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쿠데타 지지자들 숙정은 사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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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박찬대, 정청래 두 의원이 모두 검찰 개혁 입법 조기 완료를 공약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작 기소 TF와 검찰 개혁 TF를 당 내에 설치해 검찰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현 검찰 조직을 수사 기관과 기소 기관으로 쪼개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 개혁 법안도 이미 여럿 제출돼 있다.
사실 이재명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출범시킨 3개의 특검(내란·순직해병·김건희 특검)도 검찰을 압박하는 효과를 낸다. 3특검의 출범 배경에 모두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 무혐의 처리 검사들도 수사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런데 지금 요란하게 거론되는 검찰 개혁 방안은 새 여권의 공식 방침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실 국가기관 내 쿠데타 지지자 숙정이나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문제를 놓고 새 정부와 여당이 보이는 행보는 단호함보다는 오락가락에 더 가깝다.
추석 전 검찰청 해체를 공언하는 민주당은 막상 지난해 전액 삭감했던 검찰 특활비를 이번 추경 예산에서 40억 원이나 포함시켰다. 추미애 등 개별 민주당 의원들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이 반발했지만 실질적인 삭감 시도는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법무부 장·차관, 민정수석 인사도 개혁 속도전과는 거리가 멀다.(관련 기사 👉 법무부 장·차관, 민정수석 인사: 쿠데타 세력 처벌 의지가 있는가?)
법무부 차관(이진수)과 대통령실 민정수석(봉욱)은 검찰 요직을 거치고 검찰의 권한 축소에 반대해 온 전형적인 ‘검찰맨’들이다. 심지어 이진수는 3월 검찰의 윤석열 석방 기습 결정을 찬성했었다. 이들이 기본 얼개를 짠 것으로 알려진 검찰 인사에는 친윤 검사들이 요직에 임명됐다.(임은정 검사의 검사장 승진 같은 예외를 끼워 넣어 반발을 줄였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성호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최측근 인사로, 주로 보수 인사들을 설득해 이재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왔는데, 그는 검찰 개혁 문제에서 속도 조절론자이다.
이 3명을 가리켜 “온건파 삼각편대”라는 표현도 언론에 등장했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검찰 내 쿠데타 지지 세력 처단 의지를 개혁 염원 지지층이 의심하게 하는 인사였다.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은 7월 3일 열린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 의지를 드러내며 여당 대표들의 추석 전 완료 속도전 주장에 힘을 실어 줬다.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라는 점에 대해서 이견이 없다. ... 제도 자체를 그때(추석)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검찰 출신자들을 중용한 것에 대해서도 “안 따르면 자르면 되지” 하고 불만을 달랬다.
검찰은 새 정부 초기에는 옛 정부를 물어뜯고, 정부 말기에는 그 정부를 물어뜯어 왔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이점을 누릴 처지가 못 된다. 윤석열 세력과 검찰이 긴밀히 유착돼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정부 초기부터 검찰과의 갈등이 심해지면 구여권과 극우에게 결집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검찰과 충돌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검찰 숙정을 미루거나 피하는 것은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동요
이권 때문이든, 신념 때문이든 윤석열을 따라 정적 제거용 수사에 동원되고 윤석열 일당의 부패 수사를 막는 데 함께한 자들은 쿠데타도 지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12월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접수한 방첩사 간부는 검찰과 국정원에서 지원 인력이 올 거라고 말했다.
엿새 전(7월 2일) 그만둔 검찰총장 심우정은 판사 지귀연이 판을 깔아 주자 뒤도 안 돌아보고 윤석열을 석방시켜 줬다. 대검 간부 회의는 그 결정을 지지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윤석열 체포를 방해한 대통령 경호처 지휘부(김성훈·이광우)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세 차례나 거절했다.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구속영장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 불참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대법원의 대법관들은 12월 3일 계엄 선포 직후 자신들의 재판권을 계엄사령부에 넘기자는 회의를 열었다. 대법관이라는 자들이 헌정 파괴 포고령을 보고도 계엄 통치 협조를 논의했다는 것 자체로 (사전에 공모했던 안 했던) 이미 내란죄 공범들이고, 쿠데타 지지·비호 인자들이다.
그런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왜 대법관들은 수사하지 않았을까?
이런 정황들은 국가기관 내 쿠데타 지지 세력이 얽히고설켜, 규모는 물론이고 숙정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을 것임을 알려 준다.
그러므로 주류 언론들이 조직 개편을 검찰 개혁의 알맹이처럼 보도하는 건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지금 검찰 내에서 쿠데타 지지·비호 세력을 몰아내고 처단하는 것이 가장 급하고 진정한 개혁 조처다. 바로 이 점에서 민주당의 검찰 개편론은 핵심 과제를 피해 가는 것이다. 좌파와 노동운동이 쿠데타 세력 숙정을 여권과 국회에만 맡겨둘 일이 전혀 아닌 이유다.
또다시 나온 검찰 수사권 박탈론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검찰 개혁 법안들이 문재인 정부 때의 ‘검수완박’과 다른 것은 검찰 조직을 쪼갠다는 점에 있다.
문재인 때는 검찰 조직을 그대로 두고 수사권만 축소했다. 공수처는 검찰을 쪼갠 것이 아니라 외곽에 검찰2를 신설한 것이었다.
현재의 개혁안은 수사 기관(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 기관(공소청)으로 검찰을 쪼개어, 기소권을 가지는 검사는 공소청에서 기소와 재판만을 맡고. 수사 기관으로 가는 검사들은 기소권 없는 수사관이 되는 안이다. 기소를 독점한 검사를 기준으로 보면, 수사권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공수처로 늘어난다. 일각에선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경찰이 가져온 만큼 국가수사본부에서 안보수사본부를 분리시켜 대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하려고 해도 검찰이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는 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은 발휘되게 돼 있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때 검찰 수사권을 축소시키면서 경찰에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경찰이 자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해 버리면 검찰은 수사 지휘권을 발동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게 노동계급 등 보통 사람들에게 득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도대체 서민 입장에서 경찰은 어떻게 믿는다는 말인가. 일상으로 대중과 접촉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건 경찰인데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피해를 본 사건에 대한 경찰의 권한이 커지면서 오히려 그런 사건에 대한 수사 요구가 뭉개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실적인 우려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이 용의자나 피의자가 됐을 때의 인권 보호도 약화될 수도 있다.
우파는 이 점을 이용해 검찰을 비호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경찰을 견제해 왔으니,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그대로 둬야 경찰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갖 재심 사건들을 살펴봐도 검찰과 경찰 둘 다 ‘유전(권)무죄 무전(권)유죄’의 태도로 한통속일 때가 더 많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해 수사기관 3곳 사이의 조율, 수사기관들과 공소청 사이의 조율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안이 제출돼 있다.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집중돼서 문제라며 개혁한다고 했는데, 막상 그 둘 모두를 지휘하는 또 다른 막강한 기관이 신설되는 것이다. 억압적 권력 기관이 늘어나는 것은 노동자 등 서민 입장에서는 개혁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본질적으로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독점적으로 갖는 강제력 사용 권한이다. 자본주의 국가 기구에는 체제 수호를 위한 필수적 권한이다.
따라서 그런 권한들을 어느 기관에 어떻게 분배하느냐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그 앞에선 주눅 들기 십상인) 보통 사람들에게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등 서민들에게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기본적 방어권을 포함한) 법 앞의 평등을 조금이라도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가령 국정원에게서 대공수사권을 박탈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대신 경찰이 대공수사기구를 강화한다면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것이다. 그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보안법 등 반민주적 악법들을 폐지하는 것이다.
권력을 이용해 쿠데타를 지지하고 다른 권력자들을 비호하고 보통 사람들을 무시하고 탄압해 온 반동적 검사·경찰 들을 깨끗이 일소하는 것이야말로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자 도움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