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103차 서울 집회: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굳건한 연대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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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이 위태롭게 이어지고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압박이 하마스에 가해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저항과 연대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서 울려퍼졌다.
서울 도심이 여러 집회로 들썩이는 10월 18일 오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103번째 서울 집회가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렸다.
규모는 평소보다 약간 늘었다. 지난주 올해 최대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행진한 사람들도 있었고, 새로운 참가자들과 자원 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반트럼프 집회에 참여하기 전에 팔연사 집회에 합류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집회 연설들에서는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급진성과 열기가 한껏 묻어났다. 참가자들은 ‘휴전’ 와중에도 가자지구 주민들을 계속 살해하고, 저항을 멈추라고 으름장 놓는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는 “숨이 멈추기 전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하며 이스라엘의 잔인함을 맹렬히 폭로했다.

“바로 몇 시간 전 이스라엘은 살던 집으로 돌아가던 팔레스타인인 일가족 11명을 폭탄으로 살해했습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돌려줄 시신도 유린하고 훼손합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도 분풀이를 하겠다는 듯이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인 수감자가 일부 풀려났지만, 이스라엘은 그들이 고향에 발을 들이거나 가족들과 만나지도 못하도록 그들을 추방했습니다. 대체 어떤 인면수심이 어머니와 아들을 두 차례나 — 한 번은 감옥에 가둬서, 또 한 번은 고향에서 추방해서 — 생이별시킨단 말입니까?”
나리만 씨의 발언은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핸드폰을 꺼내 발언을 영상으로 담거나, 아이의 손에 이끌려 대열 뒤에 자리 잡은 행인도 있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한, 가자지구 사람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가자지구 어린이들, 가족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입시다. 해방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연설자는 최근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이 일어난 이탈리아에서 온 유학생 야스민 씨였다.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집회에 참가한 여러 대학교의 학생들이 야스민 씨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야스민 씨는 이탈리아의 “항만·고속도로·철도를 봉쇄한 전국적 대파업”의 투지를 생생히 전했다. “이탈리아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분노, 80곳 넘는 도시의 광장을 메운 시위 인파를 여러분 모두 똑똑히 보셨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의회는 투쟁의 압력을 받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운운하는 모호한 약속을 늘어놓는 한편, 이스라엘 비판을 유대인 혐오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키려 합니다. 저들의 온갖 속임수와 공허한 약속에 속지 말고 저항을 지속합시다.
“잊지 맙시다. 무솔리니와 파시즘에 맞서 싸운 빨치산도 한때 ‘테러리스트’로 불렸다는 것을.”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야스민 씨는 이탈리아어로 기세 좋게 구호를 외쳤다.
“Ora e sempre, Palestina Libera(지금도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해방)!”
하마스
노동자연대 이원웅 활동가는 트럼프의 ‘평화 구상’이 “또 다른 식민 지배에 불과함”을 연설에서 지적하며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 놓기를 거부하는 것을 방어했다.

“하마스가 무장 해제를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합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항할 권리를 지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원웅 활동가는 서방의 저항 세력 비난도 반박했다. “이번 주 초 하마스가 부역자를 공개 처형하자 트럼프와 서방 정부들, 팔레스타인 당국(PA)은 일제히 하마스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하마스가 처형한 자들은 이스라엘군과 공공연히 협력하며 구호품을 약탈하고 저항 투사를 살해한 자들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은폐하려 해 온 가자의 진실을 알려 온 언론인들을 납치·살해하기도 했습니다.”
이원웅 활동가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벨기에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파업이 벌어지는 등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우리는 역사적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에서도 연대 운동을 계속 키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재한 이집트인 정치 난민 엘겐디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과 저희 이집트인들의 고통을 연결하는 고리는 이집트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입니다. 엘시시는 가자지구 봉쇄를 돕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엘겐디 씨는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어려운 처지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열심히 동참해 온 엘겐디 씨와 동료들은 최근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지지와 환대
행진에 나선 집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을 거쳐 을지로와 명동으로 도심을 헤집고 다녔다.
명동 인근에서는 행인들의 호응이 유달리 뜨거웠다. 다양한 인종의 관광객들과 한국인 청년들이 구호를 따라 외치고 지지를 표했다. 두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연대를 표하는 사람들, 시위대가 건네는 팻말을 받아들고 행진에 가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명동역 앞에서 행진을 마무리할 때 대열 규모는 출발할 때보다 훨씬 불어 있었다.

정리 집회에서 나리만 씨는 “오로지 여러분들이 기세 있게 행진한 덕분에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고생한다’, ‘사랑한다’, ‘지지한다’며 보낸 응원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고 참가자들을 북돋았다.
“다음 주 토요일에도,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행진을 멈추지 맙시다.”
다음 팔연사 서울 집회는 10월 25일(토) 오후 2시에 열린다. 집회 주최자들은 10월 20일(월) 오후 12시 일산 킨텍스에서 이재명 정부 기관들의 초청으로 이스라엘 군수 기업들이 참여하는 무기 박람회 규탄 행동도 예고하며 참여를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