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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여자들에게 듣는다 [증보] 나심 알바크리(서안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운동 속에서 열정과 에너지, 희망을 얻습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 ⓒ이미진

지난해 10월 7~8일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은 너무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도 끔찍한 조건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자지구에 사는 이들은 17년 동안 모든 것이 봉쇄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10월 7일 전사들이 길을 열었을 때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점령당한 땅을 기쁘게 밟았습니다. 우리에게 힘이 있고 이스라엘군에 맞설 수 있음을 그날 보여 줬기 때문입니다. 서안지구, 예루살렘, 점령지에 사는 이들 모두 똑같은 심정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한 방법으로써 외교, 정치, 협상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1994년의 약속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당국(PA)은 1967년 전쟁 이전의 국경선에 따라 통치하기로 돼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 땅의 22퍼센트만을 우리가 통치하고 78퍼센트를 이스라엘이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의 4퍼센트에 불과한 곳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서안지구에서는 모든 도시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서안지구 헤브론에서 정착민이 총으로 사람들을 살해했던 ‘이브라힘 모스크 학살’이 벌어졌을 때, 저의 할아버지와 사촌이 당시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제 가족은 할아버지가 작은 부상을 입는 것으로 그쳤지만 그날 수십 명이 죽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야당에 기대를 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총리가 되든, 어떤 당이 집권하든 이스라엘의 목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바뀌어도 나머지는 모두 그대로일 것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의 반정부 운동은 “네타냐후에 반대한다. 그는 10월 7일에 실패했고, 인질 석방에 무능하다”고 말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이 네타냐후 자리에 있더라도 똑같이 행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운동 건설

지난해 10월 7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을 위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것은 전쟁 발발 1년 전인 2022년 9월인데,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이런 운동을 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국과 중동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이 운동은 시위만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와 대학에서의 강의, 캠퍼스 텐트 농성, 거리 캠페인 등, 모든 것이 제게 아주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여러분처럼 열정과 에너지, 희망을 갖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분들을 만나서 매우 기쁩니다. 이런 관계는 결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팔레스타인에 남아 있었으면 지금처럼 활동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거기서는 시위를 하거나 가자 학살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저의 이런 활동으로 저 자신이나 제 가족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상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인종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팔레스타인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과 구별되는 팔레스타인이 있고, 그 팔레스타인인들이 억압당하고 있고, 또 우리가 투쟁하고 있고, 그래서 다른 민중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10월 7일 전에는 팔레스타인을 몰랐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하는 질문에 제가 “팔레스타인”이라고 답하면 “파키스탄?” 하는 반응이 아주 많았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대단히 기쁩니다.

이 운동은 모든 면에서 제가 기대했던 바를 뛰어넘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함께 싸워 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엄청난 자극이 됩니다.

이제는 운동 참가자 누구든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 대해서 막힘없이 얘기하게 된 것이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구체적인 연도 같은 문제에서 저보다 더 정확합니다. 한국인이든 유학생이든 팔레스타인 대의에 관해 꼼꼼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학교와 대학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저도 어릴 때 그랬지만, 특히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선생님을 본받으려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고등학교였던 것 같은데, 어느 학교의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사진 찍은 모습을 봤을 때 아주 기뻤습니다.

끝으로 레바논 얘기를 하겠습니다.

레바논은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과 똑같은 고통을 이스라엘 때문에 겪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을 똑같이 대합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가자 사람들, 팔레스타인인들과 마찬가지로 저항 세력이기 때문에 레바논을 공격합니다.

하산 나스랄라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무척 슬펐습니다. 그처럼 의미가 큰 지도자를 이스라엘이 죽인 것은 이스라엘의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그는 여러 지도자의 한 명이고, 다른 지도자들이 계속 저항에 나설 것입니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저항을 뿌리 뽑지 못한다는 것을 이스라엘 자신도 압니다. 둘 모두에서 저항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저항은 특정 사람들만의 행동이 아니고, 돈이나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항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체득한 생각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경우에는 “이곳은 우리 땅”이라는 생각, 레바논인들에게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점령에 반대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주 논리적인 생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