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머스크가 갈라선 진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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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만 해도 극우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제일가는 친구”를 자처했다.
그러나 지난주 목요일부터 온라인상에서 서로 드잡이질을 하는 지금 둘의 사이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확 바뀐 것일까? 그저 둘의 성질머리 때문에 다투는 것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그 다툼은 트럼프의 구상과 “미국 우선” 수사 전반의 더 깊은 모순과 균열을 보여 준다.
먼저, 트럼프가 가혹한 자본주의 비전을 구현하려는 것과, “권력층에 맞서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해 노동계급 일부의 환심을 사려 하는 것 사이의 모순이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다툼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머스크가 반대를 표하면서 시작됐다. 그 법안은 부유층 감세를 유지하면서 연방정부 재정 지출을 줄이는 법안이다.
머스크를 비롯한 억만장자들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것은 트럼프가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줄 정책들을 공약했기 때문이었다. 머스크는 몸소 전기톱을 휘둘러 연방정부 재정 지출을 삭감하고(그러나 자신에게 득이 되는 상당한 일부는 건드리지 않았다) 이윤 추구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지지 기반 중에는 노령연금·건강보험 등 사회 복지에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대상자의 약 27퍼센트는 공화당 지지자다.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여론 조사에서 농촌 거주 공화당 지지자의 37퍼센트를 포함해 농촌 거주 성인의 절반이 머스크의 구조조정으로 복지 수급에 차질이 생길까 봐 우려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는 이미 메디케이드를 비롯한 연방정부 재정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향후 10년 안에 780만 명이 건강보험에 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메디케이드 재정을 얼마나 삭감할지를 두고 다투는 이유 중 하나다. 메디케이드 삭감이 지지층에 줄 타격을 우려하는 것이다.
트럼프와 극우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향수를 이용하고 미국인들의 “생득권”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파시스트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정부가 자신의 지지 기반에 귀 기울이고 더 애국주의적인 정책을 더 펴기를 바란다. 이미 배넌은 머스크를 강제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머스크의 이민자 신분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나는 머스크가 불법 체류자이고 이 나라에서 즉각 추방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머스크는 트럼프의 법안이 복지 지출을 철저히 삭감하지 않는다고 본다. 머스크는 엑스(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미안한데 더는 못 참겠다. 이 비대하고 터무니없고 선심성 지출로 가득한 의회 예산안은 역겨운 흉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머스크가 ‘작은 국가’에 대한 어떤 굳은 신념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라고 혼동해선 안 된다. 그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적용되던 7,500달러 세액 공제가 중단될 것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기업 테슬라가 입을 피해 때문에 그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1월 20일부터 3월 초 사이에 이미 47.6퍼센트 폭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설전이 시작된] 6월 5일 하루에만 14퍼센트 더 하락했는데, 시가총액 약 1,520억 달러 하락에 준하는 손실이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와 머스크가 무역 전쟁을 두고 빚는 모순을 봐야 한다.
미국·중국 경제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지만, 두 국가의 경쟁은 세계 제국주의의 핵심 단층선이다.
트럼프는 전임자 바이든,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부상을 억지하고 미국의 세계 패권을 지키려 애쓴다. 그러기 위한 전략의 중요한 일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줄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미국 제조업 기반 재건이다.
그런 전략에 따라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일으켰다.
머스크가 겪는 곤란은 그가 아무리 “미국 우선”을 떠들어도 그의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는 중국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가 그에게 중국에 관한 비밀 브리핑 내용을 공유해 주지 않은 것에 격분했다고 한다.
이런 분열은 트럼프 정부가 똘똘 뭉친 전능한 세력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러나 좌파의 대응이 그저 관망하며 즐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거리와 파업 현장, 캠퍼스에서 트럼프가 벌이는 공격에 맞서 저항하고 공화·민주 양당이 아닌 정치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