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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적 악순환이 계속되다

3월 25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자국 영토 바깥에 배치하는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최초다. 푸틴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폭격기가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된 상태라고도 했다.

푸틴은 이번 결정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서방의 지원에 “상응하는 대응”이라고 했다.

3월 20일 영국 국방차관은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탑재한 챌린저2 전차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 폐기물을 이용해 만드는 열화우라늄탄은 관통력이 높고 사용 지역에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야기해,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이 처음 사용한 이래 그 위험성이 거듭 지적돼 왔다.

같은 날,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3월 3일에 4억 달러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한 지 17일 만이다.

바로 다음 날인 3월 21일 미국은 폴란드에 미군 영구 주둔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유럽에 미군이 영구 배치되는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최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군은 봄철 대공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핵무기 전진 배치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핵 전쟁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핵 대 핵

푸틴은 자신의 결정이 미국이 하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미국이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에 핵무기를 배치해 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핵 대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흘낏 보여 준 사례가 이미 냉전 때 있었다.

1958년 미국이 소련을 겨냥해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기로 결정했을 때, 소련이 이에 대응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하면서 세계는 핵전쟁 문턱까지 갔었다.(관련 기사 본지 436호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미국과 러시아가 핵전쟁 문턱까지 갔을 때’)

냉전 종식 후에도 러시아의 핵무기는 미국의 핵 전력 현대화와 나토의 동진(東進)에 맞서는 카드였다. 러시아가 1990년대 후반에 전술 핵무기 사용을 군사 교리의 일부로 포함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로 푸틴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도 모두 그것의 연장이었다.

하지만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미국과 그 동맹들은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쏟아붓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지금도 미국과 나토는 푸틴의 이번 결정이 핵전쟁의 위험을 높인다며 강력하게 규탄하지만, 서방의 확전 노력이 이런 사태 전개로 이어질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러나는 제국주의적 경쟁의 파괴적 논리 그 자체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는 소련이 쿠바에서, 미국이 튀르키예에서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하면서 핵전쟁 직전에 위기가 봉합됐다.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푸틴과 바이든 모두 당장 핵전쟁을 벌이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푸틴의 이번 발표만으로도 관련국 모두의 군비 증강, 추가 대응이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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