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교사 집회:
여전히 변화 없는 학교 현장을 규탄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10월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교사 집회에 수만 명이 모였다. 지난 9월 ‘교권 보호 4법’이 통과됐지만 학교 현장은 바뀐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이를 개선하려고 모인 것이다.
참가자들은 11월 국회 논의를 앞두고, 법 개정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 요구를 제기했다. 특히, 서이초 교사와 같이 죽음을 선택한 교사들의 순직 인정과 진상 규명, 아동복지법의 실질적인 개정을 촉구했다.
첫 순서는 서이초 교사 유가족 발언이었다. 그는 서이초 교사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고 ‘무혐의’ 결론을 낸 경찰을 규탄했다. 또 서이초 교사와 같은 고통을 겪다 별이 된 교사들이 많다며, ‘교사 유가족 협회’를 꾸려 앞으로 같은 상황에 놓인 교사와 유가족을 돕겠다고 했다.
뒤이어 여러 교사들이 연단에 올라, 자신이 아동학대로 고소돼 겪은 고초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한 초등교사는 10년 전 일로 급작스레 아동학대 고소를 당한 일을 소개했다. 10년 전, 20년 전 일까지 학생들의 상담기록, 활동 내역 등을 보관해 교사가 스스로 무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아동복지법과 이를 준용하는 아동학대방지법에서 생활지도는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고소만으로 유죄 취급을 받고, 제대로 된 소명 기회나 공정한 조사를 받지 못하는 부당한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교사의 아동학대가 매우 드문 일일지라도 아동학대가 전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면책은 공정한 조사를 방해하는 일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법들이 개정되더라도 교사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 것이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해당되는지를 둘러싸고 학생·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하고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
한편, 이날 많은 교사들은 대통령의 약속대로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경찰과 교육부로 이관하라고 외쳤다. 업무의 과중함과 교사까지 법정 다툼에 휘말리게 되는 위험성을 생각할 때, 교사들이 학교폭력 업무 이관을 주장하는 것이 이해된다.
그러나 사안을 경찰로 이관한다고 해서 해당 사안에 대한 교사의 조사 없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경찰이 곧장 개입하는 엄벌주의는 교육적 해결을 요원하게 하고 법정 공방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경기 14년차 초등교사의 발언에 교사들의 호응이 가장 좋았다. 그는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교육 환경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로 교사가 줄고 학교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데 업무는 더더욱 늘어나는 현실을 규탄했다. 교사 정원은 계속 줄이면서, 오히려 돌봄, 방과후 업무, 교육부·교육청 사업들을 밀어 넣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학교에 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많은 교사들의 호응을 받았다.
많은 교사들은 교육부의 징계 압박에도 수십만 명이 집회에 참가해 교권 4법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의 교육권이 보호받으려면, 교사가 과중한 업무로 힘들어 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인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사 수를 증원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등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집회 주최 측은 다음 집회 일정을 공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집회 성명서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바르게 우뚝 서는 그날까지 검은 점의 연대(교사 투쟁)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