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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트럼프, 이민자 방어 LA 시위에 군대 투입
반트럼프 시위대는 저항하고 있다

6월 8일 트럼프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선 LA 시위대 ⓒ출처 @revcomintern(엑스)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 탄압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에 군대를 투입했다. 이에 LA 사람들은 1992년 항쟁 이후 33년 만에 군경에 맞서 거리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LA가 “불법체류자와 폭도의 침공을 받고 있다”며 30일 동안 LA를 “점령”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LA 시장 캐런 배스는 트럼프가 군대 투입 전에 주정부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불평했지만, “폭력 사태”를 진압하겠다며 LA 시경을 투입했다. 민주당 내 진보파로 알려진 버니 샌더스도 “폭력 시위는 해롭다”며 짐짓 시위대를 나무랐다.

이런 비난은 터무니없다. LA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민세관단속국(이하 ICE) 요원들이 자기 이웃을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데에 항의한 것이다. ICE 장갑 차량에 몸을 던져 연행을 막은 청년, 총을 휘두르는 요원을 맨몸으로 막아선 노동자, 연행자를 석방하라고 밤늦도록 연좌한 활동가들의 행동은 완전히 정당하다.(아래 LA 현지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전한 소식을 보시오.)

트럼프가 병력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권위주의가 강화되고 폭력적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리는 국제적 추세의 일부다.(트럼프 자신이 그런 추세를 선도했다.)

트럼프는 저항의 예봉을 꺾기 위해 인구 34퍼센트가 이민자이고 이민자 방어 운동의 전통이 강력한 LA를 택해 공격했다.

그런데 이 공격의 근저에는 위기감이 짙게 드리워 있다.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놈은 주방위군 투입의 목표가 “2020년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0년에 트럼프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대중 항쟁으로 위기에 내몰려 선거에서 패하고 정권을 잃었다.

난관

이런 위기감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정부는 출범 다섯 달도 안 돼 난관에 봉착해 있다. 최근 트럼프와 극우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사이의 (정책 문제를 둘러싼) 아귀다툼은 그 심각성을 보여 주는 사례다(관련 기사 보기).

트럼프는 미국 자본주의·제국주의의 이익을 되찾겠다고(“마가”) 천명하며 취임했지만, 그가 시행한 조처들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구조조정에도 재정 적자는 줄지 않았고, 관세 폭탄은 중국의 콧대를 꺾지 못했고 외려 세계적 공급망에 기대고 있는 미국 대기업들을 곤란하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졌다.

더구나 트럼프는 미국 제국주의가 처한 난국을 타개하지 못했다. 아시아·우크라이나·중동 세 전선 모두에서 상황은 트럼프 취임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는 대자본을 달래려 부유층 감세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법안이 약속하는 감세 범위는 대기업의 수익성 하락에 견줘 부족한 데다, 가뜩이나 형편없는 미국의 사회 안전망을 위협해 대중의 생활고와 불만을 키울 위험이 있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100일도 안 돼 내홍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펼치던 인종차별적 이민자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특히 히스패닉(중남미계) 이주민들이 야만적 단속·추방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바로 같은 시기 대중적 반트럼프 운동이 부상했다. 지금은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에 맞서 벌어진 저항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함께) 그 운동의 선두에 섰다.

지금 LA에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격돌이 벌어지고 있지만, 군경의 야만적 진압은 아직 저항의 예봉을 꺾지 못했다. 주방위군이 투입된 바로 그날도 1만 명 넘는 시위대가 LA 도심을 행진했고, 시위대는 최루탄과 시위 진압용 고무탄을 쏘는 주방위군, ICE 요원들, LA 시경에 맞서 곳곳에서 전투를 벌였다.

LA 사람들의 결연한 저항에 트럼프 정부는 6월 9일 해병대 전투 병력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다.

우리 편의 저항도 즉각 확대·심화돼야 한다. 고무적이게도, 주방위군 투입 발표 직후부터 미국 전역에서 ICE 규탄 행동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이민자 단속·추방 반대 운동 단체 ‘50501’도 지역별 긴급 규탄 시위 개최와 6월 14일 반트럼프 전국 동시다발 행동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번에 트럼프를 물러서게 했을 때 그다지 발휘되지 못했던 힘도 필요하다. 즉, 지난해 잠재력을 힐끗 보여 준 미국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이윤 시스템을 흔들면 날뛰는 트럼프를 확실히 타격할 수 있다.

LA 현지에서 투쟁에 참가하고 있는 혁명적 사회주의자 하나는 10일 이렇게 전했다. “ICE 요원들은 앞으로 30일 동안 여기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들이 먹지도, 자지도, LA를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ICE 차량의 펑크 난 타이어를 교체하기를 거부한 차량 정비 노동자들, ICE 요원들을 숙소에서 쫓아낸 패서디나 호텔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갈 길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LA 사람들의 단호한 저항이 거대한 투쟁 물결의 마중물이 돼, 요즘 유행하는 조롱 “트럼프는 언제나 먼저 꼬리를 내린다(Trump Always Chickens Out, ‘타코’)”를 현실로 만들기를 바란다.

현지 사회주의자들이 전한다

[미국의 혁명적 좌파 조직 ‘마르크스21’이 LA 현지에서 전하는 생생한 소식이다.]

이번 저항 이전부터 이민자 공격에 대한 저항이 누적돼 왔다. 사전에 조직된 시위도 있었지만, 자발적 항의도 매우 많았다. 사람들은 성실히 일하는 이민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인종차별적 공격에 격분해 항의에 나선 것이다. …

6월 6일 정오쯤, ICE와 국토안보수사국(HSI) 소속 요원들이 LA 도심에 있는 의류 도매시장과 [인테리어용품 대형 마트] 홈디포 매장 두 곳에서 단속을 시작했다.

주민과 활동가들은 즉시 대응에 나섰다. … 연행자들을 호송하는 ICE 차량을 시위대가 막아서자, ICE 요원들은 섬광탄과 최루탄을 쏘아 길을 열었다. 이날 행동의 최초 제안자 중 한 명인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전미서비스노조(SEIU) 캘리포니아 지부장 데이비드 후에르타가 충돌 와중에 상처를 입고 연행됐다.

시위대는 [ICE 현장 지휘소가 있는] 연방정부 건물로 행진해, 거기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 또 다른 시위대와 합류했다. 수천 명이 연방정부 건물을 포위하고 ICE 요원들이 떠나지 못하게 건물을 봉쇄했다. ICE 요원들은 섬광탄과 최루탄을 쏴 대열을 뚫고 나가려 했지만 실패했고, 건물 안으로 후퇴해야 했다.

정오에 시작된 시위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ICE 요원들은 밤늦게야 건물을 떠날 수 있었다.

다음 날인 7일 정오 무렵 바로 그 ICE 요원들이 [LA 도심 인근] 파라마운트의 홈디포 매장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활동가들은 즉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번에도 ICE 요원들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기대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됐다. 시위대가 분기탱천해 ICE 요원들과 맞붙었고, 장시간 충돌 끝에 ICE 요원들은 빈손으로 도망쳤다. …

이런 항의 행동들은 단속이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라는 전례를 만들고, ICE를 저지할 수 있는 힘이 대중 자신에게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전국적으로든 지역 차원에서든 ICE의 단속을 막지 않아 왔다. …

활동가들의 과제는 대중의 분노와 저항을 모으고, 이민자 단속을 저지할 뿐 아니라 ICE를 해체하고 인종차별적 이민자 탄압 정책 자체를 분쇄할 수 있는 좌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민자 권리 방어 운동이 다가올 기나긴 투쟁을 헤쳐 나가도록 해 줄 조직과 지도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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