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신냉전에 돌입했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과 중국이 신
미국 하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 마이크 갤러거도
이렇게 보면 ‘냉전’은 중국이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도전
한국에서도 ‘신냉전’이 도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우파가 한국이 미국의 편임을 분명히 재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신냉전을 거론한다. 미·중 갈등이 서구 ‘민주주의’ 대 중국 ‘권위주의’ 사이의 쟁투라고 보는 것이다. 그와 정반대로,
이런 주장들의 공통된 전제는 20세기 후반부의 냉전 때 자본주의 미국 대 ‘사회주의’ 소련
지구적 분할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제국주의론은 오늘날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20세기 초 부하린·레닌을 비롯한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역동적·불균등한 발전 양상 때문에 자본과 국가들의 세력관계는 끊임없이 바뀌고, 이것이 여러 제국 간 경쟁을 끊이지 않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경쟁에서 때로 후발 주자들이 기존 선진국을 제치고 우위에 설 수도 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세계 전체에 관철시키고자 했다. 미국과 함께 전승국이었던 소련은 자신이 지배하는 영역에 미국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이에 맞섰다. 이후 미·소 양국은 전 세계에서 상대를 억제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경쟁자한테서 자신의 세력권을 지키려 했다.
이 경쟁이 특수했던 점은 세계 도처에서 국가 간 관계를 모두 양대 진영의 틀 안에 욱여넣었다는 것이다. 미·소 어느 한 쪽의 동맹국이 돼 양극적 질서에 복종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양극화는 노동운동과 좌파에게도 강요됐다.
냉전은 전혀 ‘차갑지’ 않았다. 미·소 양국은 핵폭탄 발사 버튼에 손을 얹고 으르렁댔고,
양국은 자기 진영 국가들에게 “정치·경제·이념 활동을 블록 전체의 요구에 유보 없이 종속시킬 것”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같은 진영 내 국가 간 갈등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됐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익 계산 이상의 문제였다. 미·소 양국 모두 자신의 블록에 속해 있는 국가들이 상대방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오늘날 그런 전 지구적 분할이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
냉전 종식 후 미국은 세계 주요 지역을 모두 포괄하는 유일한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서방 진영 내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냉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다른 강대국들과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좁아졌다. 냉전이 시작되던 1940년대 중반에 미국은 전 세계 GDP
그럼에도 군사력 측면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의 연간 군비 지출은 2~7위 국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고, 그 군사력
이렇듯 미국은 군사력은 우월하지만 경제력은 상대적 쇠퇴를 겪는 모순에 처해 있다. 이는 냉전 시대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의 갈등을 낳는 불씨가 되고 있다.
한편, 냉전 때와 달리 오늘날은 경쟁하는 강국들이 경제적으로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냉전기에 미·소 간 교역은 없다시피 했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은 모두 상대의 손꼽히는 교역국이다. 미국-중국
이렇게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분쟁이 줄어들리라는 관측이 한때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진 일은 강국들이 지정학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갈등이 심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갈등은 미·중 사이뿐 아니라 미국-유럽연합, 중국-유럽연합 사이에도 불거지는 다면적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런 경쟁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다는 중국이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수준에 이른 것도 아니다. 현재 중국의 국력은 냉전 후 비중이 줄어든 오늘날 미국보다는 물론이고, 냉전 때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던 구소련에 견줘도 부족한 처지다.
물론 경제력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중국의 GDP는 세계 전체의 약 16.3퍼센트
이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가파른 성장 끝에 올라선 자리다. 그러나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은 2007~2008년 시작된 경제 위기 때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때와 사뭇 다르다. 당시 중국은 막대한 돈을 풀어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그 결과 국가와 민간 부문이 모두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다.
한편, 군사력과 이로써 드러나는 영향력 투사라는 면에서 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냉전 당시 구소련은 미국과 대개 비슷하거나 때로 미국보다 많은
반면 중국의 군비 지출은
계산
이에 대처하는 미국의 계산도 달라졌다.
냉전 때 미국의 계산은 비교적 간단했다. 군비 지출을 높게 유지해 경쟁 제국
지금 미국의 핵심 목표는 다수의 잠재적 경쟁국들을 억지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상당한 외교적
이런 모순 때문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빚어진다.
예컨대 미국은 중국이 미국 패권에 굴복한 기존 처지를 감수하길 바란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
반면 중국은 미국이 세계 전체에 “과잉 확장”돼 있는 상황을 틈타 특히 남중국해·동중국해 등 자국 주변 지역에서 발판을 만들고자 한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 생산, 대외 수출, 에너지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성장한 자국의 경제력을 이용해
그런 중국으로서는 기술 수준 첨단화, 동·남·서아시아에서의 안정적 교역로 확보는 자국 자본주의의 앞날
미국의 진정한 어려움은 냉전 때만큼 고분고분하지 않는 서방 강국들을 단속하고, 끊이지 않는 중동 혼란과 구소련 영토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 기회를 엿보는 러시아에 대처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해야 하는 데에 있다. 미국 자신도 2007~2008년 미국발
이런 난망한 상황 때문에 미국 지배자들은 세계 패권 유지 전략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를 둘러싼 미국 지배계급 내 갈등 또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심하는 한국 지배자들
이런 판도 변화에 따라 한국 지배자들의 고민도 복잡해졌다.
냉전기에 한국 자본주의는 서방 진영의 최전선으로서 미국이 제공하는 막대한 시장과 체제 안전 보장에 기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냉전 종식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은 급격히 불안정해진 주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국익’에 더 부합할지를 두고 고심해야 했다. 중국·소련과 직접 수교를 포함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바로 이 상황에 대응하려는 시도였다.
더불어,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이제 중국은 한국
중국의 부상은 한국 지배자들을 불안하게 하기도 했다. 바로 이웃에서 경제·군사 대국이 성장해 전통적 우방
그러나 이런 일련의 상황 변화와 한국 지배자들의 대응이 그들 뜻대로 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우파와 민주당 모두 어쩌지 못하는 제국주의 갈등이 지배자들 모두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강력하게 개입했다. 미국은 북한 핵 위협을 터무니없이 과장해 자신의 위력을 계속 투사할 명분을 만들었고, 그로써 일본
한편, 한국 지배자들이 중국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중국도 강온 양면으로 압박했다. 압박을 조이는 미국을 서태평양 너머로 밀어내고 아시아에서 자국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중국 지배계급의 의지가 그 배경에 있었다.
그래서 한국 지배자들은 딜레마를 겪고 있다. 냉전 때처럼 한·미
우파와 민주당 모두 이런 딜레마를 해소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 미·중 갈등이 낳는 불안정이 한국 정치에도 투영돼 국내 공식 정치가 요동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자본주의의 이득을 위해 하는 모든 선택은 한반도를 제국주의 간 경쟁의 한복판으로 밀어넣을 뿐이다.
일각의 기대와 달리 한국 지배자들이 ‘균형 외교’로 제국주의 질서에 평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와 연관 있다. 게다가, 레닌이 지적했듯이, 자본주의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 지배자들이 이런 부심에 빠져 있다는 것 자체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런 갈등에서 한국 지배자들의 편에 설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