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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나크바 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일란 파페, 타리크 알리,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이 운동의 전망을 토론하다

“팔레스타인에 해방을(Free Free Palestine)!” 힘찬 구호를 외치는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참가자들 ⓒ이미진

5월 3일 토요일 낮 서울 종각역 인근 교원챌린지홀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5월 15일 ‘나크바의 날’을 앞두고 열린 ‘나크바 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 200명 가까이 참가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이 포럼을 주최했다.

포럼은 한국인, 팔레스타인·이집트·예멘 등 아랍인들과 미국·영국·독일·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영어·아랍어 동시통역 덕분에 참가자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열띠게 토론할 수 있었다.

특히,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저명한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와 수십 년째 반제국주의 운동가로 활동해 온 타리크 알리가 연설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직접 들은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대가다운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연설은 온라인으로 이뤄졌지만, 안정적인 화상 대화를 위한 주최 측의 노력 덕분에 두 연사와 참가자들은 마치 같은 장소에 있는 듯 함께 호흡하며 토론할 수 있었다.

포럼 장소 한편에 마련된 다채로운 부스들도 참가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예술 전공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리나드 씨의 작품 전시, 팔레스타인 아자 난민촌 아이들의 사진전, 일란 파페와 타리크 알리의 저서 소개, 이집트인 난민 인정 캠페인 등.

성대하게 열린 이날 포럼은, 가자지구에서 학살과 봉쇄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연대를 지속하고 넓힐 영감과 에너지를 줬다.

일란 파페: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인종 학살 국가입니다”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이 1948년에 인종청소를 통해 세워진 국가이며, 그 과정에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의 지원과 방조가 있었음을 조목조목 밝혔다.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일신을 바친 노학자의 강단이 느껴졌다.

그는 지금도 계속되는 ‘제2의 나크바’에 맞서, 그가 있는 영국과 청중이 있는 한국 모두에서, 또 전 세계에서 저항과 연대를 지속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청중 토론에서는 일란 파페의 저서에서 많은 영감과 도움을 받았다는 헌사들과 함께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서 일란 파페가 온라인 연설을 하고 있다 ⓒ이미진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이 연사 일란 파페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미진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을 위해 이스라엘이 필요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대한 일란 파페의 답변은 명료했다.

“홀로코스트에서 피신한 유대인들이 난민으로서 팔레스타인 땅에 갔다면 그곳의 선주민들은 그들을 환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침략자, 점령자, 식민주의자들로서 그 땅에 갔습니다. 선주민들을 쫓아내고 그 땅을 빼앗기 위해서입니다.

일란 파페가 이스라엘 태생으로 나크바와 이스라엘 건국의 진실을 탐구한 학자라는 점 때문에, 이스라엘 내부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 묻는 질문들도 있었다.

일란 파페의 답은 단호했다. “이스라엘 내부 동력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수십만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네타냐후 정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만,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 학살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메시아주의적이고 광신적인 정부가 싫은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이 범죄라고 규탄하는 이스라엘 유대인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시위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압당합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극소수일 뿐입니다.”

한편,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밖 유대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 변화의 의미를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내 유대인 청년 사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이스라엘 국가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큰 위협이 될 매우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유대교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유대교와 시온주의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관점이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병존하는 ‘두 국가 방안’이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란 파페는 이렇게 답했다.

“두 국가 방안은 이미 죽은 구상입니다. 두 국가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의 식민 정책과 만행을 정당화하는 데에 쓰입니다.

“이스라엘은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이고 인종 학살 국가입니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에 기반한 하나의 국가,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해방된 팔레스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열띤 토론으로 포럼의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타리크 알리: “중동 민중의 반란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열쇠입니다”

타리크 알리는 며칠 전 4월 30일이 50년 전 베트남 민중이 미국 제국주의를 패퇴시킨 날임을 상기시키며 발제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수십 년 동안 반제국주의 운동에 헌신해 온 활동가답게, 타리크 알리의 발제는 노련함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서 타리크 알리가 온라인 연설을 하고 있다 ⓒ이미진

타리크 알리는 참혹한 인종 학살이 벌어지는데도 한사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을 맹렬히 규탄했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물음은, 그동안 주구장창 문명이니 인권이니 보편적 가치니 떠들었던 서방 세계가 도대체 어떻게 지금은 인종 학살을 대놓고 지원하게 됐느냐는 것입니다. 이제껏 서방은 그런 미사여구로 이라크·시리아·리비아 등 곳곳에서 벌인 침략 전쟁을 정당화해 왔으면서 말입니다.

“이제 아무도 서방 국가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존엄과 권리를 신경 쓴다고 믿지 않습니다. 서방의 가면이 완전히 벗겨진 것입니다.”

타리크 알리는 서방 제국주의 열강의 추악한 면모를 거듭 폭로했다. “독일을 보십시오, 과거 인종 학살의 책임이 있는 독일 정부가 지금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인종 학살을 속죄하기 위해 또 다른 인종 학살을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타리크 알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그는 미국·영국·한국 등에서 벌어지는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서방 제국주의 열강을 궁지로 몰아넣어 대(對)이스라엘 지원을 끊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타리크 알리는 아랍 노동자 대중의 저항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아랍 민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국 정부의 인종 학살 협조에 맞서 거대한 총파업을 벌인다면 사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머릿속을 맑게 해 주는 명쾌하고 단호한 발제 이후 청중 토론이 이어졌다. 제국주의 경쟁 속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발언, “국제 사회”가 어떤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 중동에서의 연대가 확대될 수 있을지 묻는 질문, 팔레스타인 연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한국 교사들의 노력 등 다양한 발언이 나왔다.

강연장을 가득 채운 다양한 국적의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참가자들 ⓒ이미진

타리크 알리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윤석열에 맞선 민주주의 운동과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토론 정리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중동에서의 반란이 필요하고 가능함을 재차 강조했다. “저는 이집트 등 아랍 지역에 여러 차례 방문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랍의 봄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고문과 박해가 되돌아왔습니다. 그에 대한 대중의 공포는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을 외면하는 자국 정부가 ‘수치스럽다’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저항 운동의 승리에는 어떤 법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국 정부에 맞설 수 있게 되면 그 운동은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운동이 당장 그런 상태는 아닙니다.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에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타리크 알리는 일란 파페와 마찬가지로 미국 내 유대인들의 의식 변화와 그들이 동참한 팔레스타인 연대 학생 운동을 상기시키며, 그 운동들이 보여 준 가능성과 투지가 한국의 청년·학생들에게도 여러 면에서 영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리크 알리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일화를 소개하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제가 1966년 쿠웨이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토론회에 참가한 기억을 공유하며 마치겠습니다. 그때 갓산 카나파니라는 훌륭한 팔레스타인인 작가가 연설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질문했습니다.

“카나파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목과 칼 사이에 어떤 협상이 가능하겠는가.’”

확고한 반제국주의적 신념과 해방의 가능성을 보여 준 노 혁명가의 연설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서 살라흐엘딘 엘게빌리 한국외대 아랍어과 부교수가 갈무리 연설을 하고 있다 ⓒ이미진

두 해외 연사의 강연이 끝나고, 한국외대 아랍어과 살라흐엘딘 교수가 토론회를 갈무리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팔연사 운동에 함께하며 특유의 재치와 열정으로 연대자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는 그에게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저항은 희망이고 꿈이고 삶입니다. 지금 아랍 세계의 유일한 희망은 가자지구입니다. 그 작은 땅에서 여전히 저항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항하는 한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팔레스타인에 해방을(Free Free Palestine)!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독립하리라(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참가자들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5월 11일 일요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는 ‘나크바 77년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계속되는 나크바, 그러나 저항과 연대도 계속된다

두 연사와의 토론 외에도,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1년 8개월 동안 한국에서 함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참가자들이 연대의 의의를 확인하고 연대 지속을 결의하는 시간도 있었다.

포럼의 첫 세션으로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다’에서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에 매진한 다양한 배경의 활동가들이 연설했다.

‘팔연사’ 초창기부터 운동 건설에 헌신해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가 특유의 카랑카랑하고 힘찬 목소리로 세션의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다’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에서 재한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활동가들이 연설하고 있다 ⓒ이미진

팔레스타인인 문타하 서울대 연구원은 자신이 나크바 피해자들의 후손임을 밝히며 나크바 이전과 이후의 팔레스타인 역사를 소개했다. 또한, 식민 지배와 군부 독재에 맞선 역사가 있는 한국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다.

“나크바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불행히도 나크바가 더 잔혹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역시 계속되고 더 성장할 것입니다. 이런 저항이 계속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하나는 여러분의 연대입니다.”

문타하 씨는 윤석열을 파면시킨 한국인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연설을 마쳤다.

“여러분이 이룬 승리를 축하드리면서, 우리 팔레스타인인들도 여러분의 축하를 받을 날이 곧 오기를 바랍니다.”

오수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는,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며 얻은 생생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 운동에 참가한 많은 청년·학생들이 난민과 이주노동자, 그리고 유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이주민들의 삶과 현실을 알게 됐고, 특히 무슬림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이 운동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편견이 깨졌다고 말해 줬습니다.”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부터 반전 운동에 적극 참가해 왔다고 밝힌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인권위원장은 대학생들이 운동의 소중한 동력임을 강조했다.

최규진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현재 한국에서 발호하는 극우에 맞선 투쟁에도 영감을 줬다며, 여러 학교에서 두 운동을 모두 함께 건설한 경험을 나눠 큰 박수를 받았다.

2023년 10월 7일 직후, 팔연사가 출범하기도 전부터 함께 새로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일궈 온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 알리 셰하타 씨가 마지막으로 연설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한 아랍 민중이 이스라엘에 굳건하게 맞설 것임을 역설하며 우리도 연대를 지속하자고 호소했다.

“범죄 국가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 벤구리온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노인들은 늙어 죽을 것이고 젊은이들은 팔레스타인을 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새 세대들은 열사들을 보며 굳건한 저항을 줄곧 이어 왔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시도 멈추지 않고 연대 행동을 해 온 여러분들과 함께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션의 의장 나리만 씨는 힘찬 구호를 선창하며, 모두가 5월 11일 나크바의 날 집중 행동에 함께하자고 호소하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팔레스타인인 문타하 서울대 연구원 ⓒ이미진
‘저항은 희망을 낳고’ 포럼장에 전시된 재한 팔레스타인인의 예술 작품 ⓒ이미진
강연장을 가득 채운 ‘나크바77년: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참가자들 ⓒ이미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오는 5월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나크바 77년 집중 행동의 날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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