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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불법촬영 항의 운동:
여성 천대에 항의하는 대중 행동을 지지하자

“응답하라 자칭 페미니스트 정부” 여성들의 직접 행동이 거리를 달구다 ⓒ이미진

지난 5월 이후 네 차례 집회에 연인원 17만여 명의 여성들이 ‘몰카’ 항의(불법촬영물의 제작·유통과 미온적 수사에 항의하는) 운동에 참가했다.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 하에서도 여성들은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고 거듭된 시위에도 문재인 정부가 여성들의 분노와 요구에 전혀 제대로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주로 노동계급과 서민층인) 젊은 여성들의 놀라운 분출 뒤, 디지털 성범죄의 끔찍한 실태가 계속 조명받고 있다.

7월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된 비극적 사례는 왜 여성들이 분노하는지 잘 보여 준다. 전문업체에 거액을 주고 불법촬영 동영상 삭제를 의뢰했지만 동영상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자살한 여성의 사연이 그것이다. 끔찍하게도, 해당 영상은 피해자 자살 뒤에는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됐다고 한다.

몰카 범죄 처벌이 터무니없이 가볍다는 것도 새삼 확인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한 ‘전문 게시꾼’(헤비업로더)는 한때 하루 22시간 동안 10여 곳 웹하드에 불법촬영물을 올렸는데, 경찰 단속으로 고작 벌금 5만 원을 냈다고 밝혔다.

SBS 보도는 디지털 성범죄 확산이 기업들의 돈벌이 노력과 관련 있음도 드러냈다. 국내 웹하드 업체들이 전문 게시자들을 경찰 수사로부터 보호하고, 필터링(특정 내용물을 걸러내는 일)·디지털 장의사(돈을 받고 온라인 기록을 삭제해 주는 일) 업체와도 유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정황을 보여 준 것이다.

기업들의 디지털 성범죄

이 방송이 나간 뒤에 여성들의 분노가 다시 치솟고 있다. 당연하다. 방송 다음 날 청와대 국민 청원에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이틀 만에 6만 명이 동참했다. 8일 정도 지난 현재 8만 명에 육박했다.

2015년 소라넷 폐쇄 운동이 일어난 이래 디지털 성범죄 근절 활동가들은 불법 촬영물 핵심 공급자의 하나로 국내 웹하드 업체를 수사할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모두 소극적이었다. 활동가들이 증거를 직접 수집해 신고했을 때 경찰은 오히려 이들을 타박했다.

방통위는 2016년 5월에야 처음으로 웹하드 업체 3곳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업체에 부과한 과태료가 합쳐서 겨우 1470만 원에 불과했다. 웹하드 업체가 파일 중개수수료로 매년 올리는 매출이 수백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껌값’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는 기업들의 성범죄 행각을 방치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9월 큰소리치며 내놓은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에도 웹하드 업체 등의 기업 규제책은 별로 없다. 인터넷 사업자가 몰카 유통 사실을 인지하고도 삭제나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즉시 취하지 않을 경우에 내리는 조처는 ‘시정명령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불과했다.

‘몰카’ 항의 운동은 이런 현실, 특히 수사 당국의 소극적 수사에 항의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더 나아가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취급하지 말 것과 국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 적극 나설 것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의 방치

이 운동이 커지자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3차 집회 직전 경찰은 몰카 범죄를 사이버 테러에 버금가는 사안으로 취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불법 촬영물을 자동 탐지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연계해 신속히 삭제·차단하는 추적 시스템을 10월부터 가동하도록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필요한 조처들이지만 이것들로는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널리 유통되게 만드는 기업들을 단속·처벌하는 조처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 민간 업체의 ‘자율 규제’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여성을 천대하고 성적 대상화하는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

이 운동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하에서도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없는 여성들이 직접적 대중 행동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는 시도다.

또한 폭발적으로 분출한 운동의 밑바탕에는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전반에 대한 항의도 깔려 있다. 몰카 범죄는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다루는 부패한 사회의 증상이다. 여성의 평등과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이 모두 이 운동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에 더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게 하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에 항의하려면, 여성들은 대중 투쟁을 통해 힘을 보여 줘야 한다. (개혁주의자들의 성평등 언사로는 불충분하기 이를 데 없으므로) 진정한 힘을 보여 주는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만이 실질적 양보를 성취할 수 있는 동력이다.

‘생물학적’ 여성뿐 아니라 시위의 목적과 목표에 찬성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면 그 힘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행동에 나선 여성들은 스스로 역사를 바꾸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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