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크바 77년 집중 행동의 날 집회: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700여 명이 굳건한 팔레스타인 연대를 다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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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15일은 팔레스타인인들이 1948년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추방당한 ‘나크바’가 77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나흘 앞둔 5월 11일 일요일 서울 도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2023년 10월 7일 이래로 1년 반이 넘도록 연대 집회를 열어 온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집중 행동의 날 집회였다.
이날은 지난해 말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의 여파가 일단락된 뒤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하루 전날이기도 했다. 그동안 도심에서 극성스럽게 소란을 떨던 극우 집회도 규모가 크게 줄었고, 도심은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구·부산·울산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사람들도 함께한 이날 집회는 올해 팔연사 집회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울산에 사는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10여 명이 함께 상경해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행진 중에 700여 명 가까이로 불어난 시위대는 광화문광장 인근과 인사동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박수를 치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리는 내외국인들도 있었고, 감격한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로 행진 대열을 찍기 바빴다.
지난 1년여 동안 그랬듯 이런 영상들은 SNS 등을 통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세계 곳곳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가자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글자 그대로 인종청소를 벌이는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이런 연대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집회의 규모가 커진 만큼 길을 가다 멈춰 발언을 듣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사회를 맡은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는 나크바 77년을 맞는 이날 집회의 의의를 강조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나크바 77주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는 단지 이날을 기억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학살에 맞서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이날을 매주 매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야말로 바로 이스라엘로 하여금 잠 못 들게 하고, 우리의 숫자에 부끄러워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두려워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주역들이 발언에 나섰다.
재한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나심 씨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했다.
“어느 누구도 이 전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 시온주의자들은 가자지구를 온갖 무기와 장비를 테스트하는 실험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시온주의 군대는 어떠한 자비심이나 절제 없이 체계적인 파괴와 강제 이주 작전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을 내쫓고 그 땅을 점령하려 한 1948년에서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미사일과 총탄을 넘어선 재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봉쇄 때문에] 이제 가자지구 사람들은 총탄에 맞기 전에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1948년 나크바 당시 일어난 일이 결코 반복되지 않을 것임을 전 세계 앞에서 선언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마지막 한 명까지 죽인다 해도 우리는 결코 우리 땅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 팔레스타인 만세!”

여러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학생들을 대표해 이시헌 씨가 발언했다. 이시헌 씨는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이화여대 등 다른 캠퍼스에서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학생들도 함께 무대에 섰다.
“지금 미국에서는 매카시즘을 방불케 하는 광기 어린 탄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 등으로 유학생들이 체포되고 비자를 취소당했습니다.
“그러나 탄압이 있는 곳에는 늘 저항이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을 뒤흔든 캠퍼스 점거 농성의 진원지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다시 행동에 나섰습니다.
“박해받고 있는 미국 대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결코 고립돼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동지들의 편에 서 있습니다.”
이시헌 씨는 나크바의 날인 5월 15일 대학생들이 서울 신촌에서 벌일 ‘대학생 행동의 날’에 대한 참가와 지지를 호소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한 축을 이뤄 온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을 대표해서 한국어로 발언한 세퍼틴 어린이도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방조하는 이집트 정부를 비판했다.
“우리에게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권리는 없습니까? 우리는 억압당하고 유린당하고 포위되고 굶어 죽고 학살당하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까?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모두에게 수치입니다.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국경을 열어라 배신자들이여. 팔레스타인의 아이들을 구하라!”


미국 뉴욕에서 온 야나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폭력적 탄압을 규탄했다.
“미국에서는 거리와 학교, 대학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겨냥한 폭력적인 탄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를 침묵시키고 겁주려고 마흐무드 칼릴, 정현서 학생을 비롯한 많은 학생을 표적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들이 우리의 힘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쟁 위기가 고조된 카슈미르 지역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자란 자하시 씨는 제국주의에 맞서 평범한 사람들이 벌이는 저항의 의의를 강조했다.
“저는 영국에 맞선 아일랜드인들의 저항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제국에 굴복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억압은 우리가 복종할 때 번성하고 해방은 우리가 복종하지 않을 때 시작됩니다.
“팔레스타인인이 아니어도 팔레스타인을 위해 싸울 수 있습니다. 단지 인간이라면 그리고 용기가 있다면 싸울 수 있습니다.”
다음 주말 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나크바 77년을 기해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잔인한 공격과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와 그들과 연대하는 전 세계 민중의 목소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