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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은 8월 초 시작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침공으로 1200제곱킬로미터의 러시아 땅을 점령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번스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기습 공격을 “엄청난 전술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전쟁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출처 State Emergency Service of Ukraine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 러시아 지도부 사이에 이번 전쟁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쿠르스크 진격으로 우크라이나가 소기의 목적을 얼마간 달성한 듯하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은 또한 카타르가 중재하던 부분 휴전 협상을 무산시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이 협상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진행될까 봐 우려했었다. 젤렌스키는 현재 전선에 근거해 협상이 진행돼, 러시아가 전쟁 초반부터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를 인정받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동맹국들이 제공한 무기를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금기”를 완화시켰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은 자신들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내 군사 목표물만 공격하도록 허용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레드 라인”을 설정한 것이다. 확전을 피하고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레드 라인”은 계속 바뀌어 왔다. 〈파이낸셜 타임스〉(8월 27일 자)는 이렇게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하리코프] 지역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키이우[키예프: 여기서는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가리킴]는 서방 장비를 사용해 국경 반대편에 있는 러시아 군부대, 지휘 통제 센터 또는 병참 기지를 공격하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국경 근처에 있는 러시아의 공격 지원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몇몇 유럽 정부들은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의 서방 미사일 사용 제한을 완화시키고 싶어 했다. “지난 5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우크라이나가 프랑스산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지지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군사 시설들을 [우크라이나가] 무력화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9월 13일(이하 현지 시각) 노동당 소속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을 만나 영국산 장거리 미사일 스톰 쉐도우를 러시아 영내로 발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다음 날에 나토 군사위원장 롭 바우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는 확고한 법적·군사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자위권은] 자국 국경 안에 머물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자국산 드론을 사용해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목표물을 여러 차례 타격했었다. 그러나 드론에 탑재하는 탄약의 정확도, 속도, 중량, 격추 방지 기능 등은 스톰 쉐도우 미사일(사거리 최대 250킬로미터)이나 독일산 타우러스 미사일(사거리 500킬로미터)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그래서 젤렌스키는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서방 정부들을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은 일부 유럽 정부와 젤렌스키의 요구에 회의적이다. 특히, 미국 권력자들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젤렌스키는 현재 미국을 방문해 지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스타머 같은 일부 서방 지도자들은 전쟁을 확대하려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러시아도 섬뜩한 응수를 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이렇게 말했다.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나토 국가들은 ⋯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셈이다. 상황이 그렇게 된다면 ⋯ 우리는 그에 걸맞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러시아가 핵무기가 아닌 무기로도 키이우(키예프)를 파괴해 “거대한 용광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거대한 용광로

이렇듯,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세는 확전 위험을 더 키울 뿐, 성공 가능성은 낮다.

먼저 군사적 측면을 보자. 러시아군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서서히 몰아내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역의 도시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동부 병참 거점이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하면 우크라이나군은 큰 타격을 입는 것일 것이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전력 공급이 제한돼 동부 산업지대의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정전이 반복되면서 주민 생업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크라이나의 겨울은 매우 힘들고 어둡고 추울 듯하다.

9월 초 젤렌스키는 부총리·장관급 8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개각이었다. 젤렌스키는 소속 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관들이 “너무 지쳐서” “더는 산적한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방과의 협상을 맡아 온 외무장관 드미트로 쿨레바의 경질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단지 두 인접국 간의 전쟁이 아니다. 세계 최대 핵 보유국인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세계 제2위의 핵 보유국인 러시아가 벌이는 전쟁이다.

물론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대행자로 내세워 대리전 형태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젤렌스키는 서방 강대국들이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에게 부여한 역할을 최대한 이용하려 애쓴다. 더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서방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젤렌스키의 끊임없는 불평이다.

그리고 미국 등 서방은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다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불리하다 싶으면 (소모전을 지속하기 위해) 젤렌스키의 요구를 조금씩 들어주고 있다.

그러는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에서 발생한 사망자‧부상자 등은 1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세계 다른 지역의 긴장과 갈등, 충돌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