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학살자 이스라엘과 협력 늘려 온 한국 정부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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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윤석열 정부는 유엔 총회에서 가자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기권했다. 그 결의안에 하마스 비난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사실상 이스라엘을 감싼 것이다. 그 전에도 윤석열 정부는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비난했다.
1960~80년대에 한국 정부는 ‘오일머니’를 가진 중동 정권들을 의식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증진에 신중했다.
그러다가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진전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 이스라엘은 한국에 대사관을 설치했고 양국 간 교역도 증대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됐다. 이 협정은 이스라엘이 아시아에서 경제적·외교적 입지를 키우는 발판이 될 것이었다.
이스라엘과의 교역이 한국의 대외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은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수출과 반도체 장비 수입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이고,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현지에서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과 군사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꽤 진전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군수산업을 강조하는 것과도 관련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스라엘과의 FTA 체결로 “한국의 제조 역량과 [항공우주, 빅데이터,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등]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간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양국 정부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7700만 달러의 첨단기술 개발 기금을 조성하고 197개 과제를 선정했다.
군사
그런데 이스라엘의 첨단산업은 이스라엘 국가가 군사력 강화를 위해 적극 육성한 부문이다. 미국이 그에 필요한 기술과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억누르려면 첨단산업의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군수산업과 첨단기술 분야의 이스라엘 기업과 손잡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 국가의 핵심 기능과 제휴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2021년 한화시스템은 이스라엘 군수 기업 엘빗시스템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 및 항공전자 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엘빗시스템스는 이스라엘군 무인기의 85퍼센트를 납품하는 업체다. 그 무인기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데 쓰이고, 해외 바이어들에게는 “전투에서 성능을 입증했다”고 광고된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스라엘 기업 인피니돔에 투자했는데, 인피니돔 또한 무인기 관련 기술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다.
또,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엘빗시스템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과 무인기 공동 개발과 기술 협력을 하기로 했다. IAI가 만드는 무인기, 전투기 등은 모두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등 팔레스타인인 공격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자회사인 ‘다나’는 최근 이스라엘 정부에게서 동지중해 연안 일부 구역의 해양 가스전 탐사권을 획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있는 동지중해 연안에는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돼 있다. 가자지구 연안에서도 2000년도에 가스전들이 발견됐다. 이를 두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초대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의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지영 나눔문화 글로벌평화나눔팀장은 “이스라엘[이] 2000년부터 팔레스타인의 가스전 접근을 금지”하고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옥죄는 와중에 ‘다나’는 가스전 탐사에 뛰어들어 거기에서 득을 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HD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가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옥과 건물 등 마을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이하 BDS)를 호소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연합체 ‘팔레스타인BDS위원회’의 항의에도 HD현대건설기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걸프 연안국들과의 경제적 관계를 의식해, 서방 국가들만큼 이스라엘 지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근래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꽤 빠르게 진전시켜 왔다.
게다가 이번 전쟁에서 윤석열 정부는 되도록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듯하다. 민주당은 가자 전쟁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기회주의적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한국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자본주의적·친서방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며 그들의 전쟁 범죄에 눈감고 있는 것이다.
대학과 이스라엘
지난해 국영기업체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한국-이스라엘 FTA 체결 이후 한국과 이스라엘의 산업 기술 협력에 연구소와 대학의 참여가 적극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코트라의 《2023 이스라엘 진출 전략》).
이미 이스라엘과 한국 대학 간의 교류는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연세대는 이스라엘 대통령 레우벤 리블린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고, 테크니온공과대와 텔아비브대 등 이스라엘 5개 대학과 학술교류 협정을 맺었다.
그런데 테크니온공과대는 이스라엘 군대와 군수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비판을 받아 왔다(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한국과 이스라엘 관계 보고서》). 테크니온이 이스라엘 군수 기업들과 공동 개발한 무기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쓰이기 때문이다.
11월 9일 미국 코넬대 학생 200명은 교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하며 코넬대와 테크니온공과대의 파트너십을 비판하기도 했다.
텔아비브대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민간인 공격”을 전쟁의 핵심 원리로 삼은 이스라엘의 “다히야 독트린” 개발에 기여하고 수십 종의 무기를 개발한 대학이다.
그래서 두 대학 모두 팔레스타인BDS위원회가 지정한 보이콧 대상이다.
같은 때에 건국대도 이스라엘의 벤구리온대, 하이파대와 상호 교류 협력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벤구리온대는 2011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억압을 문제 삼아 25년간의 교류를 끊었던 곳이다.
지난해 고려대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는 한국·이스라엘 양국 정부 지원 아래 양자 이미징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와이즈만 연구소는 이스라엘 핵무기 개발프로그램과 생화학 무기 개발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관이다.
한국 대학들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도움 주는 기업들과 관계 맺고 있는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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