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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방치 속에 증가해 온 딥페이크 성범죄

딥페이크 성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일파만파 논란이 일고 있다.

딥페이크(deepfake)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원본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를 결합해 원본과 쉽게 구분할 수 없는 가공의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이 기술은 2010년대 중반부터 “지인 능욕”이란 이름으로 특정 여성의 얼굴 사진에 나체나 성행위 하는 사진 등을 합성해 유포하는 성범죄에 이용돼 왔다. 최근엔 기술의 발전으로 ‘봇’(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누구나 단 몇 초 만에 불법 합성물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그 규모와 피해가 급증했다.

특히 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별 불법 합성방(전국 학교 수백 곳), 특정인을 아는 사람들이 모인 불법 합성방(“겹지인방”) 등이 알려지며 충격을 줬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SNS에 올린 사진을 삭제하라는 행동 요령도 널리 공유됐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직접적인 접촉이 있거나 실제 나체나 성행위를 촬영하는 것은 아니고, 악질성의 정도도 다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현대인의 일상적 행위가 범죄의 대상이 돼 허위로 조작돼 돌아다니는 것을 알게 된 평범한 피해자가 느낄 성적 굴욕감과 정신적 고통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서울대 딥페이크 성범죄 1심 판결)

“불안이 과장”돼 있다는 점을 과장하는 개혁신당 국회의원 이준석 류의 주장은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비로소 윤석열은 “딥페이크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했고, 국무총리 한덕수도 “마약과 같은 수준의 확고한 대응”을 주문했다. 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응분의 죗값,”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경찰은 집중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무색하게도 디지털 성범죄는 그동안 정부와 국회(민주당이 다수)의 방치 속에 곪아 왔다.

대선 기간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석열은 취임하자마자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전문 TF(친민주당계로 찍힌 팀장 서지현 검사)를 해산시켰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TF는 해산될 때까지 9개월간 총 11차례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정부·국회에 의해 실현된 게 거의 없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재정 긴축 기조를 강조하며 젠더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목적의 교육 콘텐츠 제작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성교육 예산도 축소됐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추가 설치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지원센터는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은 피해자는 약 9000명으로 5년 새 약 7배로 늘었지만, 4년째 39명이 이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원센터의 내년 운영 예산은 오히려 2억 원이 깎였다(32억 6900만 원).

재정 긴축 기조하에서도 내년에 2조 2000억 원이 늘어난 국방비와 비교해 보면(61.6조 원), 윤석열 정부의 우선순위가 어디 있는지 드러난다.

경찰도 피해자들을 거듭 좌절시켰다. 경찰은 ‘텔레그램의 비협조’를 이유로 서울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의 수사를 중단했었다. 결국 피해자들이 수개월간 직접 증거를 모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의 신청하고(기각 결정),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하고(기각 결정), 서울고등법원에 재정 신청을 해 재수사를 강제했다. 그나마 해외 유명 언론에서 한국이 딥페이크 성범죄자의 천국으로 보도된 덕에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를 보면, 텔레그램 측의 비협조 문제도 있기는 하지만, 수사와 처벌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피해자들이 정부와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분통을 터트린 까닭이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의 정도에 따른 처벌은 꼭 필요하다.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대폭 강화돼야 하고, 예방 대책을 위한 정부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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