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가 뽑은:
2025년 국제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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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취임과 전진하는 극우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는 1기보다 더 우익적이고 공세적인 정책들을 피며 세계적 혼돈과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괴팍함 탓도 있지만, 트럼프의 등장 자체도 더 넓은 세계적 위기와 분열의 한 증상이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도 좌우파의 위기·무능에서 극우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극우가 계속 전진하면서(트럼프가 이를 고무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극우를 물리칠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항 흐름들도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빨라지는 사태 전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명료한 이론과 실천이 중요해지고 있다.
- 관련 기사: ‘세계적으로 더 심각해지는 정치 위기와 양극화, 혁명적 좌파의 과제’
트럼프 관세 폭탄과 미·중 갈등
트럼프는 미국이 손해를 보는 무역 구조를 손봐야 한다며 관세 폭탄을 던졌다. 이로써 트럼프는 미국의 유럽·아메리카·아시아 동맹들과의 관계를 자신의 전략에 맞게 재설정하고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굴복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관세 폭탄은 트럼프와 미국이 전능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미국 주식 시장과 국채 시장이 동반 하락하자 트럼프는 황급히 관세 유예를 발표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국을 굴복시키는 데 실패했다. 중국은 만만찮은 타격을 받았지만 트럼프의 무역 공격을 막아내고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미국을 괴롭혔다.
결국 미·중 양국은 무역 전쟁을 1년 유예하기로 했지만, 이는 제국주의 간 경쟁의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균형일 따름이다.
- 관련 기사: ‘트럼프, 관세, 시장 쇼크 ― 혼란을 이해하기’
북·중·러 협력 강화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북·중·러 3국 정상이 모여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은 “주권 평등에 기초한 다자주의”를 표방하고, 러시아와 북한도 이를 거든다. 이들을 미국을 견제하는 균형추로 여기는 기대가 적잖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익을 증대하려 하는 제국주의 국가다.
또한 북·중·러 3국의 관계는 양자 간의 제휴로만 이뤄져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증진된 것이라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중장기적으로 응집력이 계속 강할지는 불확실하다.
좌파는 이 국가 지배자들을 연대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되고, 노동계급 국제주의에 입각해 아래로부터 저항에 주목해야 한다.
- 관련 기사: ‘북·중·러 협력,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진보적 대항마?’
계속되는 팔레스타인인 학살과 중동 불안정
트럼프는 인종학살 지원 정책을 지속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저항을 궤멸시킬 수 없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핵심 아랍 우방들을 결집시키고 중동 상황을 안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야심은 이런 전략과 충돌을 빚었다.
6월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하자 트럼프는 이에 호응해 이란 핵 시설을 폭격했지만 이내 교전을 끝냈다. 급기야 이스라엘이 9월에 카타르를 폭격하자 트럼프는 네타냐후를 제지하고 가자 휴전을 추진했다.
물론 그것은 진정한 휴전이 아니고, 충돌을 관리하며 서방이 가자를 식민 지배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 허울 아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계속 살해하고 있다. 옳게도 하마스는 무기를 내려놓고 있지 않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해방의 열쇠는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에 협조하는 자국 정권에 맞선 중동 대중의 저항에 있다. 휴전의 앞날은 불확실하고 또 다른 충돌의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았다.
- 관련 기사: ‘무엇 때문에 트럼프는 가자 휴전을 촉구했나’
유혈낭자하게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후 하루만에”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에게 모욕을 주며 종전안을 강요했지만, 정작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전쟁을 당장 끝낼 생각이 없다.
러시아는 중국 등으로부터 꾸준히 지원을 받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지배자들은 분열해 있다. 그런 가운데 푸틴은 느리지만 계속해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며 돈바스 지방 전체를 장악하려 한다. 잔혹한 제국주의 간 경쟁의 논리가 우크라이나 전황을 계속 좌우하고 있다.
또, 이는 유럽 각국 정부들이 트럼프의 압박에 응해 군비를 증강하고 군국주의 강화를 추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 관련 기사: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과 수세에 몰린 젤렌스키’
라틴아메리카 패권을 재각인시키려는 미국
트럼프는 카리브해에 상당한 병력을 투입하며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 제국주의 정책의 가장 공격적인 몇몇 요소를 재점화했다.
트럼프는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한 서반구 전체가 미국의 세력권에 속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 이는 미국의 최대 경쟁자이자 라틴아메리카에서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키워온 중국에 맞서기 위한 더 광범한 전략 조정의 일환이다.
트럼프는 그 우선 전장으로 베네수엘라를 골랐다. 트럼프는 경제 봉쇄와 전쟁 위협을 조합해 마두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와 대륙 곳곳의 극우를 지원하고 있다.
- 관련 기사: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AI 경쟁 격화 속에서 거품 경고등이 켜지다
세계 주요 국가·기업들이 AI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태계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막대한 전력과 수자원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국가 개입을 부르는 AI 경쟁은 국가 간 경쟁도 격화시키고 있다.
AI 투자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의 40퍼센트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AI 수익은 막대한 투자를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AI 호황이 실상은 거품이라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이미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전과 비슷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거품이 터진다면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일으킬 것은 물론이고 갈수록 양극화되는 정치와 국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키울 것이다.
관련 기사: ‘AI 호황과 거대언어모델의 거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이탈리아 총파업으로 새 전기
이탈리아에서 9월, 10월, 11월 세 차례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이 벌어졌다. 최대 200만 명이 참가했다. 세계의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을 크게 고무했고, 이후 스페인·그리스 등지로도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이 확산됐다.
이탈리아의 총파업은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새로운 전기가 된 사건이었다.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발휘한 연대 투쟁이 가능함을 보여 줬다.
이탈리아의 총파업은 혁명적 좌파를 비롯한 투쟁적 활동가들이 거대 노총의 관료 기구가 행동하기를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아래로부터 활동을 조직했기에 가능했다. 이는 다른 나라 좌파들에게도 영감을 준다.
- 관련 기사: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 어떻게 건설됐나’
미국에서 반트럼프 운동 부상
올해 내내 미국에서 트럼프의 국내 정책에 맞서는 거리 운동이 벌어졌다.
특히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이민 통제에 항의하는 운동이 크게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조직적·전투적 저항이 성장했고, 여러 차례 ‘왕은 없다’ 전국 시위에 수백만 명이 참가했다. 그런 항의 덕분에 트럼프의 공격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공화당이 선거에서 참패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에 맞선 대중 저항이 확대되고, 그 저항이 서민 생활고에 항의하는 노동계급 투쟁과 만나며 더 심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친자본·친제국주의 정당인 미국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대중 저항을 연결·발전시키려 애쓰는 좌파의 노력이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을 휩쓴 ‘Z세대 반란’
케냐·모로코·인도네시아·네팔·필리핀·페루·불가리아 등 여러 대륙의 저개발국에서 대중 반란이 분출했다. 청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이 반란들은 ‘Z세대 반란’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반란들은 세대 고유의 요구에 국한되지 않는, 전 민중적 항쟁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항쟁 참가자들은 빈곤·실업·불평등에 항의하고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했다.
나라마다 항쟁들의 조건과 전개는 상이했다. 그러나 그 항쟁들은 국가의 힘에 가로막히거나, 통치자를 끌어내린 후에도 기존 권력자들과 협상을 하다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항쟁이 분출하는 계기가 된 사회적 위기와 노동계급의 고통은 여전하다. 저항은 다시 분출할 수 있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키우는 것에 승리의 열쇠가 있다.
- 관련 기사: ‘개발도상국을 휩쓴 ‘Z세대’ 항쟁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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