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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법관회의 앞두고 물러선 민주당

주목받았던 5월 26일 법관대표회의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고 끝이 났다. 대선 이후에 회의를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그 회의가 열리는 날 오전, 민주당은 자신이 발의한 두 사법 개혁안을 철회한다고 공식 밝혔다. 대법관을 증원하는 안과, 비법조인이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는 대법관 자격 완화 법안이었다.

법관대표회의 참석자들이 민주당의 이 공식 공지를 보고 회의를 중단했음을 시사한다. 필요한 양보를 받아내자 회의를 중단한 것이다.

쿠데타 세력 용인하는 사법부가 무풍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 ⓒ이미진

이번 법관대표회의가 처음 잡힐 때만 해도 이 회의는 조희대 대법원이 무리하게 대선에 개입한 것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항의 때문인 걸로 알려졌다.

조희대 대법원은 10만 쪽이나 된다는 재판 기록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갖지 않고 이재명 2심 무죄를 파기환송 시키더니, 파기환송 하자마자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배당했다. 판결 결과를 서울고법 재판부에 우편 송달하지 않고 인편으로 보내 곧바로 재판 기일을 잡을 수 있게 했다.

조희대 대법원이 이처럼 수십 년 관행도 무시하고 초유의 속도전 판결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대선 투표 전 이재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는 것이었다. 쿠데타를 막아 낸 덕분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쿠데타 반대 세력의 가장 유력한 후보를 제거해 버리려 한 것이다.

그래서 대법 파기환송 결정 직후 법원 내 전산망에는 일선 판사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조희대와 법원행정처장 천대엽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곧바로 재판권을 신속히 계엄사령부에 넘길 방안을 논의할 회의를 소집했었다. 계엄사령부가 다 모이기도 전에 말이다. 그래서 쿠데타 가담 여부를 의심받아 온 자들인데,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그런데 법관대표회의가 결정되고 조율 끝에 공개된 회의 안건은 재판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 문제가 핵심 안건이었다. 대법의 대선 개입이 삼권 분립을 해친 게 아니라 그런 대법원의 반동적 월권 행위를 제지하고 응징하는 것이 삼권 분립을 해친다는 것이니, 사실상 사법부는 무풍지대로 놔두라는 결정인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에 무죄를 남발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 이번 민주당이 발의한 두 개의 사법 개혁 법안의 내용이 단지 화풀이 수단인 것은 아니다. 십수 년 전부터 사법 개혁의 하나로 거론돼 오던 것들이다.

법관 증원은 피해자든 피의자든 재판을 신속하게 받을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 무엇보다 법원 자신이 사건 대비 법관 수가 현저히 적어 재판 지연에 따른 인권 침해뿐만 아니라 판사들의 업무 과다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대법원장 조희대와 법원행정처장 천대엽이 전국법원장간담회를 소집해 정치권에 법관 증원을 압박했었다.

그중에 특히 증원이 필요한 것이 대법관이기도 하다.

또한 대법관이 꼭 관련 시험에 합격한 극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만 나오라는 법이 어딨나. 법을 가르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사법고시 합격이 공정함이나 현명함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양승태, 조희대, 윤석열, 나경원 같은 자들을 보라. 게다가 윤석열 내란죄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도 징계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 법관대표회의가 자칫 민주당의 사법 개혁안들을 삼권 분립 침해라며 민주당을 공격하는 결정을 하면 선거에서 중도 표심 잡기에 타격을 입을까 봐 먼저 후퇴한 것이다.

이재명은 법관회의를 하루 앞두고 “[사법 개혁은] 장기적인 과제이고 그 문제에 매달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또 다른 갈등과 국론분열을 부를 것”이라며 개혁 법안 철회를 지시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결국 조희대 탄핵은커녕 그동안 지체돼 온 사법 개혁, 쿠데타 세력 척결을 위해서는 대중 자신의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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