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내각도 끌어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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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관저를 요새 삼아 체포에 저항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헌법재판관 일부의 임기가 만료돼 판결을 내리지 못하도록 시간을 끄는 한편, 최근에는 아예 탄핵 기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공세를 강화하는 듯하다. 민주당 측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뺀 것에서도 자신감을 얻었을 법하다.
최상목을 필두로 한 국무위원들은 말로는 윤석열과 거리를 두고 ‘국정’에만 신경을 쓰겠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윤석열이 목적한 바를 이룰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어떤 일은 하고 어떤 일은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최상목은 1월 3일 경호처가 모든 수단과 온 힘을 사용해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할 수 있도록 목줄을 풀어 줬다. 경호처에 체포 협조를 지시하기는커녕 거꾸로 경호처의 경찰 지원 요청을 경찰 측에 그대로 전달했다.
최상목은 “권한대행의 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더니 정작 윤석열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만 집행했다.
헌법재판관 후보 3인 중 진보 성향의 마은혁 후보자를 빼고 중도·우파 성향 후보자 2인만 선택적으로 임명했다. 윤석열이 헌법 재판도 해볼 만하다고 여기게 된 한 요인이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공수처가 계속 수사를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반면 특검은 모조리 반대하고 있다. ‘내란 특검’에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상설특검도 추천 의뢰를 하지 않고 있다.
한덕수 탄핵안이 발의된 날, 최상목은 다른 국무위원들을 소집해 한덕수를 옹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자신들이 윤석열 정부의 일원으로서 일심동체임을 강조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와 다름없다.”
최상목 외에도,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들은 모두 당시 상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처벌을 피하려 말을 아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계엄 결정 과정이 법원에서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윤석열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배를 탄 심정으로 서로를 보호함으로써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가 붕괴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12인 중에는 탄핵당한 윤석열, 한덕수, 박성재(법무부)와 구속된 김용현(국방부), 사퇴한 이상민(행안부)을 제외하고도 7명이 더 있는데, 이들 중 국정원장은 애당초 계엄 계획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도 계엄이 해제되기 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없다. 동조했거나 최소한 묵인·방조한 자들로 당장 체포돼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용현을 제외한 국무위원들을 무혐의 처분하려 한다.
대놓고 계엄을 옹호하는 노동부 장관 김문수와 극우 본심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통일부 장관 김영호, 문체부 장관 유인촌, 보훈부 장관 강정애도 여전히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 외교부장관 조태열은 미국 정부가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에 지지를 보내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주호와 조규홍은 윤석열이 추진하던 경쟁 교육 강화와 의료 시장화를 한 걸음이라도 더 추진하려고 안간힘이다.
1월 9일 오전에는 서울중앙지검이 경북 성주 소성리 사드기지 반대 집회 장소인 원불교 진밭평화교당 천막을 압수수색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협조하는 한미동맹에 한치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고, 이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저항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세를 보여 준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군사기밀 누설’이라며 수사를 의뢰한 것에 대한 조처다. 최상목 내각은 윤석열이 추구하던 가치와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함으로써 그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는 최고의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장 신원식, 비서실장 정진석 등 대통령 없는 대통령실을 지키는 자들도 계엄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자들은 최상목의 선택적 헌법재판관 임명에도 집단 사의를 표할 정도로 윤석열 지키기에 열심이다.
이들은 윤석열과 그의 과제를 지킴으로써 극우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정협의를 한다며 최상목에게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은 윤석열과 우파 일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 자들의 ‘국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한 사람도 남김없이 끌어내려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