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종청소 반대 않는 이재명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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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인종청소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전체를 폐허로 만든 데 이어, 주민 230만 명을 기아로 몰아넣고 있다. 구호물자를 받으려 줄을 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수백 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고, 봉쇄와 잔인한 학살을 돕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지지하지 않는 유엔 사무총장과 일부 서방 지도자들조차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이스라엘의 학살과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왔다. 특히 미국 대학생들이 벌인 운동은 그 규모와 급진성 모두 대단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벌여 온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그 운동의 중심지였던 대학들을 길들이려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도 이스라엘의 끔찍한 학살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러 차례 ‘평화’를 강조하며 전임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평화는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고, 그조차 미국의 세계 전략에 협조하며 “한미 군사동맹”을 그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 심각한 모순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 4반세기 동안 한반도 평화를 강화하기는커녕 불안정을 키워 왔다. 예컨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2000년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인 전쟁에 참전했다. 두 차례 모두 미국과 영국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였다.
이후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한국을 대중국 견제 거점으로 활용하려 해 왔는데, 한국 정부는 이에도 호응해 왔다.
이처럼 역대 민주당 정부들은 우파적 언사를 내뱉는 국힘이나 극우와 말은 달랐어도 근본적으로는 국힘과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그들의 공약도 지키지 못해 왔다.
“국방 산업 협력”
민주당은 (국힘과 마찬가지로) 중동 산유국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꾸준히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 시절 “가자 침공과 구호선단 공격에 대한 유엔 진상조사단 결의안”이나 “[이스라엘] 점령지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기권해 왔다.”(〈한국과 이스라엘 관계 보고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문재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한창이던 2021년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당대표 시절이던 올해 2월 13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덕담을 주고받았다.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형식적으로 ‘휴전’ 중이었지만, 이스라엘은 그 휴전이 일시적일 뿐이고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계속할 것임을 전혀 숨기지 않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특히,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국방 산업”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잔혹한 학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무기 개발을 돕는다는 것이고, 한국 무기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세계 곳곳을 더 위험천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잔혹한 인종 학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도 그의 ‘평화’ 언사가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항의하는 운동이 2년 가까이 벌어진 한국에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대낮에 여유롭게 ‘맛집’을 찾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제국주의 열강이 벌이는 학살을 못 본 체하고 심지어 동조하면서 ‘평화’를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도 보장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