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난민촌 학살을 “환영”한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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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게 팔레스타인인 274명의 목숨은 사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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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6월 10일(이하 현지 시각)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를 만나 바이든의 휴전안을 수용하도록 하마스를 압박해 달라고 요청했다. 블링컨은 뒤이어 이스라엘·요르단·카타르를 방문할 예정이다.
하마스가 휴전의 “유일한 걸림돌”(바이든)인 양 몰아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스라엘군은 6월 8일 가자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을 공격했다. 팔레스타인인 최소 274명이 살해됐고, 최소 698명이 다쳤다. 가자 중부의 알아크사 병원은 악몽 그 자체였다.
이스라엘군은 누세이라트 난민촌 공격으로 인질 4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정부가 휴전 협상을 수용했다면 이들은 폭력 없이 풀려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학살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인질이 죽었다.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대변인 아부 오베이다는 “적군은 끔찍한 학살을 저질러 포로 몇 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작전 중 일부 인질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대낮에 인질 구출 작전을 벌였다. 하마스의 허를 찌르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대낮에 작전을 벌이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주로 민간인이 공격 대상이 될 게 뻔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폭탄은 인파가 붐비는 시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네타냐후는 “대담한” 대낮 작전을 수행한 특공대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스라엘군은 심지어 인도적 구호 직원으로 변장해 난민촌을 공격했다. 미군이 가자지구에 건설한 임시 부두가 이번 작전에 사용됐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국 등 서방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군의 누세이라트 난민촌 공격을 칭찬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인 인질 구출을 환영했다. 이스라엘의 학살 만행에 대한 바이든의 “레드 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6월 8일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수천 명의 시위대는 “바이든의 레드라인은 거짓말”이라는 팻말을 들고 백악관 울타리를 에워쌌다.
말로는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듯했던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도 이스라엘군의 인질 구출 작전을 칭찬했다. 영국 총리 리시 수낙은 “큰 안도감”이라고 말했다.
서방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인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이 200명 넘게 죽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또, 여전히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불법적으로 수감돼 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이런 구역질 나는 위선 때문에 이스라엘과 서방 지도자들은 전 세계에서 도덕적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네타냐후는 끝없는 전쟁을 원한다. 지금도 여전히 라파흐를 공격하고 있다. 또,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레바논 남부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력한 방어, 공격에 대한 준비, 우리는 결단의 순간에 다가가고 있다.”(이스라엘군 참모총장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이 강력해서가 아니다.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을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만 저항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도 저항하고 있다. 누세이라트 난민촌 학살에 항의해 서안지구의 나블루스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그래서 바이든조차 네타냐후가 공언한 “완전한 승리”를 “정체불명의 개념”이라고 꼬집을 수밖에 없었다.
바이든의 휴전 제안은 이스라엘의 이익보다 먼저 미국의 이익을 고려하겠다는 뜻
“이 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전쟁을 무기한 지속하자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 일부는 심지어 연정에 있기도 하다. 그들은 가자 점령을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들은 수년 동안 전투를 벌이고 싶어 하고 인질은 그들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음, 나는 어떤 압력이 들어오더라도 이 협상을 지지할 것을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촉구한다.
“이스라엘에 평생 헌신해 온 사람으로서, 전쟁 기간에 이스라엘을 방문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란이 공격했을 때 즉시 이스라엘을 수호하기 위해 미군을 파견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때를 놓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 걸음 물러서 생각해 보라고 여러분에게 요청한다. 우리는 이때를 놓칠 수 없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제안”이라고 포장한 휴전 협상을 제안하면서 한 말이다. 이것은 미국의 지속적이고 공식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공개적으로 자인한 것이다.
또, 미국 등 서방 정부들을 코너에 몰아넣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저항과 글로벌 연대 운동의 힘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바이든은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함께 가자지구라는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헤게모니가 더 약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휴전 협상을 제안한 목적은, 팔레스타인에서 이뤄질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판단을 내릴 이는 미국이라는 점을 네타냐후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바이든은 외교적 연극을 벌였다. 이스라엘이 휴전안을 동의하도록 만들려고 하마스에게 “이스라엘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안은 이스라엘의 제안이었다.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이면 이스라엘도 ‘예스’로 답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은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고, 안보리는 6월 10일 이를 채택했다.(15개 이사국 중 러시아만 기권했다.) 안보리의 결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지만 과연 집행될지는 불확실하다.
바이든이 밝힌 ‘3단계 휴전안’은 네타냐후 정부가 5월 초에 거부한 계획과 대동소이하다. 이스라엘은 그 뒤 라파흐를 공격했다.
지금 이스라엘에 가해지는 국내외적 압력은 그때보다 훨씬 더 커졌다. 블링컨은 최근에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와 이스라엘 전시 내각 성원인 베니 간츠와 접촉해 바이든의 제안을 논의했다.
베니 간츠는 6월 8일까지 휴전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고, 실제로 6월 9일 전시 내각에서 사임했다. 간츠의 사임으로 바로 붕괴하지는 않을지라도 네타냐후 정부는 더 불안정해졌다.
“간츠는 국제적으로, 특히 서구와 미국에서 옳든 그르든 일종의 중재자로 여겨[졌다.] … 간츠가 없다면 네타냐후는 바이든 정부와 국제 사회로부터 더 많은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알 자지라, 6월 10일 자)
제1 야당 대표 라피드는 극우와 파시스트 세력이 네타냐후 지지를 철회하면 자신의 당이 그 자리를 메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라피드는 네타냐후의 총리직 유지 여부를 말하지 않았다.
반면, 극우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6월 5일 ‘예루살렘의 날’ 깃발 행진에 참가했다. 그날은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동부를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벤그비르는 “예루살렘은 우리 것”이라는 메시지를 하마스에 보냈다.
그날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아랍인들에게 죽음을” 하고 외치며 무슬림 지구를 지나 통곡의 벽으로 행진했다.
상충하는 압력 속에서 네타냐후는 전쟁 지속을 결정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정부 협상팀이 계속 활동하고 있다면서도, 하마스를 궤멸시키기 전에는 영구 휴전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내 실종자 및 포로 관련 업무 총책임자인 예비역 소장 니잔 알론도 이스라엘 정부의 협상 의지 결여를 비판했다. “현 정부 구성으론 [인질 협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하마스 대변인 오사마 함단은 바이든의 제안을 “긍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서면으로 받지 못했고,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말로 한 것은 서면으로 작성된 것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문서를 자세히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
하마스와 다른 저항 단체들은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수, 모든 가자 주민의 고향 귀환 보장 등을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 군대의 주둔을 거부하며 모든 사람이 참가하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결국 바이든의 제안은 이스라엘을 위한 것
이전에도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여러 번의 물밑 협상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이 작성했다는 의미에서는 “이스라엘의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바이든의 제안은 철저하게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다. 바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아랍 국가들과 국제 사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지도자들과 함께 하마스의 재무장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자지구 재건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
“이스라엘은 안보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10월 7일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울 권리를 언제나 가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것을 항상 보장할 것이다. …
“이번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역사적인 정상화 협정을 포함해 이 지역에 더욱 깊숙이 통합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는 지역 안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은 이 협상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자결권, 존엄, 안보, 자유라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줄 거라고 공허하게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휴전 이후에 가자지구에서 하려는 일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자결권을 갖지 못하고 가자지구를 통제하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바이든이 그리는 미래는 이렇다. 이스라엘은 원하면 언제든 “정당방위권”을 위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가자지구는 쑥대밭이 되고 그 위에 거대한 텐트촌이 들어설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갇히고 봉쇄돼 서방의 “원조”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미국과 이스라엘이 설정한 조건들, 그들의 입맛에 맞는 꼭두각시 정치 지도자를 받아들이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바이든이 언급한 “팔레스타인인 지도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바이든은 하마스가 더는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처지에 있지 않아야 하며, 팔레스타인 운동 단체들이 전후 가자지구에서 어떤 역할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과연 바이든의 뜻대로 될까?
하마스로 말하면,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잔인한 인종청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와 중대위협프로젝트(CTP)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 북부(이스라엘이 세 번째 철수한 곳이다)를 비롯해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전 지역에서 계속 세력을 재건하고 있다.
더 일반적으로 팔레스타인 운동 단체로 말하면, 미국이 이들에게 협상을 수용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카타르의 조지타운대학교 압둘라 알-아리안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의 요구에는 중대한 모순이 있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확고한 동맹국인 미국 모두 하마스가 어떤 종류의 정치적 역할도 하지 않는 가자지구의 미래를 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하마스와의 협상을 통해 합의해야 하는 사안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정치 세력으로서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과 모든 협상 당사자의 동의에 의한 해결책을 수립하는 것을 어떻게 동시에 이룰 수 있을까?”(알자지라, 6월 1일 자)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용기 있게 싸우고 있고, 과거 오슬로 협정을 통해 서방과의 합의가 뜻하는 바가 불필요한 양보임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 독립!”을 외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편에 서 있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 투쟁의 끝을 볼 때까지 거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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