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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재한 팔레스타인인이 말한다:
“휴전에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운동을 지속해야 합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이자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주요 활동가인 나리만 루미 씨(사진)는 네타냐후가 가자 휴전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보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미진

솔직히 말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또 시작이구나”였습니다. 휴전 약속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이스라엘은 휴전안에 서명하기 직전까지도 팔레스타인인들을 폭격해서 24시간 동안 70여 명을 살해했어요. 정말이지 최후의 1초까지도 인종학살을 저지르려고 기를 쓴 것입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이 이번 휴전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진정성이 있다면, 설령 휴전을 합의하기 전에라도 폭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마땅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이 알듯, 네타냐후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절대 보증할 수 없습니다. 합의문에는 이스라엘에 약속 이행을 강제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마치 이 합의문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위해 쓰인 것처럼 보입니다. 생사를 떠나 모든 이스라엘인 포로를 72시간 안에 돌려보내라는 조항이 특히 그렇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이것이 “1단계”라고 말하고 있지만 1단계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 합의문에는 1단계라는 구분이 없는데 말입니다.

학살자 토니 블레어

포로 교환 후에는 모종의 임시 정부를 세운다고 합니다. 이스라엘도 가자지구 주민도 아닌 사람들이 운영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누가 보증하고, 또 그 정부를 이끄는 사람들은 어떤 자들인가요?

토니 블레어가 임시 정부 지도자라는 뉴스를 들었을 때 정말이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라크에서 100만 명을 살해한 자이고, 심지어 영국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불법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자입니다. 그런 자에게 가자지구 정부를 맡긴다고요? 대체 왜 이런 자에게 맡겨야 합니까?

반면 팔레스타인인들, 그러니까 우리가 진정으로 신뢰를 보내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왜 배제돼 있습니까? 늘 그랬듯이 저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을 이해하고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정작 우리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우리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평화유지군을 말하지만, 우리는 평화유지군을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테러 공격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통제돼야 할 대상은 우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종학살을 자행하는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인종학살을 저지르는 것은 이스라엘이고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이번에 규모가 가장 컸지만, 그전에도 이스라엘은 여러 번 인종학살을 저질렀고 백린탄 같은 국제법에 저촉되는 무기를 사용했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진정한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스스로

제 생각에 문제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무능력해서 우리 땅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장담하건대, 팔레스타인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인물이 팔레스타인을 이끌고, 국경을 개방하고, 무역을 직접 통제하도록 한다면 그 변화는 엄청날 것입니다.

예컨대 서안지구에서 수출입 관세는 팔레스타인 당국(PA)의 핵심 수입원이지만 이스라엘은 그 돈을 볼모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은 오슬로협정 위반입니다. 오슬로협정 당시 이스라엘은 안보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국경 통제 권한을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리의 돈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장담하건대, 가자지구의 국경이 개방된다면 엄청나게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리비에라보다 100배나 더 멋진 곳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에게 그럴 기회가 주어지고 있나요? 예컨대, 가자지구 앞바다에는 엄청난 규모의 가스전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이를 개발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돈으로 사용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로막았습니다. 오슬로 협정에 따르더라도 우리 땅에 속하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은 어민들이 해안에서 5킬로미터 이상 벗어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2025년 8월] 이집트는 이스라엘로부터 천연가스를 350억 달러 수입하기로 했는데, 그 가스는 우리 땅에서 난 것이고 그 돈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몫입니다. 이런 이스라엘의 책임을, 그리고 아랍 정권들과 미국의 책임을 대체 누가 물을 것인가요.

트럼프는 평화의 사도를 자처하지만, 그는 쇼맨십이 강한 인물이지 평화나 인류를 위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는 10월 7일 아기들이 살해됐다는 이스라엘의 거짓말을 지금까지도 말하고 있습니다. 전 대통령 바이든조차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했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한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 맞서 싸울 수는 없다”는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난 10년 통틀어 트럼프가 한 말 중 가장 똑똑한 말일 것입니다.

우리가 단결하면 저들은 이길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충분한 단결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 문제는 인류나 여러 나라가 단결할 수 있고, 우리가 스스로 대안을 개척할 수 있고, 미국과 그 동맹들은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을 보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휴전이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이 석방된 후에 이스라엘이 그들을 다시 잡아들이지 말라는 보장은 또 어디 있습니까?

노래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수감된 제 친구가 실제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녀는 전쟁 발발 2년 전인 2021년에 제닌의 해방 투사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2023년 10월 7일 이후 그 노래와 그녀 자신이 유명해졌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폭력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은 그녀를 잡아갔습니다. 이후 첫 번째 포로 교환에서 이스라엘이 모든 여성 수감자를 석방할 때 그녀도 석방됐습니다.

그러나 불과 2주 후 이스라엘은 그녀를 다시 잡아갔고 지금까지도 그녀는 감옥에 있습니다. 그녀만이 아니라 많은 여성이 자신들의 가족을 일주일 남짓 만나고 다시 잡혀갔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단지 노래 하나 지은 것만으로도 잡아가는데 말입니다.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지금의 휴전으로 운동이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미국은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뭔가를 이뤘다고, 이제 끝났다고 느끼고,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생각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자신들이라고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저들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가 상황을 통제해야 합니다. 우리의 운동은 계속돼야 합니다. 우리의 활동을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조정할 수는 있겠죠.

휴전이 지속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기대를 0보다 많게도, 0보다 적게도 걸지 마라.” 저는 이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기대를 0보다 많게 걸면 이후의 변화를 보며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기대를 0보다 적게 걸면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데도 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대를 0에다 맞추세요.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마세요. 아직 우리 앞에 어떤 길이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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