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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무엇 때문에 트럼프는 가자 휴전을 촉구했나

휴전 소식을 접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기쁨, 안도와 함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재개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공존했다.

10월 9일 목요일 도널드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수일간의 협상 끝에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목요일 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합의안을 승인했다. 가자지구에서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를 환영했지만 이스라엘은 합의안을 승인하면서도 동시에 공습을 벌여 팔레스타인인들을 최소 10명 살해하고 49명을 다치게 했다.

이스라엘군은 합의된 경계선으로 병력을 물리고,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에 사로잡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풀어주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단체 하마스는 이번 합의가 “종전과 점령 세력 철수, 구호품 반입, 포로 교환”을 뜻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기자 알라아는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기쁨과 우려를 동시에 느낍니다. 이번 휴전이 최종적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휴전 합의의 모든 단계가 중단 없이 이행되기를 바랍니다. 어떠한 위반 없이 이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스라엘을 믿지 않고, 네타냐후를 믿지 않습니다.

“지난 2년간 고난과 피난, 표적 공격을 견뎌 온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제 쉬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위험을 피해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전쟁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끔찍했습니다. 슬퍼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이들을 애도하고 일가친지를 추모할 평화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달아나야 한다거나, 어디선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휴전 합의 소식에도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네타냐후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방 지도자들은 휴전 합의가 중동 “평화”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추켜세운다.

아랍 정권들, 특히 이집트 정권은 하마스에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것은 트럼프의 가자지구 “20개항 구상” 중 “1단계”뿐이다. 트럼프의 구상은 식민 지배와 땅 강탈 방안으로, 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악명 높은 전범 토니 블레어와 함께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된다. 이는 인종학살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휴전 합의 관련 유의사항들

이번 휴전 합의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최대 승자는 트럼프이지만 향후에 그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트럼프의 계산은 무엇인가? 트럼프는 미국이 제국을 유지하는 데서 힘이 부치고 세계 지배 능력이 갈수록 쇠락하는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주요 맞수인 중국에 집중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제국주의 간 경쟁에 집중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번 합의로 중동에서 서방의 이익과 이스라엘의 우위를 지키면서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이스라엘 극우를 크게 고무했다. 그러나 동시에, 걸프 연안 국가들과 새 시리아 정권과도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 끝없는 인종학살 전쟁은 여기에 도움이 안 된다.

트럼프는 이번 합의로 자신이 “끝없는 전쟁”을 끝낼 “피스메이커”임을 보이려 한다. 앞서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합의 도출에 실패한 만큼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압력이 컸다.

그러나 만사가 트럼프의 바람대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휴전 합의까지의 험난한 과정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미국 제국주의의 중동 경비견이고,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인종학살은 미국의 무기와 자금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신도 강력한 자본주의 국가로 발전해 더는 미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중동의 지역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스라엘·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튀르키예 등 중동 지역 강국들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 이스라엘은 지난 2년의 인종학살을 거치며 세를 더 키웠다.

이스라엘은 지역 강국으로 부상한 덕분에 미국이 쥔 리드줄을 이전보다 더 강하게 당길 수 있다. 미국의 바람을 거슬러 더 많은 전쟁을 벌이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다.

인종학살의 규모는 트럼프와 전임자 “인종학살자 바이든” 하의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긴장을 일으켰다. 미국 지배계급의 일부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인종학살이 아랍 정권들에 맞선 저항을 촉발할 것을 우려한다. 아랍 정권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중동 지배 구조의 일부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결정적 순간에는 미국이 결국 자신의 역내 경비견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임을 안다. 그래서 네타냐후는 전쟁을 레바논·예멘·이란·시리아·카타르로 확대해 왔고, 매번의 확전을 이용해 서방의 지지를 다잡으려 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근본에서 바뀌지 않았고,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다. 지난여름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을 때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지지하며 전쟁을 키우겠다고 위협했지만 재빨리 휴전을 선언했다. 원래 이스라엘은 공습을 지속하려 했지만, 트럼프가 단호하게 이를 거부하자 꼬리를 내렸다.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을 폭격하자 미국과의 긴장은 더 커졌다. 카타르는 포로 협상을 중재하던 미국의 동맹국이다.

지금 트럼프는 휴전이 성사되기를 바라는 만큼, 휴전을 깨지 말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의 내부 역학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식민 정착자 국가의 역학

둘째,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인 포로 석방 문제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가 내 분열은 여전하고 극우 세력은 벌써부터 포로만 돌려받고 전쟁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으면서도, 유대인 인구 비율을 다수로 유지하는 것에 집착해 왔다. “유대인 인구가 최소 80퍼센트는 돼야 유의미하고 안정적인 나라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의 말이다.

이스라엘 정착자 식민주의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직면해 인종 분리(아파르트헤이트)와 인종학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2023년 10월 7일 이후로는 확연히 인종학살 쪽으로 기울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한 탓에 내분이 커지고 정치와 사회가 우경화해 왔다.

군 장성들과 정보기관 등 이스라엘 국가의 일부는 수렁에 빠질 것을 우려해 가자지구 점령에 반대한다. 그러나 극우 장관들인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가자지구에서 인종청소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휴전에 거듭 어깃장을 놓아 왔다.

네타냐후는 그들의 극우 정당들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당들은 휴전에 반대하고 있다.

목요일에 스모트리치는 이렇게 말했다. “인질들이 돌아오는 즉시 이스라엘 국가는 하마스를 진정으로 박멸하고 가자지구를 진정으로 무장 해제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그래서 더는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스모트리치는 이스라엘의 정책이 인종학살에서 인종 분리 정책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가 2023년 10월 6일까지 가졌던 잘못된 생각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못을 박아야 한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이 “억지스러운 진정, 외교적 화해, 억지웃음 행사에 다시금 중독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정부를 비판하는 “자유주의적” 시온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가 포로들을 돌려받지도 못하면서 “절대적 승리”라는 허황된 목표를 좇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포로들이 석방되고 나면 그런 논리로는 정부를 비판할 수 없을 것이다.

인종 분리 정책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자유주의자”들은 이스라엘 내에서 갈수록 주변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세를 키웠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은 중동 세력 균형이 요동칠 때마다 그것을 이용해 자신과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에 맞게 그 균형을 변화시키려 해 왔다.

이 모든 것을 미루어 보건대,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복귀할 압력은 상당하다.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략

셋째, 이번 휴전 합의는 이란 등 지역 강국에 의존하는 하마스의 전략적 한계를 드러냈다.

본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항할 권리를 언제나 지지할 것이다. 본지는 10월 7일 직후 발행한 신문 1면에서 팔레스타인 저항 지지를 천명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무장 투쟁과 중동 정권들의 지원에 의존해서는 서방 제국주의의 경비견 이스라엘을 물리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저항의 축’(이란, 시리아,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하마스)이 이스라엘에 패배를 안겨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란은 약화됐고, 시리아 독재 정권은 타도됐고, 헤즈볼라는 지도자들을 잃었다.

더 근본적으로, 이 동맹은 중동 내 이란 정권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중동에서 나름의 이해타산이 있었고 결국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어가도록 방치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희망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친서방 독재자들을 무너뜨리고 이스라엘 고립시켰던 혁명들이 보여 준 위력에 있다.

아랍의 봄이 똑같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에 반(反)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인접한 중동 주요국에서는 자본주의가 전보다 더 발전해 왔다.

이는 중동 전역에서 자국 통치자와 제국주의 질서에 도전할 더 큰 노동계급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아랍 세계 바깥에서 우리의 과제는 자국 지배자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청산하도록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번역: 김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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