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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과 더 깊숙이 얽히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정상회담 후 악수하는 시진핑과 푸틴 미·중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치열한 외교전의 일부다 ⓒ출처 RIA Novosti

세계 도처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중 갈등에 더 깊숙이 얽히고 있다.

3월 20일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회담했다. 시진핑과 푸틴은 서로를 “오래된 친구”라고 했고, 시진핑은 푸틴의 “강력한 지도력”을 칭찬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왔는데, 시진핑이 이번 회담에서 무기 지원을 약속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시진핑은 푸틴에게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푸틴은 중국이 제안한 ‘평화 계획’을 지지했다. 중국의 중재안은 현재까지 러시아가 확보한 점령지를 인정한 채 전쟁을 멈추자는 방안이다.

우크라이나가 지금으로서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공산이 거의 없지만 중국은 이 제안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상황의 주요 행위자가 되려 한다.

푸틴이 시진핑에게 계획을 알려 주지도 않은 채 감행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초기에 여러 면에서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중국은 서방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힌 상황에서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편들다 제재를 받게 될까 봐 우려해 신중한 행보를 해 왔다.

그러는 동안 미국은 동맹국들을 결집시켜 중국에 맞서게 하는 데 이 전쟁을 톡톡히 활용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는 데서 우군이 될 수 있는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러시아가 전시 경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왔다.

중국은 ‘평화 계획’ 제안을 통해 러시아를 정치적으로 지원하면서도 국제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고, 이 전쟁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위기 가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그리고 서방이 확고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서방 정부들은 중국의 제안을 중립을 가장한 러시아 편들기라고 간단하게 기각한다. 그러나 그런 서방 정부들도 푸틴과의 회담을 마친 시진핑이 젤렌스키와도 대화에 나설 것인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런 대화가 성사된다면 중국의 메시지는 바이든을 향한 것이 될 것이다. 3월 20일 한 중국 고위 관료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다소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젤렌스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바이든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뿐이다.”

새로운 봄철 공세

중국이 서방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에는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회담했다. 거기서 시진핑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 온 푸틴을 겨냥한 메시지였지만, 그와 동시에 푸틴이 핵무기를 쓸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바이든에게 던진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평화의 사도가 되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중재에 성공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재 이전부터 이미 서로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들은 오히려 봄철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지도자들이 내놓는 제안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화와 안녕이 아니라 자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평화 계획’은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향후 미국과 벌일 대결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를 편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서방 또한 전쟁을 끝내는 데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시진핑과 푸틴이 회담을 하는 동안에 미국은 에이브람스 탱크 지원 일정을 훨씬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영국은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열화우라늄탄을 장착한 챌린저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방이든 동방이든 제국주의자들의 외교는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전쟁에 더 부채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