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전쟁 범죄 비판,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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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4월 10일 한 영상을 엑스(옛 트위터)에서 공유한 것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고문 살해한 팔레스타인 아동의 시신을 건물에서 던지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다.
옳게도 이재명은 그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외무부는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앞두고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비난했다.
국힘 정치인들도 이재명의 비판을 “가짜 뉴스”(장동혁), “국제 갈등에 불을 지피는 … 외교 참사”(대변인 조용술)이라며 헐뜯었다. 우파 언론들도 일제히 사설에서 “평지풍파”(〈조선일보〉), “불필요한 외교 마찰”(〈중앙일보〉)이라며 이를 문제 삼았다.
‘원조 친미’인 이들은 이재명이 미국의 핵심 동맹 이스라엘을 문제 삼는 것을 불편해 하고, 이를 비난함으로써 지지층을 다지려고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비판하는 것은 결코 유대인 혐오가 아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과 희생자의 후손들조차 이스라엘과 시온주의에 반대한다.(관련 기사: 본지 490호, ‘이스라엘 국가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대표하는가?’)
게다가 그 영상은 이스라엘군(과 미국)도 사실로 인정한 행위를 촬영한 것이다. 해당 영상의 원 게시자는 스스로를 “긍지 있는 팔레스타인인”이라 소개하며 이재명의 글에 이렇게 답글을 달았다.
“이 영상은 진짜입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일원인 ‘스냅챗’ 계정주(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가 촬영한 것으로, 입증이 가능합니다. 그 촬영자는 목격한 것에 대해 세부 사항과 맥락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진실이 밝혀지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면 모든 세부 사항과 답변을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각하, 저희가 바라는 것은 외면받지 않고 목소리가 묻히지 않는 것입니다.
“저희는 목소리가 묻히지 않는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권을 보장받는 인간으로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이뤄져야 마땅한 바람이다.
그 팔레스타인인은 이재명의 게시글이 “저희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며 크게 반겼다.
행동
그럼에도 이재명의 이런 비판은 한참 뒤늦은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전쟁이 9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이 2025년 2월에 민주당 대표로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덕담을 나눌 때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스라엘의 중동 동맹국들에게 무기 ‘세일즈 외교’를 할 때도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학살 전쟁으로 죽고 있었다.
이재명이 지난해 10월 이집트를 방문해서 만난 독재자 엘시시는 가자지구와 접해 있는 라파흐 국경을 걸어 잠그고 이스라엘의 봉쇄를 거드는 공범이다.
이제라도 이재명은 “인간의 존엄성[은] ...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는 자신의 말대로 행동해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외교부)이라고 물타기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지난 2년 사이 인종학살을 규탄하며 이스라엘과 단교한 국가가 여럿 있다. 국제 BDS 운동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국가·기관들도 있다.
이재명 정부도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지속에 일조하는 대이스라엘 협력과 무기 수출 등을 중단해야 한다.
또, 행정부 수장으로서 이재명이 즉시 취할 수 있는 조처들도 있다. 예컨대 2년 넘게 거리에서 이스라엘 인종학살을 규탄해 온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도심 행진 제약을 당장에라도 해제할 수 있다.(관련 기사: 본지 567호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구간 허리끊기 한 경찰: 이재명 정부의 친미·친이스라엘 정책에 부합하려는 것이다’)
또,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가자로 향한 천 개의 매들린 호(TMTG)’ 선단에 참여하려 출국한 해초(본명 김아현) 활동가의 여권을 외교부가 무효화시킨 것도 되돌릴 수도 있다.
사실 이재명이 이 글을 올린 시점은, 한국 유조선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둘러싼 이란과의 협상을 앞둔 때였다. 이재명이 그 글을 올리기 바로 몇 시간 전에 외교부는 이란과 협상을 진행할 특사를 지명했다.
그리고 이재명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가능케 하고 이란 전쟁으로 중동을 어지럽힌 당사자인 미국에 대한 비판은 애써 피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처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재명의 SNS 설전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에너지 수급 문제 등을 고려한 외교적 지렛대”(〈한국일보〉)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마치 박정희가 1973년 세계적 유가 파동 이후 이스라엘에게 “1967년 [전쟁] 당시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하는 ‘아랍 성명’을 발표해 걸프 산유국들의 비위를 맞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