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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⑦:
노동자 국가의 필요성

이전 글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폐지하려면 왜 노동자 혁명이 필요한지를 다뤘다.(‘왜 개혁으로는 체제를 바꾸지 못하는가’, 본지 507호)

이번 글에서는 혁명을 성사시킨 후 이를 지켜내는 것이 글자 그대로 사활적라는 점을 살펴볼 것이다.

모든 국가는 계급 지배를 위한 도구다. 국가가 필요한 유일한 이유는 특정 계급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혁명으로 쟁취한 일체의 성과를 지키려면 노동자 국가가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혁명에서 승리한 후에도 자본주의 세력들이 가만히 팔짱 끼고 앉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과 지배력을 되찾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군대·경찰의 잔재와 극우 세력을 그러모아 내전도 일으킬 것이다. 그럴 때 저들의 잔인함은 끝을 모를 것이다. 그리고 각국 지배계급은 이를 국제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한편, 혁명을 성공시킨 노동자들은 새로운 국가, 즉 노동자들의 힘을 나타내는 국가를 세울 때에만 그런 반격에 맞설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새 국가는 노동자·빈민의 광범한 층에게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진정으로 민주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노동자 국가는 혁명 과정에서 각 작업장에서 생겨나는 노동자 평의회에 기반을 둬야 한다.

또, 노동자 국가는 혁명 군대처럼 고도로 중앙 집중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계급의 적에 맞서 모순에 빠지지 않고 수중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최초의 노동자 국가 ‘파리 코뮌’(1871년)을 세운 노동자들

노동자 혁명은 최초의 승리 국면에서 기존 국가의 무장력을 분쇄하는 과정에 이미 착수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군대의 지휘 체계는 무너졌을 것이고, 노동자 국가는 남아 있는 자본주의적 경찰과 사법부도 해체해야 할 것이다. 혁명은 그것들을 대체할 노동자 시민군과 혁명적 법정을 만들어 낼 것이다.

노동자 시민군은 새로운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고, 어떤 점에서도 옛 자본주의 경찰과 닮은 점이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로 이뤄진 시민군은 노동자들이 파시스트 깡패 등 반혁명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서 결성될 것이다. 시민군의 임금은 다른 노동자보다 높지 않을 것이고, 시민군은 고정된 직업이 아니라 한시적인 직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민군은 새 국가에서 주된 권력을 이루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노동자 평의회들과 그 평의회들이 세우는 데 일조한 다른 기구들의 몫이 될 것이다. 노동자 평의회들과 그 기구들은 19세기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그린 어떤 청사진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노동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스스로 조직화하고 투쟁을 조율하기 위해 그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기구일 것이다.

노동자 평의회들은 대형 작업장의 잘 조직된 노동자들뿐 아니라 비공식 부문 노동자와 실업자, 병이나 장애 등으로 더는 노동할 수 없게 된 사람들까지 모두 포괄할 것이다.

조직 노동계급이 상대적으로 소수인 나라의 경우 혁명가들은 가장 가난한 계급 집단들을 노동자들의 지도하에 단결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단위에서 각 노동자 평의회들은 마을과 도시, 광역 수준에서 자신들을 대표할 사람들을 선출하고 그 대표들은 다시 전국 단위의 대표자들을 선출할 것이다.

이런 유기적인 민주주의 구조는 1871년 파리 코뮌, 1917년 러시아 혁명, 1974년 포르투갈 혁명 등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만만찮은 도전이 제기될 때마다 등장하곤 했다.

새로운 국가는 가장 풍부한 토론을 보장하고, 오늘날 자본주의 의회보다 노동자들의 의사를 훨씬 정확하게 반영할 것이다. 보수 정당이나 개량주의 정당의 하수인들이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대표할 것이다. 다양한 관점을 대표하는 상이한 정당들이 있을 테지만, 혁명 과정에서 스스로를 입증해 낸 조직들이 십중팔구 다수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이처럼 대단히 민주적인 체제의 힘이, 노동자들이 사회에 대한 새로운 지배력을 지켜낼지 아니면 자본가들이 유혈낭자한 복수에 성공하게 될지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기본 입장을 해설하는 기획 연재의 일곱 번째 글이다. 다음 연재 글에서는 혁명 이후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에 관해 다룰 것이다.