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의 유언:
“나의 유언은 점령군에게 처음 돌을 던졌던 아이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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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스라엘과 교전 중 살해된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남긴 유언을 나눔문화가 번역, 발표한 것이다. 야흐야 신와르는 이스라엘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우다 장렬하게 죽었다. 나눔문화는 그의 메시지가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며 본지가 공유하는 것을 흔쾌히 동의해 줬다.
22년의 투옥 그리고 끝내 이스라엘에게 죽임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1962-2024)의 유언을 전합니다. 저들의 “테러리스트”란 곧 ‘저항자’를 뜻하는 것임을. 폭압에 무릎 꿇지 않았던 한 영혼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돌멩이를 들고 이스라엘군 탱크를 향해 달려나가는 팔레스타인의 소년소녀들을 기억합니다.
야흐야 신와르의 유언장
저는 실향(失鄕)을 고향으로, 영원한 전투를 꿈으로 삼은 난민의 아들 야히야입니다. 이 글을 쓰며 골목길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오랜 수감 생활, 이 땅에서 흘린 피 한 방울까지 제 인생의 모든 순간을 떠올립니다.
저는 팔레스타인이 찢겨진 기억이자 정치인들의 탁자 위에서 잊혀진 지도였던 1962년, 칸 유니스 수용소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불길과 잿더미 사이에서 삶을 일궈왔고, 점령지에서의 삶이 영구한 투옥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이 땅에서의 삶이 평범하지 않음을,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든 불굴의 무기를 가슴에 품고 멀기만 한 자유의 길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으로 점령군에게 돌을 던진 그 아이에게서, 우리의 상처 앞에 침묵하는 세상에 맞서 가장 먼저 내뱉는 말이 그 돌이라는 것을 배웠던 그 아이에게서, 여러분에 대한 나의 의지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저는 가자지구 거리에서 살아온 사람은 나이가 아니라 조국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로 평가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감옥과 전투, 고통과 희망, 이것이 제 삶이었습니다. 1988년 처음 수감되었고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두려워할 줄 몰랐습니다. 어두운 감방의 벽에서 먼 지평선을 보았고, 창살마다 자유로 가는 길을 비추는 불빛을 보았습니다. 저는 감옥에서 인내가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무기임을, 바다를 한 방울씩 마시는 것 같은 쓰라린 무기임을 배웠습니다.
유언을 전합니다. 감옥을 두려워마세요.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자유란 단순히 우리가 빼앗긴 권리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 탄생하고 인내로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2011년 포로 교환 협상을 통해 석방되었을 때, 저는 이전보다 더 강해졌고 우리의 일이 단순히 지나가는 투쟁이 아니라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바쳐야 할 운명이라는 믿음도 굳건해졌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총, 타협할 수 없는 존엄성, 결코 죽지 않는 꿈을 남깁니다. 적들은 우리가 저항을 포기하고 이 문제를 끝없는 협상으로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께 말합니다. 본디 당신의 것이었던 것을 협상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의 무기보다 여러분의 굳건함을 더 두려워합니다. 저항이란 우리가 가진 무기가 아니라 숨쉬는 모든 순간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사랑이며, 포위와 침략에도 남아 있으려는 우리의 의지입니다.
저는 순교자의 피로 가득한 이 가시밭길을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이들에게 충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우리를 위해 자유의 길을 닦은 그들의 피를 정치인들의 계산과 외교 게임으로 낭비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1세대가 시작한 일을 계속하기 위해 여기 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자지구는 굳건한 수도이자 세계가 우리를 포위해도 결코 멈추지 않는 팔레스타인의 심장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2017년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부를 맡았을 때, 그것은 단순한 권력 이양이 아니라 돌로 시작되어 소총으로 이어진 제 저항이었습니다. 저는 포위망에 갇힌 국민들의 고통을 느꼈고, 자유를 향한 모든 발걸음에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항복의 대가는 훨씬 더 큽니다.
그러므로 뿌리가 흙을 쥐듯 굳건히 이 땅을 붙잡으십시오. 어떤 바람도 땅에 살기로 선택한 백성을 뿌리 뽑을 수 없습니다. 알-아크사 전투에서 저는 한 단체나 운동의 지도자가 아니라 해방을 꿈꾸는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저항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신념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저는 이 전투가 팔레스타인 투쟁사의 새로운 장이 되기를 바랐고, 어린아이와 노인, 돌과 나무를 구분하지 않는 적에 맞서 모든 정파가 단결하여 한 참호에 서기를 원했습니다.
알-아크사 전투는 육체의 싸움이기 이전에 정신의 싸움이었고, 무기의 싸움이기 이전에 의지의 싸움이었습니다. 저는 제 개인적 유산이 아니라 자유를 꿈꾸던 모든 팔레스타인인, 순교자 아들을 업은 모든 어머니, 총탄에 희생된 딸을 위해 피눈물을 흘린 모든 아버지를 위한 공동의 유산을 남깁니다.
여러분에게 남기는 마지막 유언은, 저항은 헛되지 않으며 단순히 발사된 총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명예롭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곧 저항임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저는 전투는 길고 저항의 길은 어렵지만, 항복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기적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저는 세상이 우리의 고통 앞에 침묵하는 것을 목격하고 살아왔습니다. 세상이 정의를 실현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공정함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공정한 사람이 되십시오. 팔레스타인의 꿈을 가슴에 품고 모든 상처를 무기로 삼고 모든 눈물을 희망으로 삼으십시오.
무기와 돌을 내려놓지 말고, 순교자들을 잊지 말고, 정당한 꿈을 타협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우리 땅, 우리의 마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여기 있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사랑하는 땅 팔레스타인, 결코 굽히지 않는 산처럼 제 어깨에 짊어졌던 꿈을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제가 쓰러지더라도 여러분은 결코 쓰러지지 않을 깃발을 들고 잿더미에서 더 강하게 일어날 다음 세대를 위해 제 피를 다리로 만들어 주십시오. 우리의 조국이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며, 순교자가 한 명 나올 때마다 이 땅의 자궁에서 천 명의 저항 투사가 태어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다시 한 번 홍수가 닥칠 때 제가 여러분과 함께 있지 않더라도, 자유의 물결을 위한 첫 번째 물방울이 있었고 계속될 여정을 위해 살았음을 알아주십시오.
그들 목의 가시가 되어, 후퇴할 줄 모르는 홍수가 되어, 우리가 정당한 주인임을, 신문 속 숫자에 불과한 존재가 아님을 세상이 인정할 때까지 쉬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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