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큰 고통 주겠다는 트럼프의 가자 ‘휴전안’
—
자결권 부정, 가자지구는 미국-이스라엘이 통제
〈노동자 연대〉 구독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가자지구 구상이 “문명의 가장 위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으스댔다.
9월 29일 트럼프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만나 20개 항목으로 이뤄진 그의 새 가자지구 구상을 논의했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미국이 평화 달성에 “매우 근접”했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로 나아갈 “믿음직한 경로”가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계획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을 부정하고 미국-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제하기 위한 또 다른 수작일 뿐이다.
9월 서방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앞에서 뭐든 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 등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서방은 중동에서 자신의 경비견 구실을 하는 이스라엘을 진지하게 제재할 생각이 전혀 없다.
9월 29일 스타머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에 감사드린다. … 우리는 모든 당사자들이 한데 모여 미국 정부에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단체인 하마스를 향해 “비극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트럼프의 이번 구상은 그간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통으로 요구해 온 것들을 되풀이하고 있다. 합의 72시간 내에 모든 포로를 석방하고, 하마스가 “어떤 형태로든 가자지구 통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또한 “누구도 가자지구에서 내쫓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점은 2월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공공연하게 지지했던 것에서 바뀐 점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구상도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휴전 후 첫 시기에 가자지구는 “한시적인 과도 정부”가 통치하는데 트럼프가 그 수반을 맡고, 악명 높은 전쟁 범죄자 토니 블레어가 성원으로 포함된다.
“평화 이사회”라 불리는 이 기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발언권은 없다. 이번 구상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당국(PA)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철저한 개혁”을 이룬 후에야 장기적으로 일정한 구실을 맡을 수 있다.
PA는 사기극에 불과했던 1990년대 “평화 프로세스”의 산물로, 오랫동안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을 보좌하는 구실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런 PA조차 배제하며 서방 앞에 머리를 더욱 조아릴 것을 선행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스스로 통치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작이다.
당연하게도 네타냐후는 이번 구상에 합의했고 트럼프를 가리켜 “이스라엘이 이제껏 백악관에 가졌던 최고의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는 발표에 앞서 이번 구상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이집트에게 먼저 제안했다. 그는 이 “훌륭한 사람들”의 도움에 감사한다면서 “훌륭한 여성들도 몇 명 있었지만 대체로 훌륭한 남성들이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와 트럼프가 이번 구상에 합의하기 직전에는 유엔 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 네타냐후는 인종 학살을 정당화하는 소름 끼치는 연설을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 곳들을 맹비난했다. 네타냐후가 연설하자 77개국 대표자들이 총회장을 떠났지만, 네타냐후는 방미 일정을 마치면서 “우리는 형세를 뒤집었다”고 으스댔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트럼프의 구상을 하마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 구상은 하마스의 완전 해체를 요구한다. 저항 단체 하마스는 향후 가자지구 통치에 참여하지 않는 데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단체 해체는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선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하마스가 서방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이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우리는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야말로 지금까지 하마스와의 모든 휴전 합의를 깬 바 있다.
극우 장관 이티마르 벤그비르 등 네타냐후 정부 내 일부 인사들은 벌써 트럼프의 구상에 항의하고 있다. 그들은 “하마스의 완전한 패배”로 귀결되지 않는 한 네타냐후의 연정에서 이탈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명백히도 트럼프의 구상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미래와 국가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인 당사자들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자, 이스라엘이 미국 제국주의에 보조를 맞추는 것에 대한 포상으로 인종 학살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다.
제보 / 질문 / 의견
〈노동자 연대〉는 정부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들 편에서 보도합니다.
활동과 투쟁 소식을 보내 주세요.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도 좋습니다. 맥락을 간략히 밝혀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내용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편지란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앱과 알림 설치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