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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출처 공군

지난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의 남북관계 위기는 일단 한숨 돌린 듯하지만, 남·북·미 간에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인 스티븐 비건이 방한했다. 그는 한미워킹그룹 미국 측 대표이기도 하다.

비건은 기자들에게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발언은 한미워킹그룹 한국 측 대표를 만나서 한 얘기였다. 그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실질적인 내용은 없었다. 한미워킹그룹은 지금 남북관계를 위기로 몬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돼 왔다. 따라서 비건의 이런 발언은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내놓은 립 서비스일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여전히 이를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진행하려 한다.

예컨대 한미워킹그룹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의 무게중심은 한미워킹그룹 해체가 아니라 개선에 있다. 7월 2일에 외교부 장관 강경화는 “한·미가 워킹그룹 운영 개선을 논의했다”고 밝혔고,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인영도 얼마 전에 워킹그룹 운영을 개선하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코로나19 우려에도 훈련 강행?

진보당,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등 좌파들은 옳게도 한미워킹그룹 해체와 함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남한 당국은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는데 말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더 심각해졌고, 최근 미국 본토에서 입국한 주한미군 군인들이 잇달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대로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면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 관해 한·미 군 당국들 사이에서는 규모와 시기 조정(8월에서 10월로) 얘기는 나와도 훈련 취소 얘기는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7월 1일 한 강연에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전시 상황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을 의미하는 전구급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티븐 비건이 방한한 7월 7일에 국방장관 정경두와 주한미군사령관 에이브럼스가 회동을 갖고 8월 한미연합훈련에 관해 논의했다. 미군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올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에 차질이 빚어진 탓에 올 하반기 연합훈련은 어떻게든 진행돼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 실시는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들에서 미국과 남한 정부들이 북한에 한 약속을 위반하는 행위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물론 연합훈련 비용과 주한미군 유지비를 한국이 적게 낸다는 평소의 불만이 반영된 얘기였지만 말이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9월 19일에 체결한 남북 군사합의에서 이렇게 약속한 바 있다.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약속은 지금까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름만 살짝 바꾸거나 훈련 프로그램을 쪼개어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연합훈련은 계속 진행됐다. 지난 1월 국방장관 정경두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대대급 기준으로는 100여 회 이상에 달하는 연합연습과 훈련을 실시해 오히려 [한미연합훈련은] 증가했다.” 지난해 8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에는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 훈련이 포함됐다. 이는 북한 점령 훈련이다. 올 4월에도 한·미 양국은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과 남북관계 악화 등을 의식하면서도, 2022년 전시작전통제권의 원활한 이양을 위해서는 8월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논리는 전구급 연합훈련, 즉 대대급 이상의 대규모 연합훈련이 필요하다는 주한미군사령관의 강조점과 맞닿을 수 있다. 예컨대, 올해 국방부 업무보고를 보면,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면서 올해 “[한미연합군의] 전구작전을 주도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우리 군의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 이번 훈련에도 실전 상황을 가정한 훈련들, 즉 대북 선제 타격,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 북한 점령 훈련이 포함될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연합훈련은 북한의 반발을 사면서 한반도 긴장을 높일 것이다. 게다가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올해,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북한 당국으로선 대응하기에 더 부담스럽고 더 위협적으로 여겨질 것이다. 지난해 8월에도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반발해 동해에서 발사체를 잇달아 쏜 적이 있다.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등도 자극할 만한 일이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 평화본부장이 지적하듯이, “한미군사연습이 대중국 견제의 유용성이 있는 한 미국은 훈련을 강행할 군사적 동기가 상당히 있다.”

6월 24일 미국 국방부 차관보 대행 데이비드 헬비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한·미 군사] 협력이 한반도 방위와 억지뿐 아니라, 그 성격이 훨씬 더 세계적인 것으로 진화할 것이라 본다. 내 생각에는 그렇게 계속될 수 있다. 계속돼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에 사는 대중에 백해무익이다. 8월 한미연합훈련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스티브 비건, 문재인 정부에 대중국 견제 협력 요구하다

스티브 비건이 방한 과정에서 주력한 의제는 한미동맹 관련 사안들이었다. 한국 외교부 제1차관 조세영은 비건을 만난 후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홍콩 문제에 관해 한국이 더 큰 역할을 맡아 달라는 미국의 주문, 한국의 G7 참여와 G7 확대 문제, 경제번영네트워크, 화웨이 문제 등이 주된 의제였다고 알려졌다.

중국을 제압하는 데서 미국은 한국의 협력을 더 거세게 촉구하고 있다. 비건 방한은 단지 한반도 문제 논의만이 아니라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도 봐야 한다.

조세영이 언급한 “글로벌 파트너십”은 박근혜 정부 이래 한·미 양국이 한미동맹을 규정한 용어다. 이것은 동맹의 범위를 적어도 아시아·태평양 일대로 확장한다는 개념이고, 미국이 자국의 패권 정책에 한국이 더 많이 협력하기를 원한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에 양국 정부는 2019년 이래 합의한 대로 “한국의 신 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조화로운 협력을 계속해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미·중 갈등에서 노골적으로 미국 편을 드는 것은 주저하나, 미국의 협력 요구에 타협할 여지를 열어 놓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만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깜짝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그런 가운데 7월 7일 트럼프가 한 인터뷰에서 ‘도움된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도 북한과 (정상회담보다 급이 낮은) 고위급 회담을 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7월 9일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 평화본부장은 “교착상태의 한반도에서 희미하지만 대화 복원의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며 트럼프의 발언을 환영했고, 문재인 정부에 현 정국을 돌파할 “적극적 평화외교”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만나기에 북·미 간에 풀어야 할 것들이 꽤 있다. 양측의 불신과 견해차가 근본에서 좁혀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한편으로,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을 다시 “불량국가”라고 비난하는 형편이다. 김정은으로선 ‘하노이 노딜’,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대화 결렬 등의 실패를 다시 반복할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7월 10일에 나온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의 담화에서는 북한 당국의 고심도 확인된다.

김여정은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는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 일대 모험을 하던 시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모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김여정은 이제 미국의 “안전한 시간 벌기”와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를 위한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북·미 회담 재개의 여지를 열어 놨다.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가 있다면 말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독립절 기념 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고 싶다고 했다. 조건부로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북한 당국은 미국의 위협에 저항하며 핵·미사일을 개발했으나, 동시에 미국과의 타협을 모색해 왔다. 자본주의 국제 질서 안에서 온전히 숨쉴 공간을 확보해 안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 당국은 지난 30년 동안 거듭 실패했음에도, 김정은-트럼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준 북·미 대화 기회를 영영 잃고 싶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코로나19 확산과 국내 정치 위기 속에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 줘야 한다. 7월 13일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신들의 해양제국으로 취급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강화할 것을 공언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는 일본에 F-35 전투기 105대를 수출하는 계획도 승인했다. 14일 일본 아베 정부는 방위백서를 채택하며 북한이 핵·미사일로 일본을 공격할 능력을 보유했다고 했다. 북한 ‘위협’을 내세워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북·미 관계는 이런 문제들과 연동돼 장기적으로 계속 불안정할 것이다. 10월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만나더라도 우리가 안심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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