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교사 집회:
교권 4법 이상의 체감되는 변화를 국회와 정부에 촉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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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된 교사들의 열 번째 집회가 열렸다. 집회 직전까지 비가 내렸음에도, 교사들의 대열은 국회의사당과 여의도 공원 사이를 잇는 대로를 가득 메웠다.(주최 측 추산 3만 명 참가)
오늘 집회는 ‘운동이 정부와 국회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자신감과, 그런 변화를 더욱 밀어붙여야 한다는 힘찬 결의를 드러냈다.
20만 명이 모였던 9월 2일 7차 집회와 아주 성공적이었던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행동 이후, 교권 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이 운동은 일부 입법 요구에서 성과를 거뒀다.
10월 6일에는 윤석열이 직접 교사 20명과 간담회를 열고 몇몇 교사 수당을 (충분하진 않지만)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들은 지금 수준의 대책들로는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회 첫 발언은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다가 최근 무혐의 판정을 받은 전북의 한 초등교사의 생생한 경험담이었다.
이 교사는 지난 4월 한 학생의 어깨를 주물러 멍이 들게 했다는 이유로 신체적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고, 5개월간 여러 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무혐의 판정이 나왔지만, 억울함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없었다.
“변호사 없이 경찰 조사도 받고, 인권센터 조사도 받고, 교육청 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해서 호소하고, 시청 아동학대전담팀의 조사도 받았습니다. 네 기관의 조사관들이 한결같이 엄중한 태도로 피의자인 저를 바라보는데, 그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학부모 측이] 제가 주무르지도 않는 부위의 멍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2달이 넘게 지나서야 학부모가 신문사에 제공한 기사 사진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만약 목격자가 없는 곳이었다면 제가 주물러서 멍든 게 아니라는 걸 어떻게 밝힐 수 있었겠습니까?“
이 교사는 아동복지법이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에 쓰이지 못하게끔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동학대로 피소된 한 특수교사를 변호하고 있는 전현민 변호사도 무대에 올라 현행 아동복지법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했다.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한 교사는 곧바로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직위해제를 비롯 실직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는 교사에게 엄청난 물질적·정신적 고통이다.
전 변호사는 “학교에서 교육 활동과 관련된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법률분쟁에만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조항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만으로도 사실상 처벌을 받게 되는 현행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길 절실히 바라는 교사들의 바람은 충분히 공감된다. 고소만으로 유죄 취급을 받고, 제대로 된 소명 기회나 공정한 조사를 받지 못하는 부당한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소수일지라도 부당하게 학생을 괴롭히는 교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지도 활동을 아동학대죄에서 아예 면책하자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 더 나은 대안은 공정하고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조사기구 설치일 수 있다.(관련 기사: ‘교권 보호: 생색내기식 간담회가 아니라 실질적 예산·인력 지원을 하라’, 본지 477호)
교육부의 징계 압박에도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의 날’을 지지해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정용주 서울 천왕초등학교장도 연단에 올랐다.
정 교장은 교사 운동이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교육부는 “원래 하던 것을 서류상으로 새롭게 하는 것처럼 만들고, 현재 인력으로 지원 없이 민원대응팀을 꾸리라 하고, 누가 전담할 것인가로 갈등”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계속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장은 교육부가 교사들의 권리를 약화시킨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교실에서 분리돼야 하는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안전한 건가요? 장애 학생을 일반 교실에 그냥 두면 저절로 통합이 이뤄지는 겁니까? 교육부가 좋은 계획 세워 놓고 모든 것을 현장 교사들이 감당하게 만들어 놓은 상황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 아닙니까?”
속시원한 발언에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전남에서 온 22년차 초등교사의 자유 발언도 있었다. 교육부가 “제대로 된 인력과 예산 투입 없는 생활지도 고시안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교사를 보호하긴커녕 추가적인 업무 부담과 교사·행정직·공무직 사이의 이간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이 교사는 대통령을 향해서도 “무려 20년 동안이나 동결됐던 월 7만 원의 수당을 이제야 올려주겠다”고 했다며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아홉 차례나 있었던 교사들의 외침이 수당 인상 제안으로 잠잠해질 거라 생각했느냐”고 일갈했다. 참가자들의 커다란 호응이 쏟아졌다.
이 교사는 교육부가 교사 인력과 교육 예산은 줄이면서 늘봄학교를 도입하겠다는 것 또한 교사는 물론 아이들에게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늘봄학교 자체를 반대했고 교사들의 호응도 컸다. 과중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고려하면 십분 공감할 만한 심정이다.
하지만 평범한 많은 노동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정규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이를 어딘가 맡겨야만 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의 사회적 돌봄 역할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충분한 인력·재정 투입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관련 기사: ‘‘늘봄학교’ 전면 시행 예고: 공동의 적인 정부에 맞서 단결해 충분한 인력 지원 요구해야’, 본지 477호)
마지막 발언으로 2년 전 학부모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호원초 고 이영승 교사 유족의 대리인인 이정민 변호사가 무대에 올랐다. 이 교사의 유족은 가해 학부모 처벌과 순직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오늘날 교사가 겪고 있는 고통과 그로 인한 죽음이 교사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되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며, 피해 교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끝까지 애쓰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 변호사에게 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들은 “교육부도 공범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대열 위로 펼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구호를 연창했다.
집회를 마무리하며, 사회자는 경찰이 서이초 사건을 무혐의로 대충 종결하려 한다는 소식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10월 28일 교사 집회를 대규모로 치르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더 많은 동료 교사들과 10월 28일에 다시 만날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