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 부결:
민주당은 시간만 끌며 반윤석열 투쟁의 섟을 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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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7월 25일 해병대원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재표결을 했지만 부결됐다.
윤석열과의 차별화를 시사한 한동훈이 국민의힘 새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곧바로 윤석열과 여당 지도부가 만찬을 하는 등 갈등 봉합의 모양새를 취했고 (안철수를 제외하면) 국민의힘으로부터의 이탈표는 없었다.
여당을 분열시킬 정도로 거리 운동의 압력이 아직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면 특별검사 추천권을 놓고 한동훈과 협상하는 방안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한동훈을 특검 협상 자리에 앉히면 여권의 내분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책략을 부리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 바깥의 반정부 투쟁이 대중적이고 급진적으로 성장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놓고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것과, 민주당이 한동훈과 협상해 여당의 분열을 조장해 보겠다는 책략은 그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
한동훈은 중도층을 의식해 해병대원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특별검사 추천권은 야당이 아니라 대법원장에게 주자고 한다. 현 대법원장은 윤석열이 지명한 자이니, 정부·여당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특검이 진행될 거라고 나름의 책략을 부리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재원과 김민전은 이조차 반대하고 있다.(한동훈으로서는 이런 당내 비판을 윤석열과의 차별화 이미지를 포장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윤석열도 싫고 민주당도 마뜩잖은 사람들 중 일부를 챙기려는 것이다.)
특검 추천권을 두고 지루한 여야 협상이 진행되고 정치적 초점이 되면, 대중은 수동화되고 윤석열 탄핵 청원으로 확인된 반윤석열 열기가 식게 될 뿐이다. 윤석열 탄핵 염원에 담긴 생계비 위기, 친제국주의적 호전성에 대한 불만 등도 표출되기가 어렵다. 설사 여당 내 갈등이 생겨도 대중 투쟁에 유리하게 이용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 내의 이런 얄팍한 책략은 그저 특검법 국면을 질질 끌어 반윤석열 투쟁이 대규모로 발전하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황제 조사’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특별검사 추천권을 두고 협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특검을 요구한 명분과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찰·검찰을 불신해서 특별검사를 임명하자는 것인데, 그 추천권을 윤석열이 지명한 대법원장에게 넘기는 협상을 한다니 말이다.
게다가 특검이 정말 진실을 밝혀 내리라고 기대하기가 난망하다. 특검이 살아 있는 권력을 파헤치는 데 성공한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필사적으로 진실 규명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조사를 보라.
김건희가 모든 혐의를 부인할 게 뻔한데도, 검찰은 휴대폰까지 맡기고 대통령경호처의 관리 시설(‘안가’)에 들어가 김건희를 ‘조사’했다. 이렇게라도 조사하는 게 어디냐는 수사 검사들의 항변이 가소롭다.
과거에도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도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이 막으면 청와대에 발 한 번 들여놓지 못했다.
검찰도 이럴진대, 특검이 (누가 임명되더라도) 대통령실을 제대로 수사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회 협상과 특검 실시로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고 그것을 명분으로 윤석열 탄핵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자기기만 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총선에서 윤석열 탄핵 추진을 공언한 조국혁신당이 뒤늦게 당내에 윤석열 탄핵 추진 기구를 만든 것도 사람들을 현혹하려는 것에 가깝다. 사실 조국혁신당이 밝힌 내용은 검찰 개혁과 여러 특검 추진에 무게 중심이 있다.
이런 의회적 술수에 기대를 걸며 윤석열에게 시간만 벌어 줄 게 아니라, 거리에서 대중 운동을 벌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투쟁 방식이다.
주도권
윤석열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두 번이나 거부했으므로 노동운동과 좌파 정당들은 거리에서 반정부 투쟁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공동 주최하는 집회에 이름만 올릴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을 동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해병대원의 죽음에 대해 대중이 분노하는 것에는 노동 대중의 계급적 분노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나 좌파 정당들은 민주당과 함께 거리 집회를 두어 차례 하고는 다시 초점이 국회로 이동하는 데 동의해 줬다. 민주당이 때때로 거리 투쟁을 조직해 운동의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으면서, 이 쟁점을 거듭 국회 안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김을 빼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반윤석열 투쟁, 생계비 저항 등이 대규모로 벌어지고 계급투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민주당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비록 제2선호 정당이긴 해도) 지배계급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후에 대중의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거의 충족시켜 줄 수 없었던 것을 떠올려 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대중 투쟁이 수반돼야 가능한 윤석열 퇴진은 말할 것도 없고 탄핵을 내켜하지 않는 것이고 다음 선거까지 윤석열을 흠집내고 인기를 떨어뜨리는 데에 더 큰 관심이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이나 좌파 정당들도 거리 시위가 민주당이 제한하는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 심각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이재명은 대중 불만을 관리하는 능력을 지배계급에게 어필할 수 있고, 또 자신이 차기에 집권하더라도 지배계급에 위험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려고 애쓰고 있다. 이것이 특검법 추진 등으로 제한된 대정부 공세를 이어 가면서도, 금융투자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우클릭’을 하는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의회 책략과 제한된 거리 시위로는 윤석열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없다. 아래로부터의 투쟁들이 벌어져야 한다. 거리 운동이 커져야 하고, 삼성전자 파업처럼 노동자들의 불만이 투쟁으로 표출돼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급진적 정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