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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탄핵 정국에서 살펴보는: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은 무엇인가?

마르크스주의에서 ‘국가’라는 말은 통치자들을 통틀어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즉, 대통령, 총리,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행정기관장, 국회의원, 고위 판검사, 경찰 간부, 교도소장, 군 장성, 공기업 사장 등을 가리킨다. 또, 국가는 그 통치자들이 관리하는 국가 기구(기관)들을 통칭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가에 대한 분석을 오랫동안 발전시켜 왔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초석을 놓았고,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이어받아 발전시켰으며, 영국 마르크스주의자 크리스 하먼이 현대의 국가를 분석하며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국가는 계급 사회의 산물이자 계급 지배의 수단이다

국가에 관해서는 사회계약론의 관점이 가장 흔하다. 시민들이 모종의 계약을 맺어 국가에 권력을 위임했다는 것이 요점이다. 그 ‘이론’의 바탕에는 사회가 원자화된 이기적 개인들로 이뤄져 있다는 가정이 놓여 있다.

사회계약론은 국가를 추상적으로 보기 때문에, 국가의 실제 작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와 달리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역사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룬다.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국가가 인류 역사에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했다.

엥겔스의 분석인즉, 국가는 사회가 계급으로 나뉘면서 생겨났고 사회가 서로 적대하는 계급들의 투쟁으로 무너지지 않게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 국가는 스스로 표방하는 바와 달리 상충하는 계급 이해관계 사이에서 중립적인 중재자가 아니다. 그 사회의 지배적인 계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 계급을 위해 사회를 강제로 통합시키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국가는 노동계급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에 호의적이다. ‘민생’은 기업 기윤을, ‘질서’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대한 억압을 뜻할 때가 많다.

노동자와 빈민, 농민에겐 살인 진압 작전을 펼치던 경찰이 윤석열 체포에는 이보다 더 신사적이기도 어려울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적으로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등장했고, 그만큼 한국 자본가들의 경쟁력과 한국 국가의 위상을 지키는 데 혈안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혹독하게 탄압한 것은 노동개악 등 자본가들의 숙원을 더 원활히 이루기 위해서였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로 옮긴 것은 유사시 군사 쿠데타를 강행하는 것도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결국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수에 그쳤지만 이 쿠데타에 여러 국가 기관들이 동원됐는데 군말이 별로 없었던 걸 봐도 국가 기관들의 계급 편향성을 알 수 있다.

무장 계엄군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쿠데타에 동원된 영등포경찰서는 전원을 국회 봉쇄 지원에 보내며 여성의 비명 소리가 담긴 신고 등 민생 치안 신고를 죄다 무시했다. 살인·강도·강간·방화·절도·조직 폭력 등을 담당하는 강력계 형사들이 국회의원 체포조로 동원됐다는 의혹도 있다.

윤석열의 쿠데타는 단지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만을 겨냥한 게 아니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파업과 태업을 금지하는 내용, 즉 노동자들의 저항을 겨냥하는 내용도 있었다.

국가는 중립적 중재자가 아니고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지킨다. 재벌 총수들과 함께한 윤석열 ⓒ출처 대통령실

국가는 ‘공권력’의 이름으로 무력 수단을 독점한다. 무장 기구들이 국가의 핵심 부분이다. 국가는 철저하게 위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조직돼 있다

국가는 보통 ‘동의와 강제’ 또는 ‘설득과 강압’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조합해서 정치적 권력을 행사한다. 두 요소가 조합되는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번에 윤석열은 쿠데타를 기도함으로써 강제와 강압에 의한 통치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 때문에 각료 인선이나 정부 예산 확정 등에 계속 차질이 생기고, 쿠데타 직전인 11월 반정부 운동이 꽤 크게 일어나자 윤석열은 자유민주주의(마르크스주의 용어로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겼다.

세계적으로도 강제와 강압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른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따르는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중도파’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있는 프랑스가 대표 사례다.

그 배경에는 앞에서 말한 국제적 위기와 경쟁의 심화가 있다. 그 결과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나라에서 득세하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 온 중도파(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신뢰의 위기를 크게 겪고 있다.

강제라는 요소의 작동을 보증하기 위해 국가는 무력 수단을 독점한다. 대중이 스스로 무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가 기구는 하나같이 위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조직돼 있다. 경찰, 군대, 교도소 등 폭력 기구들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지만, 다른 국가 기구도 마찬가지다. 개인(특히 말단에 있는 개인)의 개성이나 선의는 상명하복의 원리 앞에 철저히 무시된다.

윤석열은 대통령 관저에서 농성을 벌이며,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조차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영장은 경호처의 충성 앞에서 무기력하다.

경찰은 차벽으로 윤석열 퇴진 시위대를 막은 반면, 극우 시위대에게는 관저 앞 골목을 내줬다 ⓒ김문성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자본가 계급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국가와 자본가들의 관계는 구조적 상호 의존 관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자본가들은 서로 의존한다. 국가는 자국(과 연계된) 자본가들의 편익을 보장하려고 한다. 국제적 국가체계 속에서 해당 국가의 위상은 그 국가와 연계된 자본들의 크기 등 경제적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중요한 경제 현상들, 가령 투자, 물가, 고용, 금리 등의 변화를 일으킬 힘이 있다.

자본가들에게도 국가가 필요하다. 국가가 자본가들이 활동하는 제반 조건, 즉 경제 행위에 대한 규칙 설정과 집행, 노동력의 안정적 공급, 기반시설의 확충, 타국과의 통상 협상 등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와 자본가들은 공통된 이해관계로 묶여 있다. 이를 두고 크리스 하먼은 국가와 자본의 “구조적 상호 의존 관계”라고 불렀다.

지금 국민의힘은 국정 안정을 촉구하며 철면피 전술을 쓰고 있다. 혼란의 책임을 야당들과 좌파에 돌리는 한편, 반도체특별법 신속 처리를 요구한다.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면 반도체 기업들에게 막대한 지원과 혜택이 제공되면서 복지 재정 등은 삭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반도체 연구·개발 종사자들의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제의 예외가 된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이름으로 노동시간이 대폭 늘어날 거라는 뜻이다.

국정 안정 요구와 반도체특별법 처리 요구는 민주당에게 수권 정당, 즉 행정부 집행권을 가질 수도 있는 정당으로서 덕목을 지키라고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국가의 금과옥조인 한미 동맹도 우익이 민주당을 압박하기 좋은 카드다.

5년마다 국가 행정권의 집행 세력을 선출하지만, 국가가 선출되는 정당에 맞춰지는 게 아니라 선출되는 정당이 국가의 성격에 맞춰진다.

물론 “구조적 상호 의존 관계”에서 “구조적”이라는 말은 상호 의존 관계가 늘 합치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는 점에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또, 자본가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처지이므로 개개 자본가들은 국가 정책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 자본간 경쟁 때문에 국가 관료들 사이에 이견이 생길 수 있다.

국가와 자본 사이, 국가 관료들 사이의 의견 충돌은 때때로 심각한 분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나 해병대원 죽음에서 드러났듯이, 국가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이 부차적이다 ⓒ이미진

노동계급은 기존 국가를 인수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없다. 기존 국가를 해체시키고 새 국가(노동자 국가)를 세워야 한다

노골적인 우익 정당이 아닌 정당이 집권한 사례는 많다. 국제적으로는 민주당 같은 정당이나 사회민주주의 정당 또는 심지어 좌파적 개혁주의 정당이 집권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부들은 대체로 국내외 자본가들과 제국주의의 압박을 받고 길들여져서 중도 우파 정부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행동하게 됐다(영국 노동당,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 등). 심지어 어떤 때는 쿠데타로 제거됐다(칠레 아옌데 정부).

이 모든 사례에서 빠져 있던 핵심 고리는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투쟁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것이었다. 유일한 예외 사례는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이었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2월 혁명 후 임시정부가 들어섰다. 레닌과 볼셰비키는 다른 좌파들과 달리 임시정부를 지지하거나 입각하지 않았다. 그 미흡함을 폭로하고, 노동자와 농민이 역사적인 핵심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투쟁하도록 애썼다.

볼셰비키는 9월 초 극우 장군 코르닐로프의 쿠데타를 물리친 뒤에는 노동자와 농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 임시정부를 타도하는 봉기를 이끌어, 자본가들의 지배 수단인 기존 국가를 해체시키고 소비에트에 기반한 권력을 세웠다.

소비에트, 즉 노동자·농민·병사 평의회는 자본주의의 어떤 국가 형태보다 민주적이었다. 소비에트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결정에 직접 관여했다. 또,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에트 대표자들을 바로 소환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혁명은커녕 좌파 정부가 들어설 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좌파 정부의 경험과 러시아 혁명의 경험에서 이끌어 낸 교훈을 적용할 수는 있다.

무엇보다 우익의 반동이 만만찮다. 이제는 안심하고 국정 안정을 우선시해야 한다거나 탄핵 후 대선 준비에 더 관심을 쏟는 것은 우파 일반에게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이 제거되고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더 큰 격돌의 시작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우파는 겨우 1년 만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의회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이번에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좌파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002~2004년 2년 동안 세 차례의 정변에 맞닥뜨렸다.

첫째는 군사 쿠데타였고(차베스가 체포됐다), 둘째는 기업주들의 직장폐쇄로 나라 경제를 말려 죽이려는 시도였고, 셋째는 헌법 조항을 이용한 대통령 소환 시도였다. 그 뒤로도 베네수엘라 우익과 자본가들은 고의로 품귀 현상과 물가 앙등 사태를 계속 일으켰다.

이 반동들을 저지한 것은 대중의 저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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