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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무혐의’ 조사 종결:
경찰 조사도, 교권 보호 대책도 무성의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

최근 경찰은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조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서이초 교사 사망 원인이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 오던 중 학생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학생 지도, 학부모, 개인 신상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기보다 ‘복합적 원인’ 탓이라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발표를 한 것이다.

진상 규명이 추모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조승진

유가족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수사의) 세부 내용을 보니 대부분 거짓이거나 확인되지 않는 말들”이라며 반박했다.

예를 들어, 경찰은 핸드폰 포렌식 조사도 하지 않았고(고인의 핸드폰이 아이폰이라서 비밀번호를 풀 수 없다는 이유로), 참고인 진술 조사만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학부모의 괴롭힘이나 폭언 등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언했다. 유가족이 다른 통화 증거 등을 제시했는데도 말이다.

또, 고인이 동료 교사에게 “학부모가 개인 번호로 전화해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고인이 학교 행정 전화를 휴대폰으로 착신한 것을 착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유가족이 이 점에 관해 경찰에 물었을 때, “경우의 수를 조사해 보니까 그렇게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추정을 사실인 양 발표한 것이다.

경찰은 학교 관리자들이 고인을 제대로 지원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다른 교사들의 사건에서 교권 보호를 위해 나서야 할 관리자들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 데도 말이다.

경찰은 초기부터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보다 조사를 빨리 종결하는 데만 급급했다. 처음에는 유가족들에게 고인이 남자친구와의 결별로 인해 자살했다고 말했다가 교권 침해 관련 증언들이 나오자 그제서야 조사에 나섰다. 유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윗선이 민감하게 보고 있다며 빠른 장례를 종용했다.”

이번 발표 전에도 유가족들은 “추가 혐의를 발견할 수도 있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도 있기 때문에 ‘혐의점이 없다고 확언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수개월간 참고인 조사 등으로 시간만 때우고는 무혐의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고인의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경찰이라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타도 피하기 힘들다.

1년 반 전 정부 비판 보도를 문제 삼아 검찰이 특별수사팀까지 꾸리며 전광석화처럼 언론사 압수수색 등을 벌인 것과는 너무나 다른 대응이다.

말잔치

경찰이 이처럼 무성의한 조사로 일관한 것은 정부와 교육 당국 등이 교권 침해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교육청 등 교육 당국은 지난 수개월간 여러 대책을 내놓으며 교권 보호에 나선다는 말잔치만 벌였을 뿐이지, 제대로 된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교권 확립을 위한 교권 보호 4법을 개정하여 학교 현장의 정상화를 위한 큰 걸음도 내딛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교육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 교권 보호 관련 예산은 13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고작 30여억 원만 증액됐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신설되는 데 운영비가 필요하고, 교육 침해 활동 학생의 분리공간 마련 예산, 지원 인력 등의 예산이 없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급박하게 (관련 예산을 편성하다) 보니까 현장의 어려움들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했다”며 군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교육 예산과 교사 선발 감축 등의 문제가 제기된 것이 한두 달 된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교권 보호 대책’들이 오히려 교사들에게 추가적인 업무 부담으로만 돌아오고 있다. 업무 분담을 둘러싸고 교사 사이의 갈등과 혼란도 심해지고 있다.

교육청들도 정부의 교육 예산 삭감을 탓할 뿐이지, 자신들이 교권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대표적인 진보교육감인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변호사 증원 등에 50여억 원을 배정했을 뿐이다.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되면 경찰이나 검찰이 교육감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도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