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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의 첨예한 내분은 가자 전쟁의 실패 때문이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성원인 베니 간츠가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을 마련하라고 네타냐후를 압박했다. 6월 8일까지 계획을 마련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민통합당 대표인 베니 간츠는 지난해 10월 7일 공격 이후 네타냐후의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 아티드의 대표 야이르 라피드는 간츠가 너무 더디게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할 때다.”

간츠의 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면, 네타냐후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근소한 다수당이 될 것이다(전체 의석 120석 중 64석).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도 네타냐후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민정이든 군정이든 모두 수립하지 않겠다고 선포[해야 한다.]”

갈란트는 지난해 10월 7일 공격 직후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짐승”이라고 부른 매우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이다.

그러자 국가안보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갈란트 해임을 요구했다. 갈란트는 그 직후 라파흐 일대에 추가 병력을 진입시켰다.

이스라엘 정부의 내분 격화는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에서 군사적·정치적·외교적으로 실패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지난 8개월 남짓 이스라엘군은 3만 5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였다. 실종자 수까지 합하면 4만 명이 넘는다. 희생자의 다수는 여성과 어린이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내세웠던 세 가지 목표는 하나도 달성되지 못했다: 가자지구 점령, 하마스 제거, 인질 구출.

가자지구를 인종청소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시나이반도(이집트)로 쫓아내려던 “비공식적”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는커녕 이달 들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세 번째로 진입해야 했다. 이스라엘은 그곳에서 하마스를 “소탕했다”고 이미 두 번이나 주장했다. 그러나 5월 중순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수백 건 있었다.

이스라엘군의 퇴역 장성 이스라엘 지브는 전후 처리에 대한 잘못된 정치적 계획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초기에 거둔 성과가 “증발됐다”고 말했다. “외교적 해결책 없이 오직 군사적으로만 활동한다면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워싱턴 포스트〉, 5월 20일 자)

이스라엘이 내세웠던 가자 전쟁의 목표는 하나도 달성되지 못했다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5월 24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격 중단을 결정했다.(물론 이스라엘군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군사작전을 하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143개국이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을 재검토할 것을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는 결의안에 찬성했다. 미국은 지난달 안보리에 이어 이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스라엘의 동맹들도 입장을 바꾸고 있다. 지난주에 수십 년간 ‘이스라엘의 친구’를 자처해 온 노르웨이를 비롯해 스페인·아일랜드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했다. 슬로베니아와 몰타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의 내용은 국가마다 다르다. 노르웨이는 라말라 주재 대표부를 대사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스페인·아일랜드는 구두선에 그쳤다.)

오스트리아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심지어 이집트의 엘시시 독재 정권마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편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데올로기적 패배

가자지구에서 8개월째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른바 “정당방위 전쟁”을 충실히 지원해 온 바이든 정부도 이데올로기적 패배를 당했다.

이스라엘의 잔인한 인종 학살은 가자 전쟁이 결코 “정당방위” 전쟁이 아님을 만천하에 보여 줬다.

미국·유럽·중동·아시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 독립!”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가장 많이 외쳐지는 구호다.

이 구호는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이스라엘 지배를 굳히려는 시온주의 계획에 대한 국제적 반대를 웅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 정부들은 전쟁 초기에 10월 7일 공격을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한 홀로코스트라는 비방을 퍼뜨렸다. 이제 그런 중상은 더는 씨알도 안 먹힌다.

세계 곳곳의 유대인 단체들이 “우리 이름으로 학살하지 말라”고 외치며 이스라엘의 인종청소에 반대하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많은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를 악용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유대인 혐오”로 몰고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을 합리화하는 시온주의를 공공연하게 반대한다.

사실 시온주의자들은 트럼프, 헝가리 총리 오르반, 프랑스 나치 르펜, 이탈리아 나치 총리 멜로니, 독일을위한대안(AfD) 등 서구의 파시스트 등 극우, 유대인 혐오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무슬림을 “서구의 합리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본다.

미국 학생들의 연대에 대한 감사 인사가 라파흐 난민촌 텐트에 적혀 있다

가자지구에서 8개월째 벌어지고 있는 인종 학살은 미국 등의 서방 제국주의가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희생시켜서라도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를 유지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음을 밝히 드러냈다.

그래서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과녁은 단지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군사적·정치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서방 제국주의 지배자들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인 래퍼 매클모어가 부른 ‘힌드 홀’은 이런 정서를 노래한다. “조 바이든, 네 손에는 피가 묻어 있어. 나는 가을에 너에게 투표하지 않을 거야.” 팔레스타인 연대를 노래한 ‘힌드 홀’의 조회 수는 수억 회가 넘었다.

이런 사태 전개의 촉매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다. 미국에서 영국까지, 요르단에서 한국까지 연대 운동은 정부의 탄압, 검열, 허위 선전에 맞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라파흐 난민촌의 천막에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 감사합니다”라는 글씨가 씌어 있다. 삶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 운동이 주는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팔레스타인인들을 매정하게 내팽개친 아랍 지배자들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베트남 전쟁 때처럼 국제적 운동이고, 제국주의 시스템을 겨냥하면서 급진화하고 있다.

그런 압력 때문에 서방 정부들은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고, 이스라엘의 “정당방위권”을 지지하던 종전의 입장에서 “휴전”과 “평화적 해결”로 선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