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강도 전투로 전환?:
이스라엘은 오히려 전쟁을 확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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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표적 타격 중심의 저강도 전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격을 완화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지금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1월 11일(이하 현지 시각) 알누세이라트·알부레이지·알마가지 난민촌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이 1월 2일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지도자 알아루리를 살해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알아루리는 얼마 전까지도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에 관여했던 하마스의 핵심 협상가였다.
그런 협상가를 살해했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휴전 요구를 향해 발포했다는 뜻이다.
사실 휴전 요구는 이미 지난해 말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해 거듭 거부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100일을 하루 앞둔 1월 13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전쟁 지속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할 것[이다.] …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헤이그도, 악의 축도,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실제로 군사 작전을 늘리고 있다.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이스라엘이 “단일의 적이 아닌 하나의 축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중 전선의 전쟁을 벌이고 있어 7개 전쟁터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다중 전장은] 가자, 레바논, 시리아,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서안지구], 이라크, 예멘 그리고 이란[이다.]
“이 전장들 중 이미 6곳에서 대응 작전을 펼쳤다.”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6곳에서 군사 행동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가자 인구의 1.5퍼센트를 학살했다. 제2차세계대전 6년 동안 프랑스의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1.44퍼센트였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가공할 말살이다.
1월 4일 요아브 갈란트는 이스라엘의 “전후” 계획을 밝혔다. “전후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을 통치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강력한 단서가 붙는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제해서는 절대 안 되며, 하마스 대신 임무를 떠맡은 “정부”는 이스라엘을 적대시하지 말 것이며, 이스라엘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가자지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계획은 네타냐후 정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그런 “전후” 계획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궤멸시켜야 실행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주에도 가자시티를 폭격했다. 그러나 이는 가자 북부에서도 저항을 섬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갈란트의 계획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한다는) 미국의 구상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이스라엘 전시내각의 극우파로부터도 반발을 샀다.
극우 국가안보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벤그비르는 유대인 정착자들을 가자지구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 초기에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핵 공격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조차 있다.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놓고도 군 수뇌부와 극우 장관들이 정면 충돌해 전시내각 회의가 아수라장이 됐다.
그럼에도 네타냐후와 그 극우 동맹자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인종 청소를 지속하고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전쟁을 확대하려고 애쓴다.
네타냐후의 재임을 원하는 이스라엘인은 1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하마스를 궤멸할 때까지 군사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그의 전략에 대해서는 56퍼센트가 지지를 표했다(로이터 1월 2일 자).
중동 지배를 위해 안간힘 쓰는 미국
지난주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중동 국가들을 순방했다.
블링컨 순방의 목적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막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일부 전술이 내키지 않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전쟁을 지속하는 것을 지지한다.
블링컨의 순방은 미국이 중동 지역을 여전히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이스라엘의 잔악무도한 행위를 아랍 정부들이 묵인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이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블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걱정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이다.] ... 우리는 확전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미국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상황에서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이면 이스라엘 군대가 너무 얇고 늘어지게 편성되는 등 “전략이 분산돼”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미국 국방정보국의 비밀 평가, 〈워싱턴 포스트〉 1월 7일 자)
그러나 정작 미국 자신이 중동 지역에서 새로운 전쟁을 벌였다. 1월 11일과 13일 미국(과 영국)은 예멘 수도 사나 등 예멘 본토를 폭격했다.(본지에 실린 ‘예멘 폭격: 미국과 영국이 중동에서 제국주의적 학살을 분출시키다’를 보시오.)
미국은 예멘의 후티 정부(서방 지배자들은 “반군”이라고 부른다)가 국제법을 어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법과 아무 관련이 없다. 미국이 여전히 중동을 관리하고 있고, 자국 중심의 “규칙”을 위반하는 세력을 처벌할 것임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폭격을 지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폭격이 “정당방위”라는 서방 정부들의 공동 성명에 참여했다. 한국 국기를 단 배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공격받은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굳세게 침묵을 지켰다. 침묵이 불의라는 김대중의 말이 적힌 현수막을 선거 앞두고 곳곳에 걸어놓고 있으면서 말이다.
사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 학살을 이용해 자국 군대의 중동 주둔(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을 합리화하고, 적(이란)을 ‘중립적’으로 만들며, 서방과 중동의 협력자들을 자국의 제국주의적 목표 주위로 결집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저항의 축” 헤즈볼라와 이란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 요르단 왕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 등 아랍 통치자들이 결코 팔레스타인인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저항의 축”인 헤즈볼라와 이란은 어떤가?
1월 초에 전개된 상황들은 이들이 말로는 이스라엘을 비난하지만 전면전을 피하려 애쓰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알아루리 살해 직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의 국익”을 위험에 빠뜨릴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뜻인즉 이렇다. “헤즈볼라가 대응을 늘리겠지만, 이스라엘로부터 심각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특정 규칙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알자지라, 1월 3일 자)
실제로 헤즈볼라는 1월 6일 이스라엘 대도시 텔아비브나 하이파가 아니라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에 미사일 62발을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의 전쟁이 하마스의 전쟁이지, 헤즈볼라의 전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란 정권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크리스마스에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를 미사일로 공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파견군 사령관 세예드 라지 무사비 장군이 피살됐을 때도 이란은 “전략적 인내”를 발휘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군 사령관들에게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란과 미국 간 직접적인 군사 대결을 피하도록 지시하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뉴욕 타임스〉 1월 3일 자)
미국의 예멘 폭격에 대해서도 이란은 “후티의 싸움을 지지”하지만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물론 이스라엘의 도발과 공격 확대가 이란과 헤즈볼라의 이런 ‘균형 잡기’를 언제든지 뒤엎을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헤즈볼라의 산발적인 공습과 소규모 전투가 본격적인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이 유일하게 의지할 동맹은 요르단에서 예멘까지 계속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아랍 대중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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