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
트럼프가 당선돼도 연대 운동은 기죽지 않고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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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끔찍한 극우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한 뒤 열린 첫 집회에 1500여 명이 참가했다.
사회를 맡은 팔레스타인인 주마나 씨는 미국 대선 결과를 언급하며 집회 시작을 알렸다.
“모두 아시다시피 며칠 전 미국 대선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 시각으로] 11월 6일이었죠. 여기서 두 명의 이스라엘 학살 공범이 대선 후보로 서로 경쟁했습니다.
“인종 학살 주범인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이 역사적인 사건이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끈끈한 동맹을 다시금 되새기고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축하를 전했습니다.”
미국에서 온 레베카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덕분에 트럼프 2기는 첫 임기 때와 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되면서 미래가 굉장히 어두울 거라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미래는 팔레스타인 연대를 위해서 대학교 캠퍼스에서 농성을 했던 수천 명의 대학생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경찰 폭력과 학교 당국의 추방과 퇴학 조치, 학위 취소, 심지어 체포당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에 나섰습니다.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이 대학생들이 보여 준 인류에 대한 열정을 다시는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물론이고 현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역시 이스라엘을 후원해 온 “학살 공범”임을 지적해 왔다.
이 운동 덕분에 사람들은 해리스 차악론에 덜 휘둘릴 수 있었고, 트럼프 당선에도 불구하고 사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기존에 참가하던 중동 출신 사람들뿐 아니라 남아시아·중앙아시아계 이주민도 많이 참가했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들을 비롯해 무슬림 여성들이 사회와 향도, 부스 운영 등 집회 곳곳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한국인 참가자들도 각자 팻말을 만들어 참가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스라엘 영화 상영을 비판하는 팻말을 든 참가자도 있었고,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소속 회원들은 ‘사드 반대’ 팻말을 들고 참가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을 그 형태와 관계없이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혹자는 말합니다. 저항은 어떤 경우에도 평화적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제 동료 중에 제가 의사로서 이 집회에 나가는 것에 우려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제리의 의사였던 프란츠 파농이 말했듯이 강탈당한 사람들이 자행하는 폭력을 섣불리 비판해선 안 됩니다. 저는 오히려 의료인이기에 수십 년간 자행된 이스라엘의 학살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 이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자 출신의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의의를 강조했다.
“우리의 연대 활동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변화가 매우 느린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마치 피가 홍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은 건물 잔해 밑에서도 그 잔해를 이겨 냅니다. 텐트에서 아이가 한 명 태어나면서 울음을 터뜨릴 때 그 희망은 다시 한번 태어납니다. 우리는 굴복과 절대 친숙해져서는 안 됩니다. 항복이라는 말은 팔레스타인의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해방된 팔레스타인과 가자가 요르단에서 지중해까지 펼쳐질 때까지, 우리는 모든 곳에서 모든 기회를 활용해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주마나 씨가 팔연사 집회 자원봉사자들(팔봉이)을 소개했을 때 가장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을 대표해 발언한 한국·인도네시아·알제리 청년들에게도 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졌다.
이집트 출신 어린이들의 연극을 보면서는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도 많았다.
이집트 출신 난민인 알리 씨는 ‘국제 사회’뿐 아니라 중동의 아랍 정권들도 문제의 일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권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여 주기는커녕 오히려 이스라엘 해군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이 정권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 학살 범죄를 용인하고 또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한국 정부는 알리 씨를 비롯한 이집트 난민들에게 난민 지위 부여하기를 거부했다. 이들이 활발히 정치 활동을 벌이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집트 난민들이 제기한 난민 지위 인정 소송을 지원하는 탄원서에 서명하고 모금에도 동참했다. 1년 넘도록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함께 해 온 동지들에 대한 애정을 메시지로 남기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대한 거리의 호응은 최근 열리는 다른 집회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다. 수많은 내·외국인들이 행진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가 하면, 매주 열리는 집회가 1년을 넘어가면서 거리의 상인과 행인들이 구호를 따라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행진을 보고 동참하는 사람도 많다.
행진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유학생 라얀의 연설을 들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오늘 오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가자 학살이 400일 됐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은 10월 7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76년 동안 계속된 싸움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포기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다 같이 모여서 그동안 상상도 못 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래는 우리 것이니 우리는 미래로 달려갑시다.
“다음주 토요일 오후 2시에도 집회가 열립니다. 12월 8일에는 집중 행동의 날이 있습니다. 또다시 다 같이 만납시다.”
최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수상한 가자지구 기자 유수프 씨는 집회장에 와서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했다.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여러분들의 활동과 연대, 너무 대단합니다. 계속해 주세요. 정부들이나 정치인들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어요. 가자지구 사람들에겐 여러분의 연대가 유일한 희망입니다. 가자지구의 모두가 여러분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어요. 계속 연대해 주세요.”
참가자들의 목소리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미국의 정책은 항상 동일해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예요. 오바마가 대통령일 때도 마찬가지였죠.
“오바마가 선출됐을 때, 저를 포함해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이 기대감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오, 감사합니다. 이제 이슬람 혐오가 사라질 거예요. 모든 것이 해결될 거예요’ 하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오바마의 조부 이름이 하산이고, 그는 흑인이니까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해결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것은 미국의 정책이기 때문이에요.
“트럼프가 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거예요. 그는 외교적인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이루고 싶어 해요.
“그가 워싱턴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무소를 폐쇄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을 때 분명하게 드러났어요. 오슬로 협정을 따르더라도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돼야 했는데 말입니다.”
나리만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팔레스타인인으로서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은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 깊이 얽혀 있는 관계이니까요.
“정당이나 얼굴이 바뀐다고 해도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은 그대로일 겁니다. 이는 미국의 체제, 미국의 규칙과 관련이 있어요.”
나심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저는 지금이 역사의 분기점이라고 생각해요. 팔레스타인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폭력에 노출된 역사가 아주 깁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우리에게 가시화된 것은 1년 남짓이지만, 사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1948년 그 이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는 거잖아요.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꿈꿀 것인가, 어떻게 더 나은 미래로 갈 것인가를 가늠하는 데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서 영원히 연대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사라져야 하고, 팔레스타인은 해방돼야 합니다.”
대전에서 온 청년 A씨
“부산에서도 늘 구호 선창을 했지만, 서울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인종의 동지들과 함께해서 더 활기차게 외쳤습니다. 특히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해 분노를 담아 외치면서 엄청 고무됐어요. 이 힘을 갖고 부산으로 돌아가 얼른 집회를 하고 싶습니다.
“부산에서도 집회를 하면 할수록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여행객들이 중간에 합류하기도 하고, 교환학생도 오세요.
“대학과 거리에서 캠페인 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여름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해운대에서 캠페인 한 적 있는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캠페인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부산 팔연사 집회에서 행진 향도를 해 온 청년 이승은 씨
“도널트 트럼프가 당선되고 전쟁이 확대되고 있는 와중에 서울에서 집중 행동이 열려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팔레스타인에 연대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지치지 않고 힘차게 활동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집회와 행진을 계속하다 보면 팔레스타인 연대의 대의가 더 널리 알려지고 운동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막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울산에서 온 권준모 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대의원)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그의 임기가 순탄치는 않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싸워 나가야 합니다.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저항해야 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을 두고 미국 내 아랍계와 무슬림을 비난하는데,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인종 학살 지원에 신물이 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비난은 고스란히 민주당에 돌려줘야 합니다.”
재한 미국인 레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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