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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번역본 출간:
유대인 로비설은 진정한 표적을 흐릴 뿐

최근 한국에 번역 출간된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존 J. 미어샤이머, 스티븐 M. 월트, CRETA, 2024)은 친이스라엘 로비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 유명해진 책이다.

저명한 현실주의파 국제정치학자인 저자들은 2006년 초판에서 당시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점령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용인한 배후에 막강한 친이스라엘 로비가 있다고 주장해 좌우 양측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맞서 저자들이 초판의 논지를 유지하며 대폭 보강한 것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출판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라크 전쟁과 이스라엘 지원이 중동에서 미국의 정치적·도덕적 헤게모니에 손상을 가져와 미국의 국익에 해로운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그런 자해에 가까운 정책을 편 것은 유명한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AIPAC(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 같은 곳의 로비가 당시 부시 행정부를 압박해 정책을 변경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패권을 위한 전초기지 구실을 하는 국가다 ⓒ출처 백악관

이 책의 2006년 초판이 처음 공개됐을 때 영국 마르스크주의자인 크리스 하먼은 다음과 같이 이들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라크] 전쟁에 진지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런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 그런 주장은 전쟁 배후의 진정한 추진력을 보지 못하게 만들고, 그래서 음모론자들이 이 세상의 악행을 모두 ‘전 세계 유대인들의 음모’ 탓으로 돌릴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들의 주장은 얼핏 미국의 침략 전쟁,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대한 미국의 지지·지원을 비판하는 듯이 보이지만, 진보적인 맥락은 전혀 없다.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건국을 정당하다고 보고, 이스라엘의 자위권 주장을 옹호한다.

다만, 이스라엘이 더는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들은 냉전기에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었다고 본다. 아랍권 내 반이스라엘 국가들에 대한 소련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련이 해체된 냉전 이후에는 (중국, 러시아 등이 파고들지 못하도록) 중동 국가들을 포섭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크리스 하먼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략 자산이 아니라고 본 점이 문제라고 예리하게 비판했다. 저자들의 주장은 중동에서 작동하는 제국주의의 진정한 동학을 거꾸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중동 전초기지

세계적인 석유 생산의 중심지인 중동에서의 패권은 냉전 종식 후에도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의 중요한 일부다. 중동 패권을 위해선 현지 동맹 국가가 필수적이다.

유대계 마르크스주의자 롭 퍼거슨은 (미국의 현지 동맹으로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다른 동맹국이 갖추지 못한 이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착자 식민 국가인 이스라엘은 그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의 패권 정책에 부응하다가 국내 대중 반란에 직면할 위험이 없다.

이스라엘의 시온주의 프로젝트 자체가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아 정착자 식민 국가를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완성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국가는 늘 자신들이 미국과 서방의 중동 지배에 유용한 존재(특히 미국의 중동 경비견)임을 입증하려고 해 왔다.

이스라엘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 강탈과 점령에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은 국내에서의 반발을 걱정할 필요 없이 미국(과 서방)을 위해 궂은 일을 도맡아 해 줄 국가인 것이다.

바로 그 점이 미국 등 서방 열강이 인종청소로 영토를 확보한 이스라엘의 건국을 지지한 이유이고, (저자들의 주장처럼) 미국이 다른 친미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정치적·경제적·군사적 후원을 이스라엘에 제공해 온 까닭이며, 미국의 두 주류 정당과 거대 기업들에 친이스라엘 로비가 통하는 배경이다.

이런저런 전술적 의견 충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1년 넘게 지속하는 데서 가장 강력한 후원자는 미국이다.(물론 영국, 독일 등 친미 열강의 무기 지원도 만만찮다.)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없다면 학살의 지속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이미 재정 위기와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존재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미국의 국익)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사태의 동학을 거꾸로 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국 제국주의의 원죄를 벗겨 주는 효과를 낸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국익에 배치된다는 유대인 로비가 어떻게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이 책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저자들이 책 8장에서 부시 정부의 팔레스타인 해법이 친이스라엘 로비에 굴복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결국 저자들 같은 주장은 크리스 하먼의 지적처럼 진정한 표적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고, 극우와 파시즘의 반유대주의적 인종차별 이데올로기인 “유대인 음모론”에 길을 열어 준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낳은 고통과 범죄를 소수 인구 집단에게 돌리는 음모론은 평범한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운동의 힘을 약화시킨다. 인종 학살에 맞서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이런 음모론이 설 자리는 없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만행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 속에서만 종합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실천적 결론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막으려면 이스라엘 국가를 분쇄해야 하고 그러려면 제국주의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아랍 지역의 노동자 대중 봉기와 혁명,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팔레스타인 해방의 세 기둥이라고 보는 국제주의의 전망은 이런 분석에서 비롯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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