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성명서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년에 부쳐

1.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년이 됐다. 우리는 처음 침공에 대응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국주의적 공격이자 우크라이나인들의 자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 전쟁은 국민 방위 전쟁이다. 동시에, 미국 주도의 나토(NATO)로 조직된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게 이 전쟁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리전이다. 이 전쟁은 옛 식민지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공이자,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자기 동맹국들을 데리고 벌이는 제국주의 간 충돌이다. 우리는 양측의 제국주의 강대국 모두를 규탄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연대를 표하며, 침공에 맞서 저항할 권리를 지지한다. 그러면서도 나토와 나토의 동진(東進)에 반대한다.”(“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성명”, 2022년 3월 15일)

2. 지난 1년 동안의 사태 전개는 이러한 분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해 러시아인들에게 엄청나고 무의미한 고통을 안겨 줬을 뿐 아니라 러시아를 군사적·경제적 재앙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제공하는 무기와 훈련에 크게 힘입어 러시아군의 진격을 멈추고 어느 시점에서는 러시아군을 밀어내기도 했다. 전쟁은 양측 모두 참혹한 사상자를 내는 유혈낭자한 소모전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편으로는 미국 주도 서방(나토와 유럽연합)이 제국주의적 영향권을 확장하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제국주의적 영향권 안으로 되찾으려고 하면서 일어났고, 이것이 전쟁의 성격을 압도하고 있다.

3. 이 전쟁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리전이 아니라는 서방 정부들의 부인은 일말의 신빙성조차 잃은 지 오래다. 애초부터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마자 제재를 단행해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벌였다. 나토가 서둘러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첨단무기 체계(아마 하이마스 다연장 로켓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타격 능력을 크게 높였다. 이제 서방은 병력수송장갑차와 탱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말부터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이 무기들을 잘 다룰 수 있도록 하려고 독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데리고 제병합동훈련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군사적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침공에 맞서 자위(自衛)를 가능케 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고,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데 갈수록 주안점을 두고 있다. 나토의 강대국들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전쟁 노력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특수부대가 크림반도에서 급습 작전에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있다.

4. 그 결과 우크라이나의 자결권 행사는 갈수록 서방 제국주의 열강의 전략적 목표에 종속되고, 우크라이나는 갈수록 나토의 속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젤렌스키 정부는 전투기와 주력 전차를 보내 달라고 서방에 촉구하며 그 무기로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우크라이나 땅을 탈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에 중부·동부 유럽 국가들이 젤렌스키의 촉구를 열렬히 제창해 주고 있는데, 이 국가들은 거의 정확히 20년 전인 2003년 3월 조지 W.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것을 지지한 “의지의 동맹”과 구성이 거의 같다.

5. 그러나 가장 강력한 두 서방 국가인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해관계는 이 소모전을 지속시키는 데 있다. 이 전쟁이 러시아와의 정면 대결로 비화할 위험을 줄이고, 러시아 정부를 이길 수 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뜨리려는 것이다. 경쟁하는 두 제국주의 블록 — 훨씬 강력해진 서방의 동맹과, 중국에게서 갈수록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러시아 — 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사병들과, 러시아의 만행과 폭격으로 고통받고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은 총알받이일 뿐이다.

6. 현재 미국 제국주의에게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갈등의 축은 중국과의 대결이다. 바이든 정부는 1945년 이래 미국의 패권을 위해 구축된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도전할 정치적 의지와 경제적·군사적 능력을 갖춘 유일한 강대국으로 중국을 여러 차례 지목해 왔다. 미국 정부에게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국제적 쟁투의 한 전선일 뿐이다. 이 전쟁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유럽을 미국에 결속시켜 주고 있다. 이를 기회 삼아 미국은 유럽을 중국에 맞서는 데 결집시키려 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 회의와 대만 문제를 다룬 최근 나토 회의에 반영됐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개별 국가들, 심지어 명목상으로는 중립국인 아일랜드까지도 군비 지출을 늘리면서 유럽의 군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7.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과 독일, 영국이 벌인 지난한 협상의 근저에는 일정 수위를 넘지 않는 대리전을 벌이겠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러나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무기 지원의 수위를 신중하게 뜻대로 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쟁이란 예상치 못한 일로 가득한 법이다. 러시아의 최초 공세가 실패한 것도 그런 사례다. 러시아군의 갑작스러운 후퇴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고무해 크림반도 탈환에 나서게 할 수 있다. 그러면 러시아 정부는 크림반도의 흑해 함대 기지를 잃는 굴욕적인 손실을 피하려고 핵무기로 확전을 감행할 수도 있다. 그러면 대리전은 세계적인 전쟁으로 번질 것이다.

8.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대부분의 빈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중립적 태도를 취하거나 심지어 러시아에 우호적인데도 그렇다. 핵 재앙을 피한다 해도 전쟁이 낳은 경제적 혼란, 특히 이 전쟁이 가속시킨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빈곤과 기아가 확대되고 있다. 한편, 에티오피아에서 6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티그라이 전쟁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하면 털끝만 한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인도적 위기에 대한 서방 제국주의의 우려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똑같은 이중 잣대에 따라, 유럽 지도자들은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환영한다면서, 아프리카와 중동의 전쟁에서 도피해 온 난민들에게는 유럽으로 들어오는 문을 걸어 잠갔다.

9. 이 유혈 사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당장 철군하라!
  • 나토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통한 개입을 조건 없이 즉각 중단하라! 치명적인 확전의 논리를 끊어야 한다.
  • 나토는 확장이 아니라 해체돼야 한다.
  • 나토 군대를 동부 전선에서 철수하라. 나토 동진에 반대한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도 반대한다. 나토 회원국들의 군비 지출을 국민총생산의 최소 2퍼센트로 늘린다는 목표를 폐기하라.
  • 서방 열강과 서방의 국제 기구들은 더 심화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라고 젤렌스키를 부추길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부채를 탕감하고 재건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반정부 운동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서방에서도 그런 탄압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반대한다.
  • 모든 난민을 환영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탈영병들과 전쟁 거부자들에게 국경을 열어라.

10.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년이 되는 날은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의 20주년이 되는 날과도 가깝다. 그 사건은 바로 2003년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에 맞서 2월 15일에 일어난 거대한 국제 반전 행동이다. 그에 비해 오늘날 반전 운동은 훨씬 취약하다. 여기에는 항의 시위로 침공을 막지 못했던 탓도 있다.(동시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을 패배시킨 것은 현지의 무장 저항이었다.) 그러나 반전 운동이 취약한 더 중요한 이유는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의 제국주의적 갈등이 전개되면서 생겨난 정치적 혼란에 있다. 많은 평화 활동가들은 어느 한 편을 지지하는 쪽으로 이끌리고 있다. 이것은 실책이다. 두 제국주의 블록은 모두 자신의 경제적·군사적 지배를 유지하고 확장하려고 경쟁할 뿐이다. 전 세계의 피착취·피억압 대중은 어느 쪽의 성공에도 이해관계가 없다. 냉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서방과 동구권 모두의 군비 증강에 반대했던 그런 반전 운동이 다시 부활해야 한다.

11. 생계비 위기가 낳은 계급적 문제들은 아직 전쟁에 대한 대중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악화시킨 물가 급등에 대응해 지배계급은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임금을 억제하려고 금리 인상을 거듭 단행했다.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체제가 실패한 대가를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르게 하는 한편, 군대에 막대한 자원을 투여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영국 등지에서는 노동자 투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전쟁에 반대하는 대중 운동을 건설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

12.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이 제국주의간 쟁투는 자본주의 체제가 시효를 다했음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징후다. 이 전쟁은 심화하는 기후 재앙에서 주의를 돌리고 있는데, 이 기후 재앙 또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제거할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제기한다. 우리는 노동계급을 도와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을 다시금 굳게 다짐한다.

2023년 2월 20일
국제사회주의경향 조율 회의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