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적 대리전에 갈수록 발을 깊이 담그고 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4월 5일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브뤼셀에서 나토 외교장관 회의를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탄약 생산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치하했다.

“한국이 [탄약] 생산을 늘리고 나토 동맹국들에게 납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한국이 그렇게 하면 우리는 재고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지는 않겠다고 표방해 왔지만, 실제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무기와 탄약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지원해 왔다. 스톨텐베르그는 한국 정부가 그런 식으로 사실상 서방을 지원해 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봄철 공세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무기와 탄약을 제때 공급하는 것은 사활적이 됐다.

한국의 지원은 상징적 효과도 있다. 서방 바깥의 여러 국가들이 이 전쟁에서 서방과 러시아 어느 쪽도 확고하게 편들지 않는 상황에서, 서방과 완전히 동일시되지는 않는 한국의 관여는 서방 측에 대한 지지가 더 광범해 보이는 효과를 낸다.

한국 정부는 자신의 지원이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을 대놓고 승인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초 〈로이터〉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한국산 부품이 포함된 크라프 자주곡사포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동유럽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패권 경쟁이 낳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처음부터 제국주의 간 대리전 성격이 다른 모든 측면을 압도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세계 정치의 더 중심적 갈등인 미·중 갈등의 일부가 되고 있다.

푸틴의 의도가 무색하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히려 더 강화된 나토는 미국의 중요한 중국 견제 수단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뉴질랜드, 호주가 참여했다. 미국이 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서 핵심으로 여기는 동맹국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미국이 거듭 제기하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것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한국의 전쟁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전쟁뿐 아니라, 아시아의 불안정을 키우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서방의 대리전을 돕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