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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식민 정착자 지배가 위기인 이유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인종 학살을 벌인 지 1년이 지나고 레바논까지 침공하는 것을 보면 이스라엘이 무적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온주의 프로젝트는 지금 위기 상황이다.

이스라엘 사회는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8월 말 이스라엘인 50만 명이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맞서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인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벌였다. 이스라엘 국가와 군사 기구까지 분열해 있다.

더 근본적으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파괴하지 못했고 가자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방안이 없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레바논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982년과 2006년에도 레바논을 침공한 바 있지만 그 결과는 저항 세력들이 지지를 얻고 다시 전투를 벌이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꺾지 못한 탓에 이스라엘은 심각한 내분에 시달리고, 중동 내 제국주의 질서도 위기를 겪고 있다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지난 76년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했고, 중동에서 스스로의 안정도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테러 국가라는 사실을 가려 주던 위장막이 갈가리 찢겨 날아갔다.

시온주의 프로젝트는 삼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첫째, 식민 정착자 국가 내부의 위기가 있다. 둘째, 중동 내 제국주의 질서의 위기가 있다. 셋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굴복시키지 못하면서 생겨난 위기가 있다.

이스라엘 건국자들은 제국주의 열강의 지원을 등에 업고 유대인만으로 이뤄진 정착자 국가를 세우려 했다. 이를 위해 1948년 ‘나크바’라는 대규모 테러를 통해 팔레스타인인 75만 명(인구의 80퍼센트)을 인종청소했다.

다른 정착자 국가와 달리, 이스라엘 건국자들의 목적은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송두리째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인 문제”를 일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48년 이후 이스라엘 인구의 20퍼센트 정도가 팔레스타인인이었고, 그 비율은 새 정착자 유입 물결들이 일면서 11퍼센트까지 줄었다. 이스라엘은 군사 지배와 탄압, 이등 시민으로서 사회 구조에 일정 수준 포섭하는 것을 통해 그 팔레스타인인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말부터 이런 ‘기존 질서’가 무너졌다.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그 지역에는 팔레스타인인이 100만 명 넘게 살고 있었고, 그중에는 나크바 때 피난 온 이들도 있었다.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이긴 지 닷새 후에 외무장관 압바 에반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강점 지배하는 것은 “드럼통 폭탄”을 끼고 사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동료 장관들에게 경고했다.

팔레스타인인을 몰아낸 땅에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온주의 프로젝트는 오늘날 600만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 인구에 맞서 상시적 계엄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 팔레스타인인 인구는 이스라엘의 유대인 인구에 거의 맞먹는다.

1967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이끄는 갈수록 거세지는 무장 투쟁에 직면했다.

1982년 이스라엘은 PLO와, 그들과 동맹한 무슬림과 좌파들을 분쇄하려고 레바논을 침공했다. 수만 명이 살해됐고, 여기에는 레바논 내 이스라엘 대리자들이 사브라·샤틸라 난민촌에서 학살한 3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 난민도 포함된다.

그러나 5년이 채 안 돼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제1차 인티파다라는 새로운 형태로 분출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란을 가라앉히고자 미국은 1993년에 오슬로 협정을 중재했다. 오슬로 협정은 PLO를 포섭해 팔레스타인 당국(PA)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배 체제에 부역하게 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키려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1987년 1차 인티파다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의 행진 ⓒ출처 Efi Sharir/ Wikicommons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라는 신기루가 사라지면서 2000~2005년 제2차 인티파다가 분출했고 그 후 하마스가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해 충격을 줬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2008년, 2012년, 2014년, 2018~2019년에 거듭 공격해 엄청난 파괴를 자행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계속됐다. 2021년에는 ‘단결 인티파다’가 일어나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단결시켰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키려던 모든 전략은 이렇듯 실패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의 그런 시도들은 결국 2023년 10월 7일 파산했다. 10월 7일은 75년에 걸친 폭력과 인종청소의 직접적 결과였다.

매번 저항이 분출할 때마다 (그리고 매번 이스라엘이 이를 굴복시키는 데 실패할 때마다) 식민 정착자 사회의 사람들은 더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인 이데올로기로 기울었다. 오늘날 이스라엘 사회의 가장 우파적인 부분은 제2차 인티파다 이후에 성년이 된 이스라엘 청년들이다.

노동당 시온주의는 이스라엘 건국 후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 정부, 국가, 군대를 지배했지만 이제는 퇴물이 됐다.

게다가 새 정착자 유입 물결이 일 때마다 이스라엘 사회 내에서는 저마다의 입지를 두고 경쟁이 벌어졌다. 그에 따라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특권이나 특혜를 얻어 내기 위한 정당들이 여럿 부상했다. 이런 분열은 시온주의 프로젝트 자체가 위기를 겪으면서 더 첨예해졌다.

극우 시온주의 세력은 PA를 용인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요르단강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땅 전체를 이스라엘로 병합하기를 바란다. 이들은 지금 서안지구에서 군대와 정착자들이 퍼붓는 맹공을 추동하는 세력이다.

이 종교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우익은 또한 이스라엘 내 북아프리카·중동계 유대인(미즈라힘)에게서도 지지받고 있다. 1950년대에 이스라엘로 건너온 이들은 유럽계 시온주의자들이 주름잡는 사회에서 모멸과 차별을 겪어 왔다.

시온주의 권력층과 이스라엘의 군 수뇌부, 정보기관들은 우익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들은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점령’이라는 허울을 버리고 팔레스타인 점령지를 병합해 인종분리 체제를 공식화한 국가를 수립할 경우 중동에서 일어날 파장을 우려한다.

이처럼 서로 경쟁하는 이스라엘 내 세력들은 ‘종전 이후’ 가자지구 계획을 놓고서도 분열해 있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은 양쪽 진영 모두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궤멸되지 않았다. 이집트와 아랍 지배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국으로 “이전”시키는 구상에 반대한다. 그랬다가는 자신들의 정권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 수뇌부는 가자지구를 영구히 점령해 다시 정착촌을 짓는 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설령 그들이 원한다 한들, 인종 학살을 수십만 명 규모로 확대하면 중동의 반란과 세계적인 대중 시위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런 교착 상태가 시온주의 국가 내에서 첨예한 분열을 부채질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격화시킨 것이다. 물론, 이 시위들은 어떤 의미에서도 반전 시위가 아니고 시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에 관심이 없다. 더욱이 네타냐후와 그가 속한 리쿠드당은 지난 6월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살해한 후 지지율을 회복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군의 차량을 탈취하고 기뻐하는 가자 주민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네타냐후는 다시금 주요 야당 인사들의 지지율을 앞질렀다. 네타냐후는 휴전하라는 미국의 압력에서 벗어났고, 서로 다투던 시온주의 진영들을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결집시켰다.

그러나 위기 해결 능력의 부재는 중동의 제국주의 질서와 아랍 정권들에 부정적 결과를 안길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식민 정착자 사회의 독특한 국가 구조 덕분에 제국주의 질서를 지탱하는 데서 필수적인 기둥 역할을 맡게 됐다. 다른 아랍 정권들과 달리 아래로부터의 반란에 취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른바 “군사력의 질적 우위”(QME)를 지켜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법에 명시하기까지 했다. QME란 “이스라엘의 피해나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어느 개별 국가나 국가 연합, 비국가 단체가 덤벼 와도 반격해서 무찌를 능력”을 일컫는다.

이스라엘은 우위를 점한 가운데 주요 아랍 국가들과의 동맹 관계를 구축해 왔다. 1973년 전쟁 이후 이집트와의 동맹 체결을 시작으로, 이후 요르단, 더 근래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국,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잇따라 동맹을 맺었다.

2023년 10월, 미국은 가장 중요한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 체결이 임박했던 것이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그 후의 일들은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이제 지난 수십 년보다 이스라엘에 더 의지해야 하고, 이스라엘의 행동에 행사하는 입김이 예전만 못하다. 미국의 지배력은 다른 제국주의 경쟁국들을 견제하고 중동 내 아랍 국가들을 통제하는 데서 과거보다 약해졌다. 미국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재앙적 실패를 겪으면서 커져 버린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남중국해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군사력을 보강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처럼 상호 작용하는 다중 위기의 근저에서, 중동에서 반란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국주의 질서와 시온주의 정착자 프로젝트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온주의 정착자 국가가 내부로부터 저절로 붕괴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방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전쟁과 인종 학살적 폭력, 테러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중동의 대중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국과 그 동맹 또는 아랍 지배자들은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중동의 혁명과 제국주의 야수 심장부에서의 대중 반란만이 위기를 끝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