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중국의 군사적 대응도 제국주의 간 경쟁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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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 강행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일부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4월 26일 미국이 성주에 전격적으로 사드 장비를 반입하자 중국의 반발은 더 커질 조짐이다.
중국은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을 공언해 왔다. 최근 중국 동북 지역에 탐지거리 3천 킬로미터의 첨단 레이더를 설치했다. 중국은 새 미사일 부대들을 창설해 왔는데, 그 부대들은 사드의 방어를 뚫고 공격이 가능한 차세대 탄도 미사일을 운용한다고 알려졌다.
3월 초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 대응책으로 경제적 대응을 넘어 군사적 대응책도 제안했다. 유사시 성주의 사드를 ‘외과수술’식으로 타격, 대레이더 미사일 신속 배치, 미사일 증강 배치, 미사일방어체계(MD) 돌파 능력 향상 등이 그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환구시보〉의 주장이 허튼소리가 아닌 듯하다.
4월 26일(사드 성주 배치 당일) 중국은 최초의 자체 제작 항공모함의 진수식을 열었다. 27일에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사드 배치를 비판하며 앞으로 신형 무기로 사드 대응 훈련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형무기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공세에 따른 불가피한 방어책이라는 말이 맞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이 사드 배치를 저지할 동력의 하나라는 건 틀린 말이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제국주의를 그저 서방의 “군함외교”나 서세동점,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약소국 지배로만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제국주의를 식민주의로 환원하는 것으로, 협소하고 일면적인 이해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경쟁하는 체제다. 중국도 제국주의 간 경쟁의 한 당사자다. 제국주의 체제 안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지배자들은 자신들조차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인다.
사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공방도 그 경쟁의 일환이다. 중국이 폐쇄적 국가자본주의 상태에서 벗어나 “개혁·개방”으로 세계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오늘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2위의 대외투자 국가로 거듭났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세계시장에서 얻은 이익을 보호하고자 노력해 왔다. 중국 정부가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2013년 국방백서에 “해외 이익 수호”를 명시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이해관계의 반영이었다.
중국은 유사시 미군을 서태평양 너머로 밀어내어 중국의 근해와 서태평양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제국주의가 패권을 유지하는 핵심 전초기지 하나를 건드리는 조처이기에, 미국 지배자들이 대응을 고심했던 것이다. 사드 배치는 바로 동아시아 주둔 미군과 미국 항공모함을 노리는 중국 미사일을 견제하고 역내 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대응 시도다.
미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반발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경쟁을 더한층 악화시키면서 이 지역을 더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군비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 오늘날 오늘날 동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군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이 됐다. 최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동아시아에서 지난 10년간 군사비는 무려 74퍼센트나 늘었다. 미국, 중국, 일본, 남한, 오스트레일리아는 모두 전 세계 군사비 지출 15위 안에 포함된다.
물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와 미국 사이의 힘의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 중국이 현 시점에서 미국의 세계적 패권 전체에 도전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은 불균등 발전으로 점철되고 모순된 세계경제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의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갈등은 훗날 커다란 지정학적 충돌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제국주의를 체제(시스템)로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1941년 당시 일본은 미국에 견줘 경제적으로 약자였고 심지어 미국의 경제 제재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제국주의 국가였고, 태평양 전쟁은 미국과 일본이 충돌한 제국주의간 전쟁이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본질적으로 제국주의 세계체제를 반영하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사드 대응을 제국주의 경쟁의 일부로 보는 것은 한국 좌파들에게 중요하다. 제국주의를 체제로 이해하지 않는 좌파들 중에는 박노자 교수처럼 한국이 “미국과 거리를 둔 지역 안보”를 추구하는 것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역 안보든 지역 협력체든 동아시아 국가들의 협력 구조를 만들더라도, 자본주의의 동역학 때문에 그 안에서 경쟁과 이해관계의 충돌이 재연될 것이다. 또는 그 협력체는 기껏해야 한두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제국주의적 기구(나토와 유럽연합처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오늘날 한국 지배계급의 소수도 지역 안보를 지향하며 중국에 한쪽 다리를 걸고자 한다. 이 점에서 좌파가 중국에 기대를 거는 것은 노동운동이 지배계급의 그 소수와 동맹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는 노동계급의 계급투쟁이 (투쟁성과 급진성 면에서) 희석되는 것이다.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한국에서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며 사드 배치 등 한국 지배자들의 친미 협력 정책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대응에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
자본주의에 맞서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 투쟁을 고무해야 한다. 그리고 미·중 노동계급을 포함한 국제 노동계급과 국제주의적으로 단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