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휴전 제안: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시인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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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수락하게 만들 계획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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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5월 31일 새 휴전안을 제시했다. “6주간 휴전”하면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하는 등 3단계 휴전안이다.
사실 바이든의 ‘새 제안’은 하마스가 지난 5월 초 수락한 협상안과 본질적으로 같다. 이스라엘은 그 협상안을 거부했다.
바이든은 이 ‘휴전안’이 “이스라엘이 새로 제안한 방안”이라고 포장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도 “이것은 이스라엘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이면 이스라엘도 ‘예스’라고 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전 협상 성사의 책임을 또다시 하마스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발표는 이스라엘 정부를 혼란에 빠뜨렸다. 바이든의 발표 전까지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바이든의 발표 직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렇게 밝혔다. “전쟁 종식을 위한 이스라엘의 조건은 바뀐 게 없다. 하마스의 군사적 역량과 통치 능력 파괴, 인질 석방, 가자가 더는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하마스의 역량에 대해 네타냐후와 다르게 말했다. “현 시점에서 하마스는 더는 또 다른 10월 7일[의 공격]을 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이 거세지 않았다면 바이든은 휴전을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이든의 발표로 이스라엘 정부의 내분은 더 첨예해졌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베니 간츠 등 이스라엘의 일부 정치인들은 바이든의 제안을 지지했다. 지난주 토요일 텔아비브 거리로 쏟아져 나온 10만 명의 시위대도 바이든의 휴전안을 수용하라고 네타냐후에 촉구했다.
그러나 이타마르 벤-그비르와 베잘렐 스모트리치 등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들은, 바이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연정에서 탈퇴해 정부를 붕괴시키겠다고 네타냐후를 위협했다.
네타냐후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바람과 내각의 분열 사이에 끼어 있다.
하마스를 인정하는 협상은 네타냐후의 정치생명을 끝장낼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네타냐후는 하마스와 협상해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압력도 받고 있다.
사실 바이든 정부도 하마스 ‘정부’를 결코 용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바이든의 발표에서 가자지구 통치의 주체라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다.
20퍼센트 미만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이 시작된 지 8개월이 다 돼 가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여전히 완강하게 싸우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하마스의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은 가자지구 남부 넷자림 통로에 있는 이스라엘군 본부를 폭격했다.
또,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격에 대한 세계인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흐를 공격해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죽고, 이스라엘군이 ‘안전 지대’라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소개시킨 해안 지역도 포위하고, 그로 인해 식량·식수 등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기근 경고가 잇달아 나오면서 세계 곳곳에서 항의 행동이 분출했다.
이렇듯 가자 전쟁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바이든이 재선에서 패배할 공산도 커지고 있다. 이번 주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아랍계 미국인들(격전지의 부동표로 여겨지는 유권자층이다) 사이에서 20퍼센트 미만의 지지를 받았다.
바이든이 ‘새 제안’을 발표한 날이 도널드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과 관련한 혐의 34건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마스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자신이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는 꼬리표를 달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다.
하마스는 협상의 기준을 재확인했다: “항구적인 휴전, 가자지구에서의 완전한 철수, 재건, 실향민의 고향으로의 귀환, 진정한 포로 교환 협상 체결 등.”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할 의사가 없다. 이스라엘군은 바이든이 새 제안을 발표한 직후에 가자 전역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부레이지 난민촌에서 2명,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4명, 알자와이다 지역에서 7명이 사망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포병을 이용해 라파흐를 공격했다.
바이든은 지난주 금요일 연설에서 “이제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어떻게 이스라엘로 하여금 휴전 협상 조건을 수용하게 만들지는 말하지 않았다. 반면 하마스가 이 제안의 조건을 수락한 뒤 어기면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금도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격이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어서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무기와 자금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