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김문수 지지율 상승: 우파 결집에 맞서 대규모 맞불 집회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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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윤석열이 부정선거 음모론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영화의 비상계엄 선포 회견 장면에서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고 한다. 영화 후에는 “윤 어게인” 구호가 외쳐졌다. 윤석열이 지지자들과 옥내 정치 집회를 연 셈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수백 명을 살해하려 한 군사 쿠데타 주범이 감옥이 아니라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열받는데, 계엄 선포의 핑계로 삼았던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고 대선판에 난입한 것이다. 김문수는 윤석열의 행보를 두둔했다.
이 사건은 지금 대선이 쿠데타 세력(가담·비호)과의 대결이라는 맥락 속에서 치러지고 있음을 다시 환기시켜 줬다.

국힘은 오랜 집권 세력답게 후보 결정 이후 빠르게 김문수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했다. 내란 세력과 단절하자던 한동훈, 안철수 등도 선거운동에 합류했다. 이들은 당내 경선에서의 차별화에만 관심 있었지, 진정한 민주 수호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 둘이 합류하고 윤석열이 자진 탈당하면서 국힘이 “내란당”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를 주류 언론이 돕고 있다. 김문수는 저버린 지 오래된 노동운동 경력을 꺼내들어 청렴과 친서민 이미지를 유포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도 김문수 주위로 결집하고 있다. 5월 19일 윤석열 탄핵 반대 운동을 양분했던 전광훈 세력과 손현보의 세이브코리아 측 모두 김문수 지지를 선언했다. 26일에는 이들과 국힘 사이에서 브로커 노릇을 하던 윤상현이 국힘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5월 21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부정선거 음모론자가 대부분인 극우 유튜버들을 국회로 불러 “도와 주면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뉴스타파〉 보도).
5월 24일 김문수는 박근혜를 방문해 서로 덕담과 격려를 나눴다. 박근혜는 5월 27일 박정희 생가 등을 공개 방문할 예정이다. 우파층 결집에 한 손 보태겠다는 것이다.
우파 결집 효과는 최근 여론조사 동향에서도 확인된다. 김문수가 지지율 40퍼센트를 넘기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일각에서 말하는 “보수의 과표집”이 아니라 “샤이 국힘”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겨울 서부지법 폭동 전후로 우파의 거리 결집과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이 가장 고조됐을 때도 우파 결집 현상이 있었다.
김문수는 26일 문재인의 총리 출신인 이낙연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여세를 몰아 계속 이준석에 단일화 압박을 하고 있다.
샤이
국힘은 반이재명·반좌파 거짓 비방을 일삼으며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자기들 지지층 투표율은 올리고, 진보 염원 대중에게는 환멸을 일으켜 투표 의욕을 떨어트리려는 것이다.
지난 2차례의 TV토론에서 김문수와 이준석은 둘 다 극우적 발톱을 드러냈다. 우파 청년층에 어필하려는 이준석의 교활한 극우 언동이 김문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윤석열을 쫓아낸 덕분에 열린 대선의 후보 토론에서(그리고 1부 리그와 2부 리그 모두에서) 극우가 설치는 것을 보는 것은 민주 염원 대중에게 못 견딜 일이다.
최근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에 징역 1년의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는데도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물론 여전히 이번 대선을 쿠데타 세력 심판 선거로 보며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근소하지만 과반이다.
그러나 이들이 쿠데타 세력 척결 표를 던지고 향후 투쟁에 동참하게 하려면 선거가 통상의 선거처럼 여야 후보의 공약 경쟁 식으로만 치러져서는 안 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온화한 (‘국민 통합’) 이미지로 중도보수 포섭을 강조하는 것은 국힘과 김문수를 고립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돕는 것이다. 우파에게도 대의명분이 있으므로 우파적 사상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상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그러면, 우파의 기를 살리고 자신감을 살려 줘 그들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 지형이 형성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5월 26일 소집된 법관대표회의를 앞두고 사법 개혁안을 철회했다. 법관회의가 민주당을 겨냥해 ‘재판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핵심 안건의 하나로 삼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대법원 개혁안을 공식 철회하자 법관회의는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이렇게 타협적으로 행동하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극우의 세력을 약화시키지는 못한다.
민중전선의 가장 신화화된 역사인 1936년 5월 프랑스 총선에서 민중전선은 376석을 얻어 214석을 얻은 극우 연합에 대승을 거뒀지만, 막상 총득표수 차이는 불과 1.4퍼센트였다.
민중전선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극우의 세력은 진정으로 약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프랑스 파시스트를 진정으로 위협한 것은 노동자들의 거대한 파업 물결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민중전선의 논리가 운동이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았다. 친자본주의 자유주의적 세력과의 연립 정부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공산당은 자기 지지 기반인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끝내라고 종용했다.
진정한 동력이 식어 버리자, 기업주들과 우익은 반격을 개시했고, 민중전선 정부는 집권 반 년 만에 개혁 약속을 뒤집더니 곧 반파시즘에서도 후퇴했다.
지난해 프랑스 총선에서는 총선 1차투표를 2주 앞두고 벌어진 반나치 100만 전국 시위가 국민전선의 제1당 등극을 막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국힘 정권 연장은 제2 계엄의 위험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김문수의 선전은 쿠데타 세력에 반격의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대규모 극우 후보 반대 집회가 열려야 한다. 그러면 민주노총은 조합원을 총력 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