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윤석열 석방시킨:
국가 기관들은 사실상 군사 쿠데타 공범들

헌법재판소에서 뻔뻔하게 군사 쿠데타의 정당성을 옹호하던 윤석열이 서울구치소 문을 나서며 웃는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는 장면에 수많은 사람이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판사 한 명의 결정으로 온 나라의 시계가 윤석열이 관저에서 농성하던 두 달 전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당시와 달리 이제 윤석열은 한동안 체포나 구속의 우려 없이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에 임할 수 있다. 경호처와 비화폰 서버가 압수당할 위험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여차하면 극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할 수도 있다.

사실 자중하라는 보수 언론들의 조언에도 아랑곳 않고 윤석열은 여당 지도부와 비서진(대통령실)을 만나 각종 현안 보고를 받고 비공개 지시를 시작했다.

헌법재판에 끼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일부 논평가들의 희망 섞인 관측과 달리, 윤석열 구속 취소는 정치적 효과를 내고 있다.

윤석열을 석방시킨 지귀연 판사는 검찰이 구속 만료 시한을 넘겨 기소했다는 이유를 핵심적으로 들어 구속을 취소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날’이 아니라 ‘시간’만 제외해야 하므로 검찰이 기소하기 9시간쯤 전에 이미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는 것이다.

그는 “신체의 자유,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거론하며 모호할 때는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피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척하는 이 결정에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법조문도 “날”과 “시간”을 구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악의 인권 파괴 기도범 윤석열을 석방시켜 주는 것이 인권적 판결인 듯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판사가 유아인 씨를 구속했던 것도 인권적 판결이었나?

지 판사는 또한 법률상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여부가 모호하다고 구속 취소의 사유에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설사 모호함이 있을지라도 압수수색 영장 발부부터 체포영장 발부(서부지법), 체포적부심(중앙지법), 구속영장 발부까지 다른 재판관들은 일관되게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가 여느 범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위협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결국 지 판사는 사인(私人)으로서 윤석열의 권리를 사회 정의와 온 국민의 안위보다 앞세운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검찰과 공수처가 윤석열을 불법으로 구속한 셈이 되니 공소기각도 가능할 것이다.

이는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의 행동에 정당성이 있다는 명분도 제공하는 셈이다. 그들은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이 다 불법이라는 게 확인됐다”며 “국가기관의 불법에 대해 국민들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풀어 주면서 인권 내세운 지귀연 판사는 별문제 아닌 문제로 유아인 씨는 구속했었다 ⓒ이미진

검찰, 법무부, 비서실 - 윤석열 부역자들

검찰은 뻔뻔스럽게도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구속 취소 판결 하루 만에 윤석열을 석방했다. 검찰총장 심우정은 검사가 법원 판결을 무효화해서는 안 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상급법원과 심지어 헌법재판소까지 고려하는 듯한 발언이지만 실제로는 그 법원들에서 다른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을 자신이 임의로 봉쇄해 버린 것이다.

심우정은 즉시항고를 ‘포기’해 놓고 즉시항고가 ‘가능한’ 사안에는 보통항고도 할 수 없다는 법조문을 들어 아예 항고 자체를 포기했다. 지 판사의 판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의 제기는 안 한 셈이니 결국 윤석열은 석방시키고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늑장 기소한 것이 검찰이었으니, 애당초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지적조차 나온다.

논란이 커지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즉시항고 해서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도, 심우정은 ‘검찰의 독립성’ 운운하며 거부했다.

돌이켜보면, 군사 쿠데타 실패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사를 받지 않은 것은 윤석열과 그의 친정인 검찰뿐이다.

검찰은 김용현과 군 장성들에 대한 수사에서 일정한 성과를 낸 듯하지만,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수사가 일정 범위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결정적 길목마다 차단하는 구실도 해 왔다.

이상민, 박성재 등 쿠데타 직후 물러난 공범들은 구속하지도 않고 최상목 내각에 대한 수사도 어떻게 됐는지 감감무소식이다. 경호처와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노상원 수첩에 적힌 상세한 모의 내용도 공소장에 반영하지 않았다.

검찰은 자신에 대한 혐의는 은폐하는 한편 또 다른 수사기관인 경찰 국수본과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는 모조리 압수수색했다. 심지어 국수본 수뇌부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기자가 본지 지난 호에서 의심했듯, 자신의 쿠데타 연루 은폐·축소를 위한 시도로 보인다.

윤석열은 쿠데타 당시 최상목, 이상민, 조지호 등에게 종이에 적은 지침(“쪽지”)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 맨 아래에는 페이지 번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각 부처별로 지시를 정리해 뒀던 듯하다.

그런데 쿠데타 직전 열렸다는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이후에도 쿠데타를 옹호한 법무부 장관 박성재에게는 전달된 지시가 없었을까?

박성재는 윤석열과 초임검사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근무한 사이로,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았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다.

박성재는 쿠데타 기도가 미수로 그친 당일, 이상민 등과 대통령 안가에서 만나 후속 논의를 했다. 그 자리에는 대통령실 민정수석 김주현도 있었다.

김주현은 쿠데타 실패 이후 윤석열의 지시로 국방부 장관 김용현의 검찰 출석(과 보호)을 도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주현은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현 검찰총장 심우정의 직속상관이었다.

박성재가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심우정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박성재가 법무부 장관일 때 심우정은 법무부 차관으로 함께 근무했다.

윤석열은 쿠데타 모의가 한창이던 2024년 9월 심우정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심우정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하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비리를 캐낸다며 산업부와 관계자들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지휘한 인물이기도 하다.

윤석열 - 박성재(법무부) - 김주현(비서실) - 심우정(검찰)은 오래된 한 팀이다 ⓒ출처 대통령실

낙관할 때가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로는 ‘안정된 전환’을 위해 쿠데타 공범들에 대한 경계심을 의도적으로 낮춰 버렸다. 쿠데타 공범들이 여전히 핵심 권력을 쥐고 있는데도 ‘국정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공세가 아니라 협조를 구하는 자세였다.

쿠데타 모의에 가담했거나 방조했던 것이 명백한 내각을 사실상 인정하니, 최상목을 제거할 동력과 기회도 잃었다. 쿠데타에 가담한 군 장성들과 장교들에 대한 감시도 느슨해졌다. 검찰도 이 과정에서 시야에서 벗어난 듯하다.

본지가 거듭 지적해 왔듯이 윤석열 탄핵은 물론이고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단죄는 결코 보장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국가와 국가 기관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도 본지는 강조했다.

윤석열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며 시간을 벌고 법 기술자답게 법의 허점을 공략해 아주 작은 틈을 만들어냈고, 법원과 검찰은 그 틈에 쐐기를 밀어넣었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갈망하지만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설사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그것이 이 사태의 끝은 결코 아닐 것이다.

반격이 시작된 만큼 퇴진 운동의 힘은 탄핵소추 때보다 더 커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무기력한 단식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즉시 총파업을 명령해 노동자들이 가장 효과적인 힘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