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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본토 침공으로도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전세는 뒤집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소모전 8월 20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공습 장면 ⓒ출처 우크라이나 군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8월 6일부터 개시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주 공격 작전이 한 달 가까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적[러시아]이 가져온 전쟁을 그들의 땅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쿠르스크 진격을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이라며 지지했다. “[쿠르스크의 러시아 군인, 탱크, 기지는] 국제법상 합법적 표적이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8월 15일 현재 1150제곱킬로미터의 러시아 영토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서방 언론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 초반에 이제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젤렌스키가 밝힌 쿠르스크 공격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완충 지대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공정한 방식”으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공정한 평화협상 조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공격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협상 불가”를 공식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 평화 협상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워싱턴 포스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카타르의 중재로 에너지·전력 기반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 중단을 협상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8월 17일 자). 〈워싱턴 포스트〉는 이 협상이 타결된다면 부분 휴전 효과를 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침공은 이런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푸틴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는 것은 단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침범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적·역사적 이유가 중요하다. 쿠르스크는 여느 지역이 아니다.

쿠르스크는 1943년 7~8월에 제2차세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참패해 수세로 몰린 나치 군대는 7월 5일 쿠르스크에서 반격을 시도했다. 사상 최대의 기갑전이었던 쿠르스크 전투에서 나치 군대는 약 40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1000여 대의 탱크와 700여 대의 전투기를 잃으면서 동부 전선에서 재기 불능에 빠졌다.

그로부터 81년 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이 (미국과 독일 등이 제공한 장갑차와 탱크 들을 앞세워) 쿠르스크로 진격하면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게 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에 당황하고 굴욕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의 저울이 우크라이나 측으로 기운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작전의 또 다른 목표는, 러시아군이 최근 몇 달 동안 꾸준히 진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 병력의 힘을 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용병들을 쿠르스크로 보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병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전선의 자원을 재배치한 것이다. “러시아가 상황을 파악하고 미끼를 물지 않았다.”(〈이코노미스트〉, 8월 22일 자)

러시아군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코스티안티니우카와 노보젤란네, 하르키우의 신키우카를 “해방했다”고 주장했다(AFP통신, 9월 1일 자). 노보젤란네는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로 진군하는 과정에서 점령한 마을이다.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동부 보급 및 수송 거점이다. 이 지역이 점령당하면 드니프로와 자포리자 같은 주요 도시들이 뚫릴 수 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이 빨리 무너지고 있다. … 포크로우스크는 바흐무트보다 훨씬 더 빨리 무너질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스〉, 8월 30일 자) 바흐무트는 6개월 이상 진행된 동부 전선의 최대 격전지로, 러시아군이 지난 7월에 장악했다.

핵 교리

쿠르스크 진격이 애초 우크라이나 정부가 의도한 대로 러시아 본토에 “완충 지대”를 만드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처참한 실패로 끝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또, 러시아가 언제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하게 될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도시가 폐허로 변하고 많은 민간인들이 피란길에 오르지만 어느 편도 승리의 쐐기를 박지 못한 채 소모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은 미국 등 서방 정부가 군사 개입을 확대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지 간에, 미국·독일·영국이 제공하는 무기들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러시아 군 비행장, 기지, 러시아 테러의 병참 시설을 타격해야만 [러시아의 치명적 공격을] 피할 수 있다.”(젤렌스키)

그러나 바로 이런 식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간 전쟁이 매우 위험한 역학을 드러내고 있다.

9월 1일 러시아 외무차관 세르게이 랴브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도발 확대에 대응해 핵 사용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관련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작에 푸틴은 “러시아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영토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러시아를 피 흘리게 하고 약화시키고 싶지만 핵전쟁은 피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 외교 문제 수석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은 여전히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핵 충돌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들은 러시아의 레드 라인을 존중하기보다 레드 라인을 서서히 살금살금 넘어서고 있다. 점진적인 강화를 통해 푸틴이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서방의 일부 분석가들은 쿠르스크 진격이 푸틴이 가해 온 핵 위협의 실체를 결정적으로 폭로했다고 생각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소재]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필립스 오브라이언은 러시아 본토 침공이 ‘항상 핵무기 사용의 마지막 레드 라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이 진군해 그 선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마지막 레드 라인을 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이든의 보좌관들은 푸틴 정권이 완패당할 상황에 몰리면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에 의지할 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는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동맹들이 두려워한다고 불평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8월 26일 자)

핵 카드를 상대에 대항할 수 있는 패로 만지작거릴 만큼 제국주의 간 경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