정치에 연루돼 있음을 보여 준다.(검찰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증거는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민주당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비리보호당”이라고 비아냥댔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다른 누군가를 부패로 비난하는 것 자체가 메스꺼운 일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통령 배우자의 계좌가 주가 조작 사건에 이용된 게 재판에서도 인정됐는데도 김건희는 수사조차 받지 않는다.

그러나 잇따른 체포동의안 부결을 구별하지 않고 싸잡아 말할 순 없다.

가령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은 정당한 것이었다. 검찰은 성남시장 자격으로 한 정책 수행의 문제를 증거도 없이 대선자금 비리 운운하는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구속까지 시키려 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신뢰성 위기는 두 가지를 구별해서 봐야 한다. 하나는 수사를 빙자한 윤석열 정부의 공격이고, 또 하나는 민주당 자신의 개혁 염원 배신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 운운해 놓고는 개혁 염원을 배신한 것에 대한 환멸이 여전히 크다.

윤석열의 노림수

지금 윤석열 정부는 저조한 지지율,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대화 중단이 상징적으로 드러낸 계급 지배 이데올로기 실패 등등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다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곧바로 레임덕으로 빠질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내년 총선에 명운을 걸고 있다. 윤석열이 지지율 신경 안 쓴다고 하는 것은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이나 같다.

정치 양극화 속에서 윤석열은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반윤석열층은 김을 빼고 분열시키는 식으로 총선을 치르려고 한다.

최근의 집회·시위 강경 대응과 노동조합 탄압도 그 일환이다. 무리해서 흠 많은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을 앉히려는 것도 총선을 앞두고 방송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흠집 내기도 적극 구사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투표한 개혁 염원 대중에게 환멸과 대안 부재감을 심어 주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가 민주당에 개혁 입법 추진을 주문하면서도 ‘협치’를 당부하는 것은 모순된다.

〈한겨레〉가 지적한 차별금지법이나 낙태죄 대체 입법은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로 말뿐인 문재인 정부가 추진을 포기한 것이었다. 오히려 그 법안들의 표류는 국힘과의 협치 노선으로는 개혁 입법(제대로 된 것이든 아니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세 피해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여야가 시급히 합의한(협치) 전세사기피해특별법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 당사자에게 곧바로 항의를 받을 정도로 쓸모가 없다. 보상 범위 확대와 전세보증금 국가 지원 문제 때문이다.

반윤석열 투쟁

따라서 윤석열 정부하에서 개혁 염원은 여야 협치가 아니라 반정부 투쟁을 전 노동계급적으로 확대시킴으로써만 상당히 실현될 수 있다.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 일부가 우파와의 타협 노선에 반대하고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맞서기 위해 김남국 등 민주당 정치인들의 (친자본주의적) 위선을 일절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개혁을 약속해 지지층을 묶어 두려고 하면서도 우파의 반대를 이유로 개혁 염원에 제대로 부응하지 않는 것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 정치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다.

이재명 지도부가 개혁을 표방하고 미흡하나마 두어 개의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결코 과감하게 개혁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우파의 반대를 이유로 대면서 과감한 개혁 입법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당도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기업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자신은 민주당 비주류에 해당하고 그 때문에 흔히 부당한 십자포화를 맞아 왔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와 당대표를 지내면서, 자신의 취약한 입지를 만회한다는 이유로 주류와 점점 타협해 왔다.

특히 (자신의 강성 지지층과는 달리) 이재명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을 비판하지 않았다. 최근에 정부의 천안함 북한 소행설을 믿는다고 한 것도 전혀 불필요한 후퇴다.(이 대목에서 상기하자면, 문재인은 집권하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재조사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우파가 반발하자 추진을 중단해 버렸다.)

그러므로 민주당에 대한 개혁 염원 대중의 불신은 그 당의 친자본주의적 성격 때문에 개혁 표방이 대부분 구두선에 그치고 말거나 미온적인 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본주의 위기 시대에 자본주의와 (진정한) 개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